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전엔 '태평양' 언급한 시진핑 "미·중에 지구는 충분히 넓다"

신경진 2023. 11. 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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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파이롤리 정원에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파이롤리 정원에서 15일(현지시간)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구는 중국과 미국 두 나라가 살기에 충분히 넓다”고 말했다고 관영 신화사가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 모두 발언에서 “두 대국이 등을 돌리는 것은 옵션이 아니다”라며 “대국 경쟁은 시대의 대세가 아니고, 중국과 미국은 물론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각자의 성공은 서로에게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양국 간 경쟁이 충돌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하자 미·중 양국이 충돌하지 말고 협력하자는 취지로 한 발언이다.

시 주석은 11년 전 국가부주석 신분으로 미국을 방문했던 때엔 ‘큰 지구’ 대신 ‘큰 태평양’이란 표현을 썼다. 지난 2012년 2월 미국 방문 당시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광활한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을 충분히 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사실상 태평양을 미국과 중국이 반반 나누자는 의미로 풀이됐다.

3연임에 성공한 시 주석은 미국을 찾아 내년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넓은 지구’를 언급하며 중국 굴기(崛起, 우뚝 섬)의 범위를 한층 넓혔다. 이날 시 주석은 “중·미 양국의 역사와 문화, 사회 제도의 발전 경로가 다르고, 이는 객관적 사실”이라며 “하지만 상호존중, 평화공존, 협력공영을 견지한다면 갈등을 초월해 공존할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지구적 차원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취지다. 태평양에 국한하지 않고 중동과 아프리카는 물론 유럽까지 전 지구 차원에서 중국의 국익을 무시하지 말라는 선언이기도 하다. 시 주석은 “중국은 반드시 지켜야 할 이익, 반드시 수호해야 할 원칙, 반드시 견지해야 할 마지노선이 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대만 통일 의지도 강하게 피력했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는 양국 관계의 가장 중요하고, 가장 민감한 문제”라며 “미국은 대만 무장을 멈추고, 중국의 평화 통일을 지지해야 한다. 중국은 끝내 통일하고, 반드시 통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만 문제에서 미국과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발언이다.

경제 현안에 대한 발언도 이어졌다. 시 주석은 “미국이 수출통제, 투자심사, 일방제재 등 중국을 겨냥해 취한 조치들이 중국의 정당한 이익에 심각한 손해를 끼친다”며 “미국은 중국의 우려에 행동으로 일방 제재를 취소하고 중국 기업에 공평·공정·차별 없는 환경을 제공해주기를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中 “다섯 기둥 세워 미·중 관계 새 출발 해야”


대만과 경제 이슈에서 미국과 타협을 이루지 못했지만, 중국은 미·중 관계의 새로운 출발을 위한 다섯 가지 기둥을 제시했다. 첫째 정확한 인식의 수립, 둘째 갈등의 효과적인 관리와 통제, 셋째 상호이익이 되는 협력의 추진, 넷째 대국의 책임을 담당하고, 다섯째 인문 교류 촉진을 말한다.

중국은 발표문에 북한 비핵화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하마스 충돌 등 현안을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과 견해차를 재확인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펜타닐 금지, 국방대화 재개 합의


중국은 합의 사항도 열거했다. 인공지능의 정부 간 대화를 만들고, 중·미 마약성 진통제(펜타닐) 금지 실무팀을 구성해 협력하며, 평등·존중의 기초 위해 양국 군부 고위급 소통, 국방부 실무 회담, 중·미 해상 군사 안보 협상 메커니즘 회의를 회복한다. 또 내년 이른 시기에 항공편을 대폭 증편하고 교육·유학생·청년·문화·스포츠·경제계 교류를 확대한다는 등의 합의 사항도 열거했다.

전날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공동성명을 언급하면서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의 성공을 추진하며 ‘21세기 20년대 기후 행동 강화 실무팀’을 구성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왕이(王毅)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은 회담 후 중국 기자를 만나 “샌프란시스코는 종점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며 “내년은 중·미 수교 45주년으로 양국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로 출발해 새로운 청사진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번 회담의 의의를 설명했다.

15일 미국 파일롤리 정원에서 열린 미·중 확대회담 배석자. 왼쪽 중국측 뒤부터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부장조리 겸 대변인, 셰펑(謝峰) 중국 주미대사,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 정산제(鄭柵潔) 국가발전개혁위 주임, 왕이(王毅)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차이치(蔡奇)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판공청 주임, 장진취안(江金權)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란포안(藍佛安) 재정부장,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제1부부장, 뤼루화(呂錄華, 사진 제외) 시진핑 외교비서. 미국측 배석자 뒤부터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존 캐리 기후담당 대통령 특사,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재닛 옐런 재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 사라 베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국장. 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패배에 베팅하지 말라”


시 주석은 15일(현지시간) 오후 우호단체 환영 리셉션에 참석해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미국의 패배에 베팅하지 않았고, 미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았다. 미국에 도전하거나 대신할 의도도 없다”며 “미국 역시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지 말고, 중국 내정에 간섭하지 말며, 평화롭고 안정되며 번영하는 중국을 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러라고 회담과 달리 경제부총리 불참


이날 확대 회담에는 중국의 경제 사령탑이 불참했고 미·중 모두 군 관계자가 배석하지 않았다. 지난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만나 최종 협상에 참여했던 허리펑 부총리는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 2017년 마러라고 회담에 왕양 부총리가 시 주석 바로 옆자리에 배석했던 달리 경제·무역 협상의 결렬에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권력 서열 5위의 차이치(蔡奇)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판공청 주임과 왕이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시 주석 오른쪽과 왼쪽에 배석했다. 정산제(鄭柵潔) 국가발전개혁위 주임, 란포안(藍佛安) 신임 재정부장, 왕원타오(王文濤) 상무부장, 마자오쉬(馬朝旭) 외교부 제1부부장, 셰펑(謝峰) 중국 주미대사,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부장조리 겸 대변인, 장진취안(江金權)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뤼루화(呂錄華) 시진핑 외교비서가 배석했다.

미국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존 케리 기후담당 대통령 특사,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겸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사라 베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 담당 선임 국장이 배석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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