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경의 돈의 세계] 폴 크루그먼과 토끼굴
일론 머스크는 왜 미국의 경기 침체가 없다는 전문가 견해를 부정할까? 머스크는 2022년부터 줄곧 경제가 어렵고 많은 기업이 파산할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하강과 디플레이션은 오지 않았다. 미국 경기는 호조이고, 금리 인하는 없었다.
한번 고(Go)하면 고하는 성격인 천재는 생각을 바꾸지 않는 독특한 자아가 특징인지도 모르겠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사진) 머스크 같은 인물이 정책에 반대하는 악플러나 사기꾼의 쉬운 먹잇감이라고 했다. 고집불통 천재는 애초에 듣고 싶지 않은 것을 들을 생각이 없기에 전문가를 비난하는 토끼굴에서만 소통하며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란다. 크루그먼은 신뢰를 좀먹는 협잡꾼(Grifter)에 대한 경고음을 일관되게 울려왔다. 기업인이든, 정치가든, 권위 있는 인물이 현실이나 가치와 상반되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고 했다. 크루그먼의 견해는 민심 읽기에 바쁜 대중정치가 언제든 정도(正道)에서 벗어날 위험을 말해준다.
공매도 금지가 전격 시행되면서 스테이트 스트리트 은행(SSBT)이 한국에서 주식 대여 전산 서비스를 내년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플러스와 마이너스는 제로를 기준으로 우리가 사고하는 기본 체계이다. 롱(사기)과 쇼트(팔기)도 마찬가지 원리다. 불법은 막아야 하지만 한쪽 방향만 있으면 시장 기능이 작동할 수 없고 주식시장의 활기가 떨어진다.
정책적 신념이나 지지자들에 대한 응답이 만능일 수는 없다. SNS에 떠도는 토끼굴의 민심이 전부는 아니다.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응징할 때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야 한다. 국제적인 규칙까지 예고 없이 바꾸는 것은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긴다.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돈 잃었다고 아우성치는 이들에 정부가 낚여선 안 된다. 토끼굴에 빠지면 이상한 나라로 갈지 모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조원경 UNIST 교수·글로벌 산학협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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