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라이프톡] 토사구팽 윤핵관
윤핵관하면 뭐니 뭐니 해도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구)이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권후보가 되기 전부터 집을 찾아가 정치현안을 브리핑했으며, 대선 승리 직후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인수위원회를 좌우했으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내세우고 지탱해온 김장연대 당사자다.
그가 토사구팽(兎死狗烹)의 위기에 처했다. 토사구팽은 '토끼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는다'는 고사성어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대통령과 가까운 영남중진의 험지출마'를 요구했다. 창업공신 장제원에게 정치적 자살을 강요한 셈이다.
장제원은 반발했다. 11일 지지자 모임에 이어 14일 올린 교회 간증 영상에서 거듭 거부의사를 밝혔다. 간증의 주제는 '아버지 장성만'이었다. 고 장성만은 목사이자 동서대 설립자로서 민정당 창당발기인으로 정치입문, 1987년 국회부의장까지 지냈다. 장제원으로선 뿌리를 두고 맹서한 셈이다.
그러자 인요한은 15일 "대통령실에서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가 왔다"고 밝혔다. 버티는 장제원에게 '어명이요'라고 윽박지르는 듯하다.
토사구팽은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 정계은퇴하면서 남긴 탄식으로 유명해졌다. 김재순은 민정계 출신이면서 민주계 수장인 김영삼을 지지해 당선시킨 창업공신이다. 재산공개 과정에서 축소신고 물의가 일자 청와대에서 손절했다.
토사구팽은 2500년전 중국 춘주전국시대 고사에 등장한 이래 동서고금 정치사의 곡절마다 반복돼온 정치판의 상식이다. 세상이 변해도 권력의 속성은 바뀌지 않는다. 권력은 나눠가질 수 없다.
오병상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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