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안 냈다고 ‘소액’ 압류…정당할까 [생활 속 법률 이야기]

2023. 11. 16.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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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와 세금

#A씨는 15만㎞를 뛴 2016년식 자동차를 B씨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A씨 지분은 1%고 B씨 지분은 99%다. 그러다 A씨는 지방세를 내지 않았고, 구청은 A씨의 중고차 지분 1%를 압류했다. A씨는 구청 담당자를 찾아가 세금을 한꺼번에 납부할 수 없으니 매달 나눠 납부하겠다고 했지만, 구청 담당자는 밀린 세금을 모두 납부해야만 압류를 풀어줄 수 있다고 답했다. 답답한 마음에 A씨는 민원을 제기했다.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그 중고차에 대한 1% 지분의 가치는 1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구청이 이를 공매에 넘긴다고 해도, 어차피 공매 비용조차 나오지 않을 것이 뻔했다. 그런데도 1%의 지분을 굳이 압류해 A씨가 이 지분을 처분하지도 못하게 할 필요가 있냐는 취지였다. 조세심판원은 최근, A씨 청구에 따라 압류를 풀어주라고 결정했다.

세금을 내지 않으면 구청 등 과세관청은 독촉 또는 최고를 한다. 그래도 세금을 내지 않으면, 체납자 재산을 압류하고 공매에 넘긴다. 이후 그 재산을 매각해 받은 돈으로 세금에 충당한다. 이런 강제 징수 절차를 체납 처분이라고 한다. 국세징수법에 따라 본다면 독촉, 재산 압류, 압류 재산의 환가 처분, 환가대금 배분 등 4단계 절차 순서로 시행된다.

체납 처분은 넓은 의미에서 징수 행위로서의 성질을 갖는다. 국세징수법에 의한 국세 체납 처분이 그 대표적인 것이나, 그 밖에 각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체납 처분에 관한 규정에서 재산 압류, 보관, 운반, 매각에 든 비용을 ‘체납 처분비’라고 한다.

체납 처분도 ‘조건’ 있어…확인 필수

체납 처분도 조건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강제 징수 대상 물건의 가치가 체납 처분에 소요되는 비용보다는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강제 징수할 목적물의 가액을 따져봤을 때, 체납 처분에 소요되는 비용에도 미치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 이런 경우에는 체납 처분을 중지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그리고 시행령은 체납 처분 집행을 중지하면 해당 재산 압류를 해제하도록 정했다. 법령이 이렇게 규정한 이유는 2가지다. 우선 아무런 쓸모없는 체납 처분으로 괜히 행정력을 낭비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무익한 체납 처분으로 말미암아 국민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막고자 하는 취지다.

A씨 경우를 보자. A씨가 1%의 지분을 갖고 있는 자동차는 이미 주행 거리가 15만㎞에 이르는 2016년식 중고차다. 그 1% 지분의 가치는 10만원도 채 되지 않는다. 이 지분을 공매에 넘긴다고 해도 과연 누가 그 1%의 지분을 사 가기는 할까. 또 만일 어떤 사람이 그 1%의 지분을 사 간다고 쳐도 문제다. 공매 절차에 드는 비용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구청이 받아갈 돈은 전혀 남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압류를 풀어주는 것이 옳다.

물론, 구청도 나름의 입장이 있다. A씨가 어쨌든 밀린 세금을 내지 않고 있고, 오래된 자동차기는 하지만 100%의 지분 중 단지 1%의 지분만 갖고 있는 자체가 세금을 피하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A씨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1% 지분만 취득하고 나머지 99%의 지분을 B씨 명의로 해놓은 것이라고 단정할 만한 사정도 찾기 어렵다. 만일 그렇다 해도 구청이 10만원도 안 되는 1%의 지분을 압류함으로써 밀린 세금을 거둬 갈 방법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이 사건에서 압류를 풀어줘야 한다는 조세심판원 결정은 법령을 충실하게 해석한 것으로 타당하다.

윤진규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4호 (2023.11.15~2023.11.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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