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강인만이 아니다…황희찬도 2경기 연속골 폭발 ‘가파른 상승세’
김명석 2023. 11. 17. 07:03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올시즌 유럽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는 유럽파 공격수들의 기세가 A대표팀에서도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A매치 3경기 연속골을, 손흥민(토트넘)은 2경기 연속골을 넣었다. 비단 둘뿐만이 아니다. 황희찬(울버햄프턴)도 2경기 연속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소속팀과 A대표팀에서 모두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무대는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싱가포르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1차전이었다. 이날 황희찬은 어김없이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풀타임 출전했다. 그는 특유의 스피드와 저돌적인 돌파로 경기 내내 상대 측면을 허물었다. 오른쪽 측면에 포진한 이강인과는 다소 다른 결로 공격을 풀었다. 상대 태클에 걸려 넘어지면서 좋은 위치에서 프리킥 기회를 수차례 만든 건 상대 수비수들의 견제가 심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비단 공격을 풀어가는 데 그치지 않았다. 한국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4분. 황희찬이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조규성이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문전에서 헤더로 연결했다. 크로스 과정에서 상대 수비가 먼저 자리를 잡고 기다렸지만, 황희찬은 뒤에서 달려들다 정확한 타이밍에 헤더로 연결했다. 헤더는 골키퍼 앞에서 바운드가 돼 그대로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키퍼 입장에선 가장 막기 어려운 코스의 헤더 득점을 만들어냈다.
다소 불안한 1골 차 리드를 넘어 승기를 잡기 시작한 골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날 한국은 전반전 내내 파상 공세를 펼치고도 골을 만들어내지 못하다 전반 44분에야 조규성(미트윌란)과 이강인의 합작골로 균형을 깨트렸다. 그러나 1골 차는 여전히 안심할 격차가 아니었다. 선제골이 비교적 늦게 나온 만큼 추가골이 빨리 나와야 승기를 잡아갈 수 있었다. 후반 시작 4분 만에 문전에서 집중력을 발휘해 만들어낸 황희찬의 골은 그래서 더 반가웠다.
실제 황희찬의 골로 2골 차로 벌어지자 승기는 급격하게 한국으로 기울었다. 이후 손흥민과 황의조(노리치 시티·페널티킥) 이강인의 연속골이 터졌다. 경기는 한국의 5-0 대승으로 막을 내렸다. 경기 내내 상대 측면을 허물며 승부에 쐐기를 박는 2번째 골을 터뜨린 황희찬은 경기 공식 최우수선수의 영예도 안았다.
이날도 골을 터뜨리면서 황희찬은 A매치 2경기 연속골의 기쁨을 누렸다. 그는 지난달 베트남과의 평가전에서도 팀의 6-0 대승의 발판이 된 2번째 골을 터뜨렸다. 나아가 싱가포르 골망도 흔들면서 2경기 연속 국내 팬들 앞에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날 경기장 곳곳엔 ‘코리안 가이’ 등 황희찬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많았다. 황희찬을 응원하러 온 팬들에겐 특히 값진 선물이기도 했다.
황희찬이 A매치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린 건 지난해 6월 칠레·9월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 이후 1년여 만이다. 다만 당시엔 칠레전을 치른 뒤 기초군사훈련을 위해 이어진 파라과이·이집트전을 건너뛰고 9월 코스타리카전에서 골을 넣었다. 이번처럼 A매치 공백 없이 2경기 연속으로 골을 넣은 건 데뷔 후 이번이 처음이다.
올시즌 소속팀에서 보여주고 있는 무서운 골 감각을 A대표팀에서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황희찬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만 벌써 6골을 넣으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고 있다. EPL 입성 이후 한 시즌 개인 최다골 기록을 벌써 경신했고, 득점 순위에서도 공동 6위에 올라 있다. 유럽 빅리그 진출 이후 첫 두 자릿수 득점은 물론 지난 2016~17시즌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 시절 넣었던 개인 한 시즌 리그 최다골(12골) 기록도 경신할 태세다.
이같은 활약으로 황희찬은 10월 울버햄프턴 이달의 선수상 영예까지 안았다. 그리고 그 기세를 A매치 무대에서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나란히 연속골을 터뜨리고 있는 손흥민과 이강인뿐만 아니라 황희찬까지 득점포가 터지고 있다는 건 클린스만호 입장에서도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황희찬도 싱가포르전 자신의 활약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경기 후 “중요한 첫 경기였는데, 첫 경기에서 큰 점수 차와 좋은 경기력으로 첫 단추를 잘 꿴 것 같아서 기쁘다”며 “전반전엔 상대팀 선수들이 많이 내려섰다. 많이 뛰고 스위칭도 많이 하면서 골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했지만 골이 안 나와서 답답했다. 그러나 다행히 전반전을 앞선 채 잘 마무리했고, 후반 들어 상대가 지치는 게 보였다. 최대한 많은 골을 넣으려 노력했고 결과가 잘 나왔다. 선수들도 자신감을 얻었고, 팬분들께도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게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황희찬은 “경기 전부터 (득점 장면과 같은) 상황이 올 거라고 예상을 했다. 여러 플랜 중 하나였다. 침착하게 하다 보니까 기회가 왔다. 2번째 골을 만들어내면서 선수들도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됐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기뻤던 골이었다”며 “아시아 무대에서는 결과와 경기력을 모두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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