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하이엔드] "나만의 길 걸어라" 프레드 사무엘의 일생 담은 하이 주얼리 왔다

윤경희 2023. 11.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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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ED, 주얼러 크리에이터 since 1936'
창립자의 생애와 브랜드 역사 보여줘
101.57캐럿 다이아 등 300여 점 선봬
'프리티 우먼' 드레스까지...볼거리 풍성

하이 주얼리 브랜드 프레드(FRED)가 운명을 넘어 주얼러로 거듭난 한 남자, 창립자 프레드 사무엘의 삶의 서사시가 담긴 전시 ‘FRED, 주얼러 크리에이터 since 1936’을 열었다. 지난 11월 11일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더현대 서울 6층 알트원(ALT.1)에서 시작한 전시는 12월 25일까지 45일간 계속된다.

프레드 전시 'FRED, 주얼러 크리에이터 since 1936'에 전시된 101.57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 ‘솔레이 도르’. [사진 프레드]


프레드는 1936년 시작한 프랑스 하이주얼리 브랜드다. 성별 구분 없이 다양한 스타일로 활용할 수 있는 현대적인 디자인의 주얼리를 선보여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특히 기념일에 사는 귀중품으로 여겨졌던 하이 주얼리에 대한 통념을 깨고, ‘일상에서 함께하는 주얼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 빠르게 성장 중이다. 국내에선 배의 부품에서 영감을 받은 ‘포스텐’ 팔찌로 잘 알려졌지만, 그 역사와 취급하는 영역은 상당히 깊고 넓다. 이번전시는 ‘프레드’란 브랜드의 진면목을보여주기 위한 브렌드의 특별한 기획과 바람이 담긴 대형 이벤트다.


준비 기간만 3년, 전력 다해 300여 점 모아


프레드 전시 'FRED, 주얼러 크리에이터 since 1936'. [사진 프레드]

전시의 중심은 창립자 프레드 사무엘(1908~2006)이다. 16살 일찍이 견습생으로 주얼리 업계에 발을 들인 그는 28살의 젊은 나이에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시작했다. 전시에선 어린 시절 진주 선별 작업을 하며 익힌 노하우를 바탕으로 진주를 즐겨 사용한 이야기, 아내 테레즈를 포함한 가족의 역사, 세계 각국의 왕실과 영화업계와 함께 한 작업 등을 보여준다.

눈부신 하이 주얼리로 연결되는 프레드 사무엘의 전 생애도 재미있지만, 전시를 보다 보면 그 바탕에 "두려워 말고, 용기 있게 나만의 길을 걸어라"라며 도전을 중요하게 생각한 그의 신념 역시 느낄 수 있다. 전시에 큐레이터로 참여한 보석학자 바네사 크론은 "프레드라는 주얼리 브랜드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그 역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한다"면서 "브랜드가 시작한 1936년부터 지금까지의 발자취를 찾았고, 전시를 준비하며 프레드 사무엘이 생각했던 비전을 비로소 잘 알게 됐다"고 말했다.

프레드 사무엘의 결혼 사진을 중심으로 배치된 사진들이 가족과 브랜드의 이야기를 전했다. 윤경희 기자
프레드의 헤리티지 하이 주얼리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찰스 룽 ceo. 정성룡 사진가


프레드는 이번 전시를 위해 300여 점의 작품을 모았다. 준비 기간만 3년. 찰스 룽 ceo, 창립자의 손녀이자 현재 프레드의 아티스틱 디렉터 겸 부사장인 발레리 사무엘의 주도 아래 브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헤리티지 컬렉션은 물론이고,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하이 주얼리와 오브제 작품 수집에 공을 들였다. 발레리 부사장은 "2017년 메종으로 복귀한 뒤 나는 메종의 헤리티지를 정리해 프레드의 매력과 특별함을 창출한 이야기를 많은 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혔다"며 전시 기획 취지를 설명했다.

먼저 약 10톤에 달하는 상자 1000여 개 속에 잠들어 있던 소묘와 구아슈(불투명한 물감으로 그린 그림), 사진, 문서들을 끄집어내 연구했다. 또 브랜드의 역사 조각들을 맞추기 위해 '프레드가 프레드를 찾는다'는 구호 아래 세계 곳곳에 숨어있는 프레드 컬렉션을 수소문해 구했다.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는 200여 점의 미공개 아카이브 작품도 모두 꺼내 가져왔다.
그렇게 공들인 전시가 처음 열린 것은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다. 당시 프레드의 이야기와 놀라운 작품들 덕분에 큰 성공을 거뒀고, 올해는 두 번째 전시를 위해 서울에 왔다. 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리는 전시다 보니 오픈 첫날부터 많은 해외 기자와 컬렉터가 방한해 전시장을 찾았다.

992년작 다이아몬드 플라워 브로치. [사진 프레드]

도전 정신 강조한 모던 주얼리의 대가


전시장은 총 9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다.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것은 무려 101.57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 '솔레이 도르'다. 1977년 창립자의 아들 헨리 사무엘의 눈에 띈 솔레이 도르는 곧 프레드 소유가 됐다. 87년 발행한 책 '이안 발루프의 페이머스 다이아몬드'에선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 52위에 솔레이 도르를 올렸다. 당시엔 105.54캐럿이었는데, 지금은 재커팅을 거쳐 중량은 줄었지만 컬러의 아름다움에서 비교 불가한 다이아몬드의 자리를 차지했다. 2021년 보석 감정회사 GIA는 "솔레이 도르는 세계에서 가장 인상적인 보석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자신을 '모던 주얼러 크리에이터'라고 소개한 프레드 사무엘의 명함. 윤경희 기자


'프레드 사무엘의 방'은 생전 그가 사용했던 직무실에서 영감을 받은 공간이다. 여기엔 그가 브랜드 초기 사용했던 명함이 전시돼 있는데, 놀랍게도 '모던 주얼러 크리에이터'라고 자신의 직업을 소개한다. 우아하고 화려한 장식의 주얼리가 유행하던 시기에 '현대적인 디자인의 주얼리를 만들겠다'는 남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포스텐에 프레드가 직접 개발한 랩 그로운 다이아몬드(오른쪽)를 세팅한 모습. [사진 프레드]
프레드가 개발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 ‘프레드 어데이셔스 블루’. [사진 프레드]

왕실 보석부터 '프리티 우먼' 드레스까지


프레드 하이 주얼리의 주요 고객 중 하나는 왕실과 배우들이었다. 전시엔 이들이 특별 주문한 보석과 사진, 여기에 얽힌 이야기를 전한다. 특히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1990년작 영화 '프리티 우먼'과의 인연은 프레드에게 특별했다. 영화사가 극 중 파티 장면을 위해 줄리아 로버츠가 착용할 보석 협찬을 여러 브랜드에 요청했지만, 역할때문에 모두 거절 당했다고 한다. 이때 과감하게 나선 브랜드가 바로 프레드였고, 영화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프레드 역시 이름을 알렸다. 전시에는 이런 인연을 기념해 영화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입었던 빨간 드레스를 공수해와 함께 선보이고 있다.
영화 프리티 우먼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착용했던 네크리스. 하트컷 다이아몬드가 돋보인다. [사진 프레드]
첫 포스텐 브레이슬릿 모델. [사진 프레드]
포스텐의 다양한 하이 주얼리 피스들. 윤경희 기자


요즘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대표 컬렉션 '포스텐'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수영과 항해를 즐겼던 사무엘의 아들 헨리가 1966년 아내 베아트리스를 위해 직접 배에서 사용하던 철사 케이블을 잘라 동그랗게 만들고 양 끝에 금으로 만든 잠금쇠를 단 팔찌를 만든 것이 시초다. 이후 1978년 포스텐이란 이름을 붙여 처음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이번 전시엔 당시의 첫 포스텐 모델을 볼 수 있다.
프레드의 전시 관람은 무료다. 네이버 사전 예약 또는 현장에서 등록 후 입장이 가능하다.

■ 인터뷰 ㅣ 찰스 룽 프레드 CEO

찰스 룽 프레드 CEO를 전시 'FRED, 주얼러 크리에이터 since 1936'에서 만났다. 정성룡 사진가

" "한 점의 주얼리는 장신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 프랑스 하이 주얼리 브랜드 프레드를 이끄는 찰스 룽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그는 이달 시작하는 프레드의 대형 전시 'FRED, 주얼러 크리에이터 since 1936' 오픈에 맞춰 한국을 찾았다. 홍콩에서 태어나 홍콩 중문대학교와 프랑스 파리 ESSEC 경영대학원에서 수학한 룽 ceo는 까르띠에 홍콩과 까르띠에 중국에서 근무하며 주얼리 업계에 대한 견해를 넓혔다. 2006년 쇼메로 자리를 옮겨 아시아 내 브랜드의 빠른 성장을 끌어냈고, 2012년엔 쇼메의 국제 운영을 맡았다. 프레드엔 2018년 ceo로 부임해 지금까지 메종의 세계적인 확장과 성장을 이뤄내고 있는 장본인이다. 전시 개최 전날인 지난 11월 8일 그를 직접 만났다.

Q : 한국에 자주 온다고 알고 있다.
"1년에 3~4번은 꼭 한국에 온다. 이번이 17~18번째 정도 된다. 하지만 이번 방한은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다. 메종 역사를 보여주는 세계 최초의 아시아 회고전을 열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Q : 어떤 전시인가.
"브랜드 창립자인 프레드 사무엘의 여러 이야기를 한 번에 보여 주는 전시다. 그가 얼마나 용기 있는 사람이었는지,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했는지, 어떻게 꿈을 좇았는지, 어떻게 기쁨·용기·사랑을 담은 주얼리를 창조해왔는지 말이다. 프레드는 이 시대에 맞는 현대적인 주얼리 아티스트로서 20세기 감각을 한국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Q : 전시에서 보여주는 작품 수나 운영 기간이 상당하다. 이런 과감한 투자를 결심한 이유는.
"한국이 우리에게 중요한 시장 중 한 곳이기도 하지만, 한국 자체가 세계적으로 문화 핫스폿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전시를 하면 그만큼 효과가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시의 두 번째 개최지로 서울을 택한 이유다. 우리가 '아방가르드한 젊은 브랜드'라는 점도 서울과 잘 어울려 브랜드 이미지가 더 부각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Q : 최근 많은 하이 주얼리 브랜드가 한국에서 공격적으로 이벤트를 열고 있다. 왜 그럴까.
"이 질문은 '왜 오징어 게임이 TV 시리즈 중 가장 많이 시청 됐는지' '왜 기생충이 오스카상을 탔는지' '왜 블랙핑크가 가장 인기 있는 셀럽인지'를 묻는 것과 같다. 이유는 단순하다. 아티스트와 문화, 그 모든 것을 포함하는 '한국'이 좋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트렌드와 패션, 럭셔리에 대한 감각과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Q : 사실 하이 주얼리는 대중이 소비하긴 힘들다. 그런데도 대중 대상의 전시를 기획한 이유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주얼리 행사를 마련하고 싶었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영감을 주고 싶었는데, 프레드 창립자의 삶이 던지는 메시지는 '포기하지 마라' '꿈을 좇아라' 같은 귀감이 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경계가 없는 사람이었다. 공감과 나눔의 정신을 기려 대중을 위한 전시를 하자고 결정했다. 특히 요즘은 굉장히 힘든 시기이지 않나. 전쟁, 경제 위기, 기후 문제 등 좌절하기 쉬운 시대이지만 희망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Q : 프레드만이 가진 독보적인 특징은 무엇일까.
"창립자인 프레드 사무엘의 비전과 프랑스 리비에라 지역의 정신. 그리고 기술적 대담함과 혁신, 그리고 바로 지금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오래된 과거나 너무 앞선 미래보다는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 우리의 모습, 이것이 바로 프레드의 특징이다."

Q : 대표 주얼리 모델로 포스텐이 잘 알려져 있다.
"포스텐(FORCE 10)은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우리의 대표 컬렉션이다. 특히 포스텐이란 이름은 항해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풍향 인덱스에서 유래했다. 포스텐은 바람이 너무 세서 항해할 수 없는 레벨로, 바다를 항해할 때 만나는 강풍의 힘과 같은 강인함을 상징한다. 이 제품에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늘 투지와 용기를 가지고 삶을 일궈나가자’는 스토리텔링이 담겨 있다."

Q : 포스텐의 인기 비결을 무엇으로 보나.
"실제 고객들에게 물어보니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것, 케이블을 교체할 수 있어 때와 장소에 따라 적절하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담긴 의미도 남다르다. 보통의 주얼리가 사랑·약속의 의미를 담지만, 포스텐은 항해에 관한 이야기로 '실제로 가보기 전엔 아무도 모른다' '한번 해보자' 같은 도전 정신이 담겨 있어 누구에게나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 지금도 포스텐을 착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포스텐 조합은.
"포스텐은 어디에나 어울리는 모던한 디자인도 마음에 들지만, 나 자신을 매 순간 늘 긍정적으로, 포기하지 말고 항상 현재를 즐기며 살아가자고 마음을 다잡게 해주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상황에 따라 늘 다르게 연출하는데, 무언가를 추진하고자 할 때는 크기가 크고 강렬한 것을 주로 착용한다. 크기가 다른 두 개의 브레이슬릿을 레이어링 하기도 하고, 파티 같은 자리에선 다이아몬드가 전체적으로 세팅된 것도 즐겨 찬다."

Q : 이번 전시를 통해 기대하는 바는.
"이번 전시를 통해 신제품을 선보이며 새로운 고객을 찾고 싶다. 또 기존 제품을 통해 성숙한 시장에도 문을 두드릴 거다. 이렇게 우리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동시에 우리 하이 주얼리를 성별과 나이 구분 없이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한국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이벤트가 되길 바란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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