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효과’ 영업익 2조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다시 한 번 모회사 삼성전자의 든든한 아우가 됐다. 적자 늪에 빠진 DS(반도체) 부문 실적을 디스플레이(SDC) 부문이 메꿔주는 양상이다. 올해 3분기 삼성디스플레이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8조2200억원, 영업이익 1조9400억원을 올렸다. 6조원대 매출에 그쳤던 1·2분기 대비 한결 개선된 성적표를 받았다. 수익성만 보면 역대급 실적으로 불리는 지난해 3분기(영업이익 1조9800억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통상 3분기부터 고객사인 스마트폰 판매 업체들의 신제품(갤럭시·아이폰) 출하로 ‘계절적 성수기’가 시작되는데, 효과를 제대로 누린 셈. 삼성디스플레이는 실적 설명회에서 “중소형 패널의 경우 주요 고객사의 플래그십(최상위) 제품 출시에 적극 대응해 전분기 대비 이익이 대폭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두 자릿수 이익률…전자에 돈도 수혈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글로벌 가전·정보기술(IT) 수요 위축 상황에도 ‘수익성’을 꾸준히 끌어올렸다. 삼성디스플레이 고공 성장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2019년 이후 연간 영업이익률은 매년 개선됐다. ▲2019년 5.1% ▲2020년 7.3% ▲2021년 14.1% ▲2022년 17.3%다. 각종 비용 부담이 큰 제조업이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사업부 중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부문은 DS와 SDC뿐이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는 줄었지만, 영업이익률 자체는 두 자릿수를 유지 중이다. 1분기와 2분기 영업이익률은 각각 11.8%, 12.9%를 기록했다. 3분기에는 매출은 전년 대비 줄었지만, 영업이익률은 23.6%에 달한다. 역대급 실적으로 불리는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률(21%)을 넘어섰다. 특히 이번 성과는 고금리 장기화로 전방 산업인 IT 시장 수요가 둔화됐다는 점, 삼성전자 주력 사업부 DS가 부진한 상황에서 달성한 만큼 더 값지다는 평가다.
수년간 높은 수익성으로 곳간이 두둑해진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모회사 지원에도 나섰다. 20조원이 넘는 거금을 삼성전자에 빌려준 것. 자회사가 대규모 자금을 모회사에 지급하는 행위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삼성전자 분기·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 10조원, 2분기 11조9900억원을 삼성전자에 지급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장기차입금으로 분류했다. 20조원 넘는 삼성디스플레이 자금이 최소 1년 이상 삼성전자에 묶인다는 의미다. 재계 관계자는 “20조원 넘는 돈이 장기간 묶인다는 건 유동성이 웬만큼 좋은 기업이 아니고서는 감당 못할 일”이라며 “경쟁사 LG디스플레이는 대주주에 돈을 빌리는 상황인데, 삼성디스플레이는 그 반대”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초 대주주 LG전자로부터 1조원을 차입했다.
증권가 “4분기 역대 최대 실적” 전망
삼성디스플레이 ‘고공행진’을 뒷받침한 것은 ‘사업 구조’다. 경쟁사 LG디스플레이가 TV 등 대형 패널 위주로 사업을 전개한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등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위주로 사업을 펼쳤다. 삼성디스플레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이 중소형 패널에서 나온다. 중소형 패널의 경우 상대적으로 경기 민감도가 덜하다. 또 ‘하이엔드(고급)’ 제품 위주로 액정표시장치(LCD)에서 OLED 전환이 빠르게 이뤄져 ‘판가’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대형 패널의 경우 LCD에서 OLED 전환이 생각보다 더딘 상태다.
이번 3분기 호실적도 중소형 패널 매출로 이뤄낸 결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 양대 산맥 삼성전자 갤럭시·애플 아이폰 시리즈에 모두 패널을 납품한다. 특히 디스플레이 업체 중 유일하게 애플 아이폰15 일반·플러스·프로·프로맥스 4종에 OLED 패널을 공급한다. 쉽게 말해 아이폰15 흥행이 바로 삼성디스플레이 호실적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아이폰15는 지난 9월 출시 초기 발열 논란 등으로 ‘판매량 저하’가 우려됐다. 하지만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사상 최대치”라며 “아이폰15는 지난해 같은 기간 아이폰14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뒀다. 특히 고급 모델인 프로와 프로맥스는 수요가 많아 공급에 제약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4분기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중국 광군절 등 연말 소비 특수를 고려하면 판매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DSCC에 따르면 최근 4개월간 아이폰15 디스플레이 패널 출하량은 전작 대비 25% 증가했다. 최상위 모델인 프로와 프로맥스 출하 비중은 전체 61%를 차지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호재다. 김동원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이폰15 디스플레이 패널 출하 증가로 4분기 최대 실적 달성이 전망되고, 4분기 삼성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은 2조원을 웃돌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예상한 것. 김현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도 “아이폰15 시리즈의 출시 후 연말까지 판매 예상치는 약 8000만대, 패널 구매 대수는 약 9000만대 초중반”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가 7000만대, LG디스플레이가 2000만대 초중반을 공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24년 전망도 긍정적이다. 애플이 OLED 적용 제품군을 늘리는 덕분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최근 발표한 ‘애플의 아이패드 패널 구매 계획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애플이 2024년 중 11형과 12.9형 아이패드 프로 제품에 OLED 패널을 탑재할 것으로 예측했다. 패널 공급량은 총 1000만대 수준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일찌감치 이를 대비하고 나섰다. 지난 4월 8.6세대 IT용 OLED 생산라인 구축을 위해 4조1000억원을 투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3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8.6세대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며 “타 업체 대비 가장 먼저 투자를 단행했고 아직 경쟁 업체들의 진입이 후속으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당사의 선점 효과가 있다고 본다. 전략 거래선과 협업이 중요한 상황으로 긴밀히 협업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부가액 환산 시 60조원…NCF 매년 플러스
삼성디스플레이 주요 주주는 삼성전자(84.8%)와 삼성SDI(15.2%)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를 종속기업으로 구분, 삼성디스플레이 지분가액은 취득원가만 표현된다. 이에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장부가액을 통해 계산해야 한다. 삼성SDI가 올해 제출한 반기 연결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15.2%의 장부가액은 9조1440억원이다. 지분 100%로 환산하면 60조1578억원에 달한다. 분할 직후 삼성SDI가 평가한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15.2%의 장부가액은 4조6328억원. 삼성전자에서 분할된 이후 삼성디스플레이 기업가치는 2배 가까이 뛴 셈이다.
일각에서는 높은 기업가치에도 삼성디스플레이가 IPO 시장에 나오지 않는 이유를 궁금해한다. 답은 단순하다.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유동성이 충분한데, 상장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설명한다. IPO 핵심은 자금 조달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모회사 삼성전자에 자금을 지원할 만큼 곳간이 넉넉하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분할 이후 단 한 번도 ‘마이너스’를 낸 적 없다. 지난해 NCF도 9조원에 달한다. 또 기술 전환기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삼성그룹 특유의 전략도 ‘유동성’ 측면에선 도움이 됐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뒤늦게 대형 OLED 패널 시장에 뛰어든 게 대표 사례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4호 (2023.11.15~2023.11.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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