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하이엔드] 클래식 자동차와 손목 시계로 싹튼 35년 우정
모터레이싱 전설의 드라이버 재키 익스(78·Jacky Ickx)가 지난달 말 한국을 처음 찾았다. 그는 한국에서 여러 일정 중 스위스 파인 워치·하이 주얼리 브랜드 쇼파드(Chopard)의 밀레 밀리아 컬렉션 공개 행사에도 참석했다.
익스를 전설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그가 시상대에 오른 횟수가 말해준다. 1967년부터 79년까지 포뮬러1 선수로 활동하며 114번의 그랑프리에 참가해 8차례 우승했다. 3위 안에 입성한 것도 25번이다.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내달리는 르망 24시 대회에선 총 6회 우승했다. 사망자가 속출하기로 유명한 파리-다카르 랠리는 13차례나 완주했다.
“인생의 목표는 내가 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잘 해내는 거였다. 레이싱이 그랬다. 최선을 다한 것도 있지만, 운도 따랐다. 프로 선수로서 레이싱 경주는 1992년에 멈췄다. 이후 파리-다카르 랠리와 같은 오프로드 레이스, 밀레 밀리아(Mille Miglia) 레이스에 수차례 참가하며 열정을 이어갔다.”
밀레 밀리아는 1927년 이탈리아에서 처음 개최된 대회다. 그 이름처럼 1000마일(약 1610km)의 코스를 가장 빨리 달린 드라이버가 우승하는 경주다. 현재 1927년부터 1957년 사이에 나온 차량만 달릴 수 있어 클래식 차의 내구성을 알리고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대회다. 쇼파드는 1988년 이 대회 후원사이자 공식 타임키퍼가 됐다. 익스가 쇼파드 공동 회장인 칼 프리드리히 슈펠레와 만난 건 1989년의 일이다.
“그와 금세 친해질 수 있었다.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가치관이 비슷했다. 그와 함께 밀레 밀리아 대회에 참가한 건 절대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자동차 DNA를 손목에 얹다
쇼파드는 1988년부터 매년 대회 이름과 같은 밀레 밀리아 컬렉션을 출시한다. 대회를 기념하는 만큼 시계 케이스 안팎에 레이싱을 상징하는 다양한 요소를 더한다. 계기판이 떠오르는 다이얼, 타이어 접지면을 연상시키는 고무 스트랩 혹은 운전용 장갑 펀칭 장식에서 영감 받은 가죽 스트랩, 운전대 모양을 새긴 크라운 등이 특징이다. 이러한 요소 덕에 밀레 밀리아 워치는 자동차와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의 수집 대상으로 꼽힌다.
쇼파드는 재키 익스를 헌정하는 의미로 열네번의 재키 익스 한정 에디션 시계를 선보였다. 익스는 가족 경영 브랜드인 쇼파드와 함께 시계를 만들며 그들의 전문성, 즉 메커니즘∙소재 개발에도 열정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자체 제작한 무브먼트를 탑재한 L.U.C 컬렉션과 고급 스포츠 워치 알파인 이글 컬렉션의 성공 역시 파인 워치 제조사로서 쇼파드의 실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사이즈를 줄인 새 밀레 밀리아
2023년 밀레 밀리아 클래식 크로노그래프는 클래식 자동차에서 영감을 받은 4가지 컬러를 다이얼에 사용한 시계다. 케이스 지름은 40.5㎜로 기존 제품보다 작다. “밀레 밀리아 컬렉션 초기작, 즉 1980년대 후반에 선보인 시계의 다이얼은 작았다. 시간이 흘러 오버사이즈 워치가 유행하자 이 컬렉션 크기도 점점 커졌다. 그런데 이번엔 다시 작아졌다. 시계에도 유행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작아진 덕에 운전 중에도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고, 어떤 차림새에도 잘 어울린다.
소재 또한 특별하다. 루센트 스틸™이라 이름 붙인 스틸 합금 소재는 개발에 4년이 걸렸다. 스틸을 재활용해 만든 이 합금은 기존 스틸보다 더 반짝이며 50% 더 단단하다. 찧고, 부딪히며, 긁히는 일이 많은 레이싱 대회에 제격이다. 시계 다이얼은 라이트 그린·체리 레드·레이싱 블랙 세 가지다. 루센트 스틸과 로즈 골드를 함께 사용해 만든 시계에는 그레이 블루 다이얼이 탑재된다.
다이얼 중앙엔 시간의 흐름을 재는 크로노 초침이 있다. 6시와 9시 방향에는 12시간과 30분 크로노 카운터가 있다. 다이얼 가장자리엔 특정 구간의 평균 속도를 알려주는 타키미터 스케일을 탑재했다. 시·분침과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는 슈퍼 루미노바 코팅 처리를 해 야간 주행 시에도 무리 없이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이현상 기자 lee.hyunsa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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