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탈모 치료비 주겠다"는 사하구…제동 걸린 '현금성 복지'
전국 상당수 지자체가 추진하는 현금성 복지 정책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기존 복지 정책과 중복된다며 축소하거나 중단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탈모 치료비 지원이다. 이 사업은 청년이 탈모 진단을 받으면 지자체가 치료비를 주는 게 핵심 내용이다. 부산 사하구는 최근 탈모 치료비를 지원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복지부)에 가능 여부를 물었다. 사회보장기본법상 지자체가 복지제도를 실행하려면 복지부와 협의해야 한다. 이에 복지부는 “이 사업은 전국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이고 건강보험 재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복지부는 "탈모는 치료 자체가 어려운 데다 청년 등 특정 연령을 지원하는 데 공공재원을 쓰는 게 타당하지도 않다”고 덧붙였다. 이 사업은 서울 성동구와 충남 보령시 등이 시행 중이다. 성동구는 3개월 이상 지역 거주한 만 39세 이하 청년에게 치료제 구매 금액 가운데 50%를 준다. 비용은 연간 최대 20만원이다. 보령시도 연간 200만원 한도 내에서 약값과 치료비를 지원한다.
이미 시행 중인 지자체와 형평성 논란이 일자 복지부는 “진행 중인 지자체는 사업 성과를 평가한 다음 효과와 의료비 영향 등을 검토한 뒤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어린이와 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현금성 복지 정책도 잇달아 제동이 걸렸다. 제주도는 ‘아동건강ㆍ문화체험활동비’로 8~9세 아동에게 매월 5만원을 주고 있다. 제주도는 당초 올해 말까지만 지급하려던 이 돈을 내년에도 주기 위해 복지부에 문의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지원 범위 등을 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복지부 의견에 따라 중위소득 120% 이하 등 지급 대상을 축소하는 대신 대상 연령은 8세부터 12세까지로 늘려 내년에 본격 시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남도교육청이 도입한 ‘학생교육수당’은 지급 시기가 연기됐다. 당초 지난 9월부터 도내 전체 초등학생 8만2000여명에게 한 달 5만~10만원(바우처)씩 줄 계획이었다. 하지만 복지부가 "저소득층 학생 등을 우선 지원하라"고 하자 시행 시기를 내년 3월로 미뤘다. 또 1년간 성과 등을 평가해 사업 지속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전북 순창군이 0~17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달에 40만원씩 지원하려던 행복수당은 대상 2~6세 아동, 지급액은 10만원으로 축소됐다. 순창군은 지원금 규모 등을 늘리기로 하고 복지부와 논의할 방침이다.
반면 서울시는 자치구와 건전재정 실행방안으로 ‘전 구민 대상 현금성 복지사업 신설·변경 시 사전협의 의무화’ 방안을 추진한다. 지난해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자치구에서 재난지원금을 현금으로 지급해 선심성 논란을 불러왔던 만큼 예산 낭비 논란을 막자는 취지다. 또 부동산 시장 침체 등에 따른 세수 감소로 재정악화에 대비하자는 뜻도 담겨 있다. 앞서 지난 7월 오세훈 서울시장과 25개 자치구 구청장은 ‘건전재정 공동 선언’에 합의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무분별한 선심성 사업은 인접 자치구 주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고, 이로 인한 민원이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면서 “자치구 간 자정 노력을 통한 선심성 사업 방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무분별한 현금성 복지사업은 지자체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는 만큼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주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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