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수능]'킬러문항' 빠졌지만 '불수능'… 국·수·영 모두 변별력 확보(종합)
지난해 수능과 비교해 어려운 수준
국어 "시간 부족했을 것"
수학 "어려운 문제 출제", 영어 '추상 문제 배제'
16일 치러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이 적용된 가운데 변별력을 취하기 위해 '불수능(어려운 수능)'에 가까운 난도로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오전부터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2024학년도 수능 출제 경향 분석 브리핑'에서 국어·수학·영어 영역 문제를 분석한 EBS 현장 교사단은 매 영역 시험이 끝날 때마다 "킬러문항은 없었지만, 변별력은 있었다"고 설명했다. 국어·수학·영어 영역 모두 대체로 9월 모의평가 수준을 유지하거나 좀 더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진단했다.
입시업계는 국어·수학·영어 영역 모두 변별력을 갖추기 위해 난도를 올리려 노력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편차를 극복하기 위해 국어의 난이도를 다소 상향하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며 "영어 역시 독해의 난이도보다는 문제, 특히 선택지의 난이도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도 "국어, 수학 변별력 모두 높아졌다"고 했다.
국어, 지난해 수능·9월 모평보다 어려워
EBS는 올해 수능에서 국어영역이 지난해 수능과 올해 9월 모의평가보다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지문의 개념을 선지에 적용하는 방식을 정교하게 구성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공교육 범위 내에서도 변별력이 높게 출제됐다는 설명이다.
1교시 국어영역 문제를 분석한 EBS 현장 교사단 소속의 윤혜정 덕수고 교사는 "소위 ‘킬러문항’이 배제되면서도 공교육 과정을 통해 준비할 수 있는 시험이라는 기존 출제 경향이 유지돼 수험생들의 혼란을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또 "선택과목인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에서 다양한 난도의 문항이 출제돼 변별력이 확보됐다"고 말했다.
국어영역의 경우 EBS 연계율은 51.1%로 파악됐다. 윤 교사는 "EBS 연계율, 연계 방식을 유지하면서 체감 연계도는 높인다는 출제 방향에 따라 독서, 문학 등에서 수험생이 느낄 체감 연계도는 전반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교육을 충실히 이수하고 EBS 수능교재를 학습한 수험생이라면 충분히 문항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문항별로는 10번(독서, 과학·기술), 15번(독서, 인문 주제 통합), 27번(문학, 갈래 복합), 40번(화법과 작문), 39번(언어와 매체)이 변별력 높은 문항이라고 봤다.
입시업계의 분석도 이와 유사했다. 임 대표는 "국어 공통과목(독서, 문학), 선택과목(언어와 매체, 화법과 작문) 모두 9월 모의평가·지난해 수능보다 어렵게 출제됐다"며 "EBS가 연계됐지만 실질적으로 정답 찾는 데는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되며 전반적으로 시간도 9월 모의평가보다 부족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도 "2023학년도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불균형이 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2024학년도 수능에서는 국어의 난도가 다소 높아져 변별력을 확보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지난 9월 모의평가와 유사한 경향으로 9월 모의평가에 대한 학생들의 분석과 학습 정도에 따른 익숙함이 최종 체감 난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가스터디교육의 국어영역 강사진도 "실제 초고난도 문제는 없었고 9월 모의평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출제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문제 유형과 선택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 변별력을 갖춘 문항을 만들었고 선지에 매력적인 오답이 많다"고 평가했다.
수학, 지난해 수능과 유사한 수준
수학영역은 올해 6월 모의평가보다는 쉽고, 9월 모의평가보다는 일부 문항에서 난도가 높았다고 EBS는 분석했다. EBS 현장 교사단 소속의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올해 9월 모의평가의 출제 기조를 따르면서도, 응시 집단의 특성을 고려해 적절한 난도의 문항들을 배치했다"며 "2023학년도 수능과 비슷한 수준에서 변별력을 유지하도록 출제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킬러문항 배제’ 방침이 적용된 올해 9월 모의평가 수학영역은 채점 결과 수학의 만점자가 6월 모의평가 대비 3.9배, 지난해 수능의 2.7배 상승한 2520명에 달하면서 변별력 논란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심 교사는 "최상위권에 대한 변별력을 강화시켰다"며 "변별력을 주는 문항의 경우 수학적인 사고를 얼마만큼 진행시킬 수 있는지, 짧은 계산으로 정답에 도달할 수 있게끔 제시가 됐는지 등이 반영된 것이 ‘킬러문항’과의 큰 차이였다"고 설명했다.
심 교사는 공통과목 22번 문항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학교에서 배우고 나서 본인이 얼마만큼 연습을 많이 했느냐에 따라 정답률이 차이나는 문항"이라며 "모든 학생이 3차 함수 그래프 개요를 그릴 수 있지만 조건을 만족시키는 함수를 찾으려면 많은 연습량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변별력이 적용된 문항으로는 수Ⅰ 15번, 수Ⅱ 22번, 확률과 통계 30번, 미적분 30번, 기하 30번 문항을 꼽았다. EBS 연계율은 지난해와 같은 50%로 집계됐다.
입시업계는 이번 수능 수학영역이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으며, 변별력 확보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임 대표는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으나 최상위권 변별력 확보를 위한 문제는 추가됐다"라며 "선택과목 중 미적분과 기하는 9월 모의평가 대비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고 평가했다.
김 소장도 "만점자 수 관리를 위해 미적분의 난도를 지난해 수준으로 조절하려는 의도가 보이는데, 실제 학생들의 적응 능력은 어떠했을지 채점 결과를 통해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어, 시간 부족한 학생 많았을 것
영어영역은 지난해 수능에 비해 어렵고, 올해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고 EBS는 분석했다. 3교시 영어영역 문제를 분석한 EBS 현장 교사단 소속의 김보라 삼각산고 교사는 "소위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의 요소는 배제하면서도 변별력을 확보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영어영역의 킬러문항 유형으로 알려진 ‘과도하게 추상도가 높은 소재’가 배제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변별력에 대해서는 "2023학년도 수능과 문항 배치가 유사하다"면서도 친숙한 소재를 다루었으나, 충실하게 지문을 읽고 선택지를 분석해야 풀 수 있는 문제를 다수 배치해 2023학년도 수능에 비해 다소 어렵고, 올해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변별력이 있는 문항으로는 24번(제목 추론), 33번(빈칸 추론), 34번(빈칸 추론), 37번(글의 순서), 39번(문장 삽입)을 꼽았다. EBS 연계율은 53.3%로 파악됐다.
입시업계도 지난해 수능보다 어렵게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임 대표는 "상당히 어려웠던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지난해 수능과 비교해 어렵게 출제됐다"며 "지문에 문장의 길이가 긴 문장이 많이 포함되고, 평소 접하지 않았던 다양한 소재의 지문이 출제돼 문장 해석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시간 부족을 느끼는 학생들도 많았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도 "독해에서 추상적 내용의 지문은 줄어들었으나, 답을 찾는 과정에서 생각을 요하거나 매력적 오답을 포함한 문제들이 많아서 문제풀이가 까다로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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