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채권시장의 금리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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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돈을 빌리고 이를 언제까지 갚을지 그리고 이에 따라 이자를 얼마 지급할지 나타내는 증서를 채권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정부나 기업의 자금 조달에 있어서 핵심은 채권시장 이자율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 예금을 하거나 대출을 받는 금리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것도 채권이자율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주식거래도 중요하지만 국가 간 채권거래가 가장 핵심적인 국제 자금이동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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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돈을 빌리고 이를 언제까지 갚을지 그리고 이에 따라 이자를 얼마 지급할지 나타내는 증서를 채권이라고 한다. 기업 소유권을 표시하는 증서인 주식과 함께 채권은 금융활동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흔히 금리라고 하면 중앙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를 생각한다. 물론 기본이 되는 금리다. 하지만 실제 정부나 기업의 자금 조달에 있어서 핵심은 채권시장 이자율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 예금을 하거나 대출을 받는 금리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것도 채권이자율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주식거래도 중요하지만 국가 간 채권거래가 가장 핵심적인 국제 자금이동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국제 자금이동에서는 기준금리도 중요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채권이자율 차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 채권시장에서 금리가 양극단으로 벌어지고 있다. 평균 시장금리 상승과 별개로 신용도가 높은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발행한 채권의 금리에 비해 신용도가 낮은 경제주체가 발행한 채권의 금리가 크게 치솟고 있다. 즉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고위험 경제주체는 채권을 발행하기 어렵거나 채권을 발행해도 매우 싼 가격에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언하면 위험 스프레드 이자율이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의 경우 회사채 발행 자체를 포기하고 단기 자금조달 방안인 기업어음(CP)에 의존하기도 한다. 물론 일시적으로는 자금조달이 가능하지만 결국 이러한 방식의 자금조달은 곧 상환기한이 도래함에 따라 해당 경제주체의 채무불이행과 이에 따른 파산위험을 높인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되면 기업 자체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지 않는 경우에도 자금시장 전반의 여건 때문에 재원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과거에는 지나치게 높은 이자로 파산하거나 극단적인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를 막는다며 아예 이자 수취를 부도덕한 행위로 간주해 이자 자체를 금지한 때도 있었다. 하지만 명시적이지 않을 뿐 실질적으로는 사실상의 이자 지급 및 수취가 이뤄지고 있다. 이자는 자금을 사용하는 대가라는 경제적인 실질이 존재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자금을 쓸 수 있도록 해주면서 이것이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하는 것은 타당하지도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위험 스프레드 이자율이 너무 커지면서 신용도가 낮은 경제주체에게 주어지는 부담이 지나치게 증가하는 상황 역시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위험은 실제로 저신용 계층에만 머물지 않고 시장 전반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경제 자체를 흔들 수 있다.
출애굽기 22장 25절에는 ‘네가 만일 너와 함께 한 내 백성 중에서 가난한 자에게 돈을 꾸어 주면 너는 그에게 채권자 같이 하지 말며 이자를 받지 말 것이며’라고 기록돼 있다.
신용도가 낮거나 소득이 충분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경제주체에게, 특히 자신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경제나 자금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에 의해 그러한 상황에 처한 기업과 개인에게 가혹하게 이자를 지급하게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킨다.
따라서 이들을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해야 한다. 특히 과거에 경제 전반의 자금 부족을 메꾸는 데 정책금융의 역할이 있었다면 그 문제는 금융시장 및 경제발전과 함께 어느 정도 해결이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오히려 이러한 저신용·저소득 계층이 원활하게 경제활동을 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하며 이들에 대한 선별적인 이자부담 경감에 보다 정책금융의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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