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 호흡으로 KT 정상에 올려놓겠다”
프로농구 수원 KT 송영진(45) 감독은 요즘 미소가 절로 나온다.
개막하자마자 3연패를 당한 뒤 최근 5연승을 달리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2라운드를 앞두고 두 명의 스타급 선수가 한꺼번에 돌아왔다. 포워드 문성곤(30)과 포인트가드 허훈(28)이다. KT로선 천군만마를 얻은 격이다. 왼쪽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한 문성곤과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갓 제대한 허훈을 15일 수원 KT빅토리움에서 만났다.
문성곤은 KBL 최고의 수비형 포워드다. 최근 4년 연속 최우수 수비상을 독식할 만큼 상대를 꽁꽁 묶는 수비가 장기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친정팀 안양 KGC(현 안양 정관장)를 떠나 KT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농구 대통령’ 허재(58)의 아들인 허훈은 친형 허웅(30·부산 KCC)과 함께 KBL 최고 인기 스타다. 파워풀한 리딩 능력과 통통 튀는 플레이로 팬들이 많다. 이날 KT빅토리움에는 허훈의 팬들이 그의 전역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한 커피차까지 등장했다. 전역 신고를 마치자마자 팀에 복귀한 허훈은 “논산 육군훈련소의 5주는 바로 어제처럼 느껴진다”며 “많은 팬이 전역을 축하해주셨다. 지금 목표는 하나다. 입대 전보다 더 멋진 모습으로 팬들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두 살 터울인 문성곤과 허훈은 어릴 적부터 각종 대회에서 자주 부딪혔다. 둘은 라이벌 학교인 경복고와 용산고, 고려대와 연세대를 다니면서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면서 둘은 절친한 선후배 사이가 됐다.
문성곤은 “(허)훈이와는 정말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경기를 이끌어가려는 리더의 마인드가 돋보이는 친구”라고 칭찬했다. 그러자 허훈은 “(문)성곤이 형은 터프한 스타일이다. 그간 KT에는 이런 유형의 선수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동생들의 기대가 크다”고 화답했다.
올 시즌 KBL은 혼전 양상이다. 원주 DB가 개막 7연승 행진을 앞세워 단독선두로 먼저 치고 나가자 정관장과 KT가 바짝 뒤를 쫓는 형국이다. 문성곤과 허훈 없이 1라운드를 3위(6승3패)로 마친 KT로선 이들이 합류하는 2라운드가 도약의 기회다.
허훈은 “친형인 허웅이 있는 KCC가 경계 대상이다. 지금 성적은 좋지 않아도 전체적인 전력이 좋아서 앞으로 정말 무서워질 거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문성곤은 “우리가 왔다고 전력이 확 달라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완벽한 호흡으로 KT를 정상에 올려놓겠다”고 밝혔다.
문성곤과 허훈은 18일 서수원 칠보체육관에서 열리는 서울 SK와의 홈경기를 통해 팬들을 만난다. 문성곤에겐 KT 데뷔전, 허훈에겐 전역 이후 복귀전이다. 이적하자마자 주장을 맡은 문성곤은 “일각에선 ‘문성곤은 KGC 소속이었으니까 주전으로 뛸 수 있었다’고 하더라. ‘다른 팀에 가면 별 볼 일 없을 것’이라는 말도 들었다. 그 말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하겠다”고 했다. 허훈은 “우승을 원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 그동안 KT는 우승 후보라는 평가를 받고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에는 꼭 정상까지 가겠다”고 다짐했다.
수원=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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