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광주 뒤집은 경찰 브로커 의혹…출발은 'FTB 코인' 사기
‘사건 브로커’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서울경찰청을 압수수색한 배경에는 ‘FTB 코인’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지방검찰청 반부패·강력수사부(부장 김진호)는 지난달 18일 FTB 코인 사건 수사를 담당한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 팀장인 A 경감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 수사과정에서 수사 무마 청탁이 작용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수사 무마 청탁 의혹’ 탁씨 사기 혐의 일부 불송치
FTB코인은 사건 브로커 성모(62)씨 등에게 수사 무마 대가로 18억54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탁모(44)씨가 2020년 발행한 가상화폐다. 경찰에 따르면 탁씨는 해당 코인의 주요 거래소 상장 계획이나 전자지갑 잔액 등 허위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속여 투자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았다.
탁씨는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 1만개(당시 시세 1300억원)가 들어있는 전자지갑을 보여주며 “FTB 코인의 가치가 떨어지더라도 비트코인 1만개로 원금을 보상해 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또 FTB 코인이 국내 4대 거래소 및 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미국 바이낸스에 상장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탁씨가 비트코인 1만개를 실제로 가지고 있지 않았고 주요 거래소에 상장 되지도 못했기 때문에 사기죄를 적용, 지난해 12월 탁씨를 서울 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에 송치했다. 군소 거래소인 프로비트에 상장된 FTB코인은 락업(Lock-up·동결) 기간 동안 가격이 폭락해, 투자자들의 피해액이 10억여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경찰은 탁씨의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탁씨는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비트코인으로 대신 거래해 얻은 이익을 일정액 돌려주는 ‘마이닝 트레이딩’과 비트코인을 맡기면 추후 원금에 이자를 더해 돌려주는 ‘비트코인 랜딩’도 진행했다. 그러나 FTB 코인 사기 의혹이 불거진 뒤 투자자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탁씨는 이들에게 일정 금액을 돌려줬다.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맡길 당시 시세와 맞먹는 액수의 현금을 돌려줬기 때문에, 해당 혐의에 대해서 불송치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반면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맡긴 시점과 돌려준 시점 사이에 비트코인 가격이 올랐으므로, “처음 투자금으로 맡긴 금액에 시세가 오른 만큼의 이자까지 더해서 돌려줘야 한다”며 탁씨가 사기를 쳤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피해자들의 변호인은 마이닝 트레이딩과 비트코인 랜딩 사기까지 합치면, 탁씨의 사기로 인한 피해액은 391억원까지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사건 처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A 팀장은 “최선을 다해 수사했고 그 결과 모르던 사실도 밝혀내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 처리에 문제가 있다는 말은 사실무근이다. 수사기록을 모두 검찰에 넘겼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탁씨, 수차례 사기 전과…피해자 “경찰 수사 의심”
FTB 코인 사기 사건 피해자 측에 따르면 탁씨는 과거에도 비트코인 1만개를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유사한 수법으로 서울 가락시장 일대에서 투자금을 편취한 혐의(사기)로 지난 2021년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사건 재판은 2년 가까이 공전 중이라고 한다. 첫 공판도 탁씨가 불출석 하고 공판기일통지서가 도달하지 않는 등 석연찮은 사유로 기소된 지 5개월 후인 지난해 5월에야 열렸다. FTB 코인 사건의 한 피해자는 “사기 전과도 여러 건 있는데, 탁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잘 진행되지 않은 것 같아 원망스러웠다”며 “지금 돌이켜보면 사건 브로커 성씨가 뒤에 있던 것이 원인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찬규·허정원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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