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실조 아이들, 팔뚝 둘레가 수도 고무호스 굵기 정도…

우성규 2023. 11. 17.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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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림교회·월드비전·국민일보, 튀르키예·시리아 난민촌 구호현장을 가다
시리아 난민 여성들이 지난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국경도시 킬리스의 월드비전 협력기관 운영 커뮤니티센터에서 재봉틀 교육을 받고 있다. 같은 날 대지진 피해로 텐트촌에 사는 시리아 난민 아이들이 튀르키예 안타키아에서 취재진을 향해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 월드비전 제공


마리암 하짐(37·가명)은 얼굴과 머리카락을 가리고 눈만 내놓은 니캅을 착용하고 있었다. 시리아 북부 데르 테제르 출신으로 여덟 자녀의 어머니인 하짐은 남편과 함께 2017년 시리아 국경을 넘어 튀르키예 남부 도시 킬리스에 정착했다. 시리아 알 아사드 정부군과 시리아 민주군(SDF),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와 이를 소탕하는 미군까지 2011년 이후 시리아 전역에서 수시로 교전이 벌어진 지 벌써 12년째다.

지난 14일(현지시간)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의 현지 파트너인 IBC가 운영하는 킬리스의 커뮤니티 센터에서 아랍어와 영어 통역을 거쳐 하짐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전쟁을 피해 국경을 넘었는데 지난 2월 대지진으로 또다시 가족들이 공원에 나와 매트리스를 깔고 텐트에서 생활했다”고 말했다. 전쟁 피란민이 또다시 지진 이재민이 된 상황에서 최근 튀르키예를 강타한 인플레이션 위기는 이들 난민 가족에게 버거운 짐이 되고 있다. 하짐은 “자녀들은 아직 18세가 안 됐고 남편 혼자 벌어 생활하는데 지진 이후 월세가 여섯 배로 뛰었고 물가가 급등해 생계가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하짐을 만난 자리엔 이웃인 일곱 살 꼬마 페트와(여·가명)가 동석했다. 역시 시리아 출신인 페트와는 엄마를 고국에서 잃고 튀르키예에서 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커뮤니티센터에서 아이들과 놀이 치료를 받고 있던 페트와는 “할머니를 엄마로 부른다”면서 “사탕과 인형을 선물로 받고 싶다”고 말했다.

전쟁과 재난의 가혹한 대가

월드비전·광림교회·국민일보 대표단이 지난 14일(현지시간) 튀르키예 킬리스의 커뮤니티센터에서 현지 스태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네번째부터 변재운 국민일보 사장, 여섯번째가 김정석 광림교회 목사, 여덟번째가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 월드비전 제공

월드비전(회장 조명환) 광림교회(김정석 목사) 국민일보(사장 변재운) 대표단은 전날 안타키아 안디옥 개신교회 현장을 방문한 데 이어 이날엔 월드비전의 튀르키예 시리아 대지진 피해 구호사업장을 들렀다. 튀르키예 남부 중심지 가지안테프에서 월드비전 시리아 대응사무소 요한 무이 회장이 인도적 위기 현황을 설명했다.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12년째 긴급구호 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여기에 지난 2월 튀르키예와 시리아 일대를 뒤흔든 지진으로 영국 크기의 지역이 피해를 당했고 500만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습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는 물론 최근엔 가자 지구에도 전쟁으로 인도적 위기가 번지고 있습니다. 시리아 난민들을 위한 지원은 각국 정부의 지원 순위에서 점차 밀려나는 상황입니다. 튀르키예 주민과 시리아 난민들이 묻습니다. 월드비전은 언제까지 있을 거냐고. 우리는 계속해서 함께 있을 것이라고 답합니다. 특별히 시리아 현지 아동들의 영양실조가 심각합니다.”

대표단은 입국이 금지된 시리아 국경 지대에서 차를 돌렸다. 자동소총을 든 무장 군인과 벙커 뒤 장갑차가 배치된 국경 검문소 한편으로 시리아로 향하는 지원 물품을 실은 트럭들이 검문을 위해 줄지어 서 있었다. 대표단은 또다시 차를 남동쪽으로 돌려 지진 피해가 가장 심했던 안타키아로 향했다. 시멘트 가루가 바람에 날리는 잿빛 하늘이 여전했다.

안타키아의 시리아 난민 텐트촌 전경. 월드비전 제공


대지진은 나그네와 약자들에게 더 가혹하다. 안타키아 중심지 공원은 시리아 난민들을 위한 텐트촌으로 변했다. 대지진 직후 튀르키예 주민들이 이 텐트촌을 처음 만들었으나 정부의 컨테이너 주택 제공으로 떠났고, 그 빈 자리를 이번엔 갈 곳 없는 시리아 난민들이 채운 것이다. 취재진을 보자 시리아 난민 아이들이 반가운 얼굴로 줄지어 따라붙으며 손을 잡았다. 아프리카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안타키아에만 이런 시리아 난민 텐트촌이 67곳이나 남아있다고 했다. 난민촌의 식수 공급과 위생 시설 운영, 직업 재활 등을 돕는 월드비전 현지 파트너 STL의 관계자는 “겨울이 다가오는데 텐트촌의 난방 시설이 부족하다”면서 “전기 시설이 취약해 감전 사망 사고도 있었다”고 걱정했다.

어떻게 돕나

월드비전은 시리아 북서부 지역의 어린이 영양실조를 예방하기 위해 치료 사업을 준비 중이다. ‘1000일의 기적’으로 명명됐으며 내년 1월부터 12개월간 아동 영양실조 예방에 집중할 예정이다.

대표단에 동행한 월드비전 국제구호취약지역사업팀 박한영 과장은 만 5세 이하 어린이 팔뚝의 둘레를 재는 도구(MUAC)를 보여줬다. 팔뚝 크기가 엄지와 검지를 모아 둥그렇게 된 모양 정도면 정상으로 자라날 가능성이 크지만 11.5㎝ 이하이면 영양식 등 즉각적 식량 지원이 필요하다. 둘레 11.5㎝는 수도 고무호스 정도의 굵기다.

긴급구호를 담당하는 박 과장은 “아동 1명당 영양실조 치료 프로그램의 1년 운영 예산은 약 9만5000원으로 미화 73달러 정도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 달에 9000원 못 미치는 돈을 후원하는 개인들이 다수 모인다면, 지진 피해 시리아 지역 아동과 임신 및 수유기 여성 등 수만명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월드비전 관계자는 “한국교회가 추수 감사의 기쁨을 시리아 아이들과 함께 나눠 달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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