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안식 필수” “대타없는 교회 어쩌나” “설교 품앗이 대안”

손동준 2023. 11. 1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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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봅시다] 뜨거운 감자 ‘안식’
번아웃 목회자 살린 안식월

전웅제 의정부 하늘샘교회 목사가 안식월이었던 지난달 방문한 스위스 알프스의 한 중턱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하늘샘교회 제공

전웅제(41) 의정부 하늘샘교회 목사는 올 초 극심한 ‘번아웃’을 경험했다. 번아웃은 스트레스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심리·생리적으로 지친 상태를 말한다. 12년 전 성도가 한 명도 없던 교회에 부임한 뒤 지역 청소년들을 전도해 교인 수 80명 안팎으로 키운 그였다. 목회에 전력을 쏟아부었던 그에게 오랜 기간 동역하던 성도가 교회를 떠난 일은 크나큰 충격파였다. 전 목사는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불안감이 엄습했다. 설교도 하기 싫었고 웃으며 강단에 서기가 힘들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런 그에게 ‘안식월’을 제안한 건 교인들이었다. 지난 9월 마지막 주 산적한 행사를 마친 후에야 안식에 들어갈 수 있었다. 목회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긴 여행을 떠났다. 여행 후엔 열흘가량 온전한 쉼의 시간도 가졌다. 그는 “교회와 성도들에게 심리적으로 의지했던 비중을 줄여나가는 계기가 됐다”면서 “쉼을 계기로 한 번 더 목회에 집중할 힘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정기 안식’ 가능한 교회 규모는

“목회자의 안식은 선택이 아닌 의무다.” “‘대타’ 없는 작은교회 목회자는 꿈같은 얘기다.” 목회자 안식제도를 두고 국내 목회자들 사이에서 오가는 얘기들이다. 목회자에게 안식년(또는 안식월)은 꼭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가 쟁점이다.

그중에서도 ‘안식을 취하는 목회자를 대체할 사람이 교회 안에 있느냐’가 핵심이다. 이는 교회 규모와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전 목사는 “개척교회 목회자는 강단을 다른 목회자에게 맡기는 데 대한 일종의 경계가 있다”며 “모실 분에 대한 사례비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교회문화 평론가인 손성찬 이음교회 목사는 목회자가 정기적으로 안식을 취할 수 있는 규모의 교회를 ‘출석교인 100명 안팎’으로 가늠했다. 손 목사는 “교회 규모가 작을수록 목회자 1인에게 향하는 집중도가 커지기 때문에 적어도 교인 100명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설교품앗이·은퇴선교사 활용할 만

레저경영학 박사인 옥성삼 감신대 객원교수는 “믿을 만한 목회자 그룹 안에서 일종의 ‘안식년 설교 품앗이’를 하는 것도 (안식제도를 쓸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지역의 여러 교회가 함께 품앗이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옥 교수는 “품앗이로 서로 돕는 방식이라면 사례비 부담도 적다”며 “총회나 노회 차원에서 이런 일이 이뤄지면 가장 좋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목회자 스스로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상갑 산본교회 목사가 안식월 기간이었던 지난 8월 북미 교회 탐방 중 캐나다의 한 관광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산본교회 제공


‘은퇴 목회자’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올해 3개월간 북미 교회 탐방을 하며 안식 기간을 가진 이상갑 산본교회 목사는 “건강하고 설교도 잘하는 은퇴 목사님이 많다. 이들은 사례비보다 설교할 기회를 원하시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시스템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정서와 문화의 문제다. 옥 교수는 “안식에 대해 ‘논다’는 시각이 있는 한 목회자들이 지칠 때까지 소진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목사도 “요즘 직장인은 주 5일제가 정착됐지만 목회자는 월요일을 제외하고 주 6일을 사역한다. 장례라도 나면 월요일도 쉬지 못한다”며 “담임목사뿐 아니라 부목사에게도 일정 주기로 안식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가 고전하는 이유

“많은 목회자가 신학교 때부터 30~40년을 쉬지 못하고 감정노동인 목회자의 길을 걷는다. 그러다 보면 몸과 마음과 정신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기용(가운데) 신길교회 목사가 안식월이었던 지난 6월 방문한 영국 웨일즈의 하노버교회에서 담은 기념 사진. 신길교회 제공


대표적인 ‘안식 예찬론자’인 이기용 신길교회 목사의 얘기다. 그는 “한국교회가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목회자들의 소진”이라며 “목회자에게서 에너지가 나와야 하는데 오히려 번아웃을 호소한다. 이런 식은 성경적이지도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안식년’ 제도를 설명한 성경구절(레 25:1~7)을 언급하면서 “안식의 목적은 지친 몸과 마음의 회복도 있지만 창조주 하나님이 이 세상의 주인이심을 기억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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