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거품주라고?"…'배터리 아저씨' 박순혁 고소한 기업
'배터리 아저씨'로 잘 알려진 박순혁 전 금양 이사가 국내 반도체 후공정 장비 업체인 한미반도체로부터 고소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6일 법조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반도체는 지난 9월 18일 정보통신망법위반(명예훼손)과 모욕 등 혐의로 인천서부경찰서에 박 전 이사와 주식회사 상상스퀘어에 대한 고소장을 냈다. 이 건은 현재 박 전 이사의 주소지인 강동경찰서로 이첩됐다.
발단은 박 전 이사가 지난 7월 22일과 28일 출연한 상상스퀘어의 유튜브 채널 '머니맵' 방송이다.
이날 방송에서 박 전 이사는 한미반도체의 재무정보를 공개하면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반토막이 났는데 주가가 올랐으니 이것(한미반도체)이야말로 거품주"라며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대형 증권사에서 조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 전 이사는 지난 5월 한미반도체에 '중립'(Hold) 의견을 낸 하이투자증권의 리포트를 거론하며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 리포트가 나온 건 말도 안 되는 패악질, 범죄행위이고 한미반도체 주식이야말로 매도 리포트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 기관들, 사모펀드들이 많이 갖고 있어서 매도 리포트가 나오지 않는 것"이라며 "그러니까 증권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미반도체 측은 이 발언들이 "모두 악의적인 허위사실로 한미반도체의 명예와 신용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미반도체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법무법인 세종 측은 소송에 앞서 지난 7월 말 "문제가 있는 해당 동영상들을 삭제하고 추가적인 허위사실 유포를 하지 말라"면서 박 전 이사 측에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러나 각각 58만회, 56만회의 조회 수를 기록한 박 전 이사 출연 영상들은 16일 오후 기준으로도 머니맵 유튜브 채널에 게시되어 있는 상태다.
한미반도체 "전문지식 없다" 박순혁 "사실 말했다"
내용증명에서 세종 측은 박 전 이사의 발언들을 하나하나 반박하기도 했다.
'기관들이 한미반도체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서 매도 리포트가 안 나온다'는 주장에 대해선 "삼성증권은 7월 '매수' 의견을 제시한 바 있고 오늘(7월 28일) 기준 한미반도체에 대해 증권사 10곳 중 8곳이 '매수'를 냈으며 여러 언론사 의견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작년까지 매출이 급감해 회사 가치가 낮다'는 취지의 박 전 이사 발언에 대해선 "박 전 이사는 반도체 분야에 관한 전문지식이 전무한 자로서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세종 측은 "한미반도체의 작년 매출이 부진한 이유는 전 세계적인 거시경제의 위축과 팬데믹으로 인한 중국시장의 락다운 영향으로 반도체 후공정 분야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하지만 올 들어 중국시장 락다운 해제 영향으로 현재 중국시장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전 세계 반도체 시장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으로 내년에 더 큰 회복세를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작년 매출만을 들어 향후 한미반도체의 기업가치를 엮어서 판단하는 건 비전문적, 비합리적인 논리비약"이라고도 했다.
세종 측은 그러면서 "박 전 이사는 올 4월 당시 임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던 금양의 자사주 처분 계획을 유튜브에 공개해 회사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히고 본인은 퇴사하는 사건을 초래한 장본인"이라며 "해당 동영상들을 명백한 명예훼손으로 판단하고 있고 민사상 손해배상과 형사 고발 등 일체의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피소와 관련해 박 전 이사 측은 "사실을 말했을 뿐이며 발언들이 문제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이달 말 경찰서에 나가 조사를 받고 나서 추후 어찌 대응할지 결정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한미반도체는 이날 전일 대비 100원(0.16%) 오른 6만2400원에 장을 끝냈다. 주가는 시장 성장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올 들어서만 약 443% 급등했다.
한미반도체 측은 "시장에서 한미반도체의 기업가치가 올라간 이유는 생산 중인 TSV TC 본더 장비의 미래가치가 높게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미반도체가 생산하는 TSV TC 본더는 SK하이닉스의 HBM칩을 만드는 장비이고 SK하이닉스의 HBM칩의 구매자들은 엔비디아와 AMD 같은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사들"이라며 "AI 반도체 시장의 잠재성을 감안하면 HBM칩의 성장성이 기업가치의 상승으로 연결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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