미국 기업에 손 내민 시진핑 · 공매도 제도 개선, 이면은? [신인규의 이슈레이더]
[한국경제TV 신인규 기자]
이슈레이더 ① 윤 대통령·시진핑 만난 팀 쿡, 의미는
윤석열 대통령과 팀 쿡 애플 CEO가 미국에서 만났죠. 대통령실의 설명에 따르면 애플 측의 접견 요청이 먼저 있었다고 합니다. 이번 만남에 애플측 어떤 인사가 참석했는지 보면요, 리사 잭슨 애플 부사장과 니콜라스 암만 부사장이 동행했습니다. 리사 잭슨은 Chief Sustainability Officer라고 해서 주로 애플의 ESG 부문 관여하는 경영진이고요, 닉 암만은 애플의 글로벌 정책 부문을 맡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프 윌리엄스 COO가 왔으면 더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데 어쨌든, 팀 쿡 애플 CEO는 개인적으로 한국에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다며 부친이 6.25 참전 용사임을 이 자리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팀 쿡 CEO는 한국 협력사와 정부 도움이 없었다면 애플은 현재의 위치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라며 최근 우리 기업과 1천억 달러 이상 계약을 체결했고 앞으로도 협력과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도 한국 기업과의 협력 지속을 당부했고요.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쿡 CEO 접견에 대해 "애플과 한국 부품 업체 간 공급망 협력을 견고히 하는 자리였다"고 부연했습니다.
현재 국내 200개 이상 기업이 애플과 파트너 관계로 애플 구매 부품의 30%를 국내 기업이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그간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기업은 LG이노텍과 LG 디스플레이, OLED 재료를 공급하는 덕산네오룩스 등이 있겠습니다. 얼마 전에는 애플에 인쇄회로기판조립, PBA 제품 공급이 본격화할 수 있다며 한국컴퓨터의 실적이 유망할 것이라고 본 증권사 보고서도 있었고요.
또 애플 아이폰이 얼마나 잘 팔리느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주들의 수급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애플은 국내 산업계에 한편으로 강력한 라이벌이자 한편으로는 강력한 협력 관계에 있다는 점은 투자에 염두에 두실 부분입니다.
팀 쿡 CEO는 이후 시진핑 중국 주석이 참석하는 만찬장에 갔습니다. 현장에서 찍힌 사진이 확인됐고요, 참석자 배치 상 왕웬타오 중국 상무장관 옆에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곳은 자리 구성과 배치도 중요한데, 외신 보도에 따르면 1번부터 39번까지 테이블이 있었고, 중국이 꺼리는 숫자 4번 테이블과 미국이 꺼리는 숫자 13번 테이블이 빠져있었다고 합니다. 외교상 결례가 되거나 말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빼려고 한 거죠. 서로 공격할 생각이 없다는 점이 이런 배치에서도 확인이 됩니다.
큰 틀에서 양 국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정확히는 미국 기업을 대하는 중국 정치권의 반응이 우호적이었습니다. 미국도 중국도 지금은 경제부터 살려야 하니까요.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 장관은 "중국과 활발한 무역을 원한다"는 발언을 했고요, 시진핑 중국 주석은 "지금 양국에 가장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적인가, 파트너인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상대방을 주요 경쟁자,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도전, 속도를 늦추는 위협으로 본다면 잘못된 정책 결정, 잘못된 행동, 원치 않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요 경쟁자,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도전, 속도를 늦추는 위협이라는 단어는 모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용한 단어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미국에 도전할 생각이 없다며, 적어도 이 자리에선 중국이 미국과 적대 관계 대신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이번이 비공개 행사라서 나오는 사진들 여러 경로로 하나하나 찾아봤는데 머스크 테슬라 CEO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머스크는 만찬에 초대는 받았는데 이 자리에 오지는 않았고, 만찬회 이후에 비공개 VIP 세션에 참여했다는 보도가 확인됩니다. 전반적으로 만찬은 우호적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하는데요.
마이클 하트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한 번의 만찬, 한 번의 방문, 한 번의 회의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 쌓인 모든 적대감을 되돌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시 주석이 미국에 대해 좀 더 우호적인 입장을 취한다면 중국 내 미국 사업에 대해 좀 더 우호적인 운영 환경을 의미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만찬 이후 기대감을 가질 부분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이슈레이더② 공매도 제도 개선안의 이면 공매도 제도 개선안 주요 내용 살펴보면요, 기관의 책임은 강화되고 개인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었습니다. 우선 기관의 공매도 상환기간을 기존 1년에서 90일로 단축시켰습니다. 개인의 대주담보비율은 기존 120%에서 105%로 기관과 같아졌습니다. 이와 함께 불법 공매도 거래자에 대한 주식 거래 제한, 임원 선임 제한 등 제재 수단을 다양화하고 처벌 수준도 강화하겠다고 금융당국은 설명했습니다.
개인의 대주담보비율이 낮아졌다는 것은 주식을 빌려서 개인이 공매도를 할 때 담보부담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100만원 규모의 공매도를 할 때 기존엔 담보가 120만원이 필요했다면, 이젠 105만원만 수중에 있으면 되는 거죠. 기관의 상환기간이 짧아졌다는 것은, 공매도 상환기간이 길면 그만큼 기관들이 공매도 포지션을 잡은 뒤 주가 하락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개인의 비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기관은 90일인 공매도 상환 기한이 지나더라도 연장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이 강하게 주장해온 공매도 완전전산화 문제에 대해선 일단 외국계 증권사 등 해당 기관들의 시스템 개선을 유도하고, 외부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 완전히 차단하는 시스템에 대해서도 금감원과 거래소를 중심으로 구축 가능성과 대안 등을 추가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당국이 밝혔습니다.
아무래도 제도 개선은 총선 후인 내년 6월 이후가 될 것 같습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공매도 한시적 금지가 내년 6월 말까지라고 했지만 그때 가서 시장 상황도 보고 충분히 제도 개선이 됐는지를 보고 판단할 계획"이라며 "6월 말까지 재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상황이 충분하지 않다면 연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사족입니다.
개인투자자들이 원한 것이 '우리도 공매도를 하게 해달라'는 건 아닐 겁니다. 그런데 지금 제도 개선안에서 부각되는 부분이 그런 식입니다. 개인과 기관의 공매도 조건을 같게 한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걸 놓쳐서는 안 되겠습니다. 평편한 링 위에서 같은 무게의 글러브를 끼도록 한다고 해도, 헤비급과 페더급의 차이는 분명하겠지요.
요는 제도 개선으로 더 이상의 불법 공매도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데에 있겠습니다. 그래서 투자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이번 제도개선안으로 환호하는 개미보다 우려하는 개미가 더 많아 보입니다. 공매도 전산화의 주체를 우선 개별 기관으로 돌려 그들이 스스로 시스템을 정비하게 유도한다거나 하는 방향 때문에 그런 반응이 나옵니다.
금융 당국이 강력한 제도를 구축하고, 제도에 따라 불법을 적발할 수 있고, 불법이 적발되면 재발을 막을 수 있어야 하는 세 가지 요건이 이번에 마련될 수 있을지에 대해 불신감이 벌써부터 생겨나는 겁니다.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해서는 다른 나라들의 사례도 참고할 부분이 될 겁니다. 미국에선 지난 10월 14일 무차입 공매도 방지 개선안이 추가됐습니다. 기관투자자들의 공매도 포지션을 금융산업 규제기구인 FINRA에 매달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건데, 투자전략을 노출한다는 기관들의 불만이 많았지만 시장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논리로 금융당국은 이 안을 강행했습니다.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지면 금융권이 이를 따르도록 유도하고 지원한 뒤 여의치 않으면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게 그들의 원칙입니다.
그리고, 정치권에서 시작된 공매도 금지 논의가 완결성을 갖추려면 적어도 총선 전에는 투자자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안이 만들어져야 할 겁니다. 그래야 총선 후에 이런 논의들이 결국 흐지부지 될 것이라는 회의론을 지울 수 있겠지요. 제가 보아온 대로라면, 시장은 정치보다 명석합니다.
※신인규의 이슈레이더는 매주 월~금 오전 7시 20분 한국경제TV 머니플러스 생방송으로, 유튜브 다시보기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신인규 기자 ikshin@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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