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만찬’에 재계 거물들이 문전성시를 이룬 속사정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기업인과의 만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연설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기업인 만찬에 미국 재계 거물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미·중갈등이 심화하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던 중국 사업이 시 주석의 방미를 통해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한 까닭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15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만찬에 미국에서 활동하는 거물급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참석했다. 시 주석은 이날 만찬에서 미 기업인들을 향해 "중국은 미국의 동반자이자 친구가 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고 중국 관영 중앙TV(CCTV)가 전했다.

시 주석이 이날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니콜라스 번스 중국 베이징 주재 미대사 등과 함께 앉은 주빈 테이블에는 팀 쿡 애플 CEO와 미 자산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큰 손들이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 대형 사모펀드 회사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CEO 등이 주빈 테이블에 앉은 것으로 전해졌다.

헤지펀드 업계 거물 투자자인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설립자, 시타델 증권의 펑자오 CEO. 마크 파커 나이키 회장, 라지 수브라마니암 페덱스 회장 등도 시 주석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직접 대화를 나눌 기회를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비롯해 시티그룹의 제인 프레이저, 엑손의 대런 우즈,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비자(Visa)의 라이언 맥이너니, 화이자의 알베르트 부를라,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브로드컴의 혹 탄 등 거물급 CEO들이 대거 참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 소속 언론인 수전 리는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만찬 행사장에서 세일즈포스 CEO인 마크 베니오프, 보잉의 항공기 부문 CEO인 스탠 딜, 페덱스 CEO 라지 수브라마니암을 봤고, 머스크 CEO의 참석도 확인했다는 글을 올렸다.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는 "(이번 방미와 관련해) 가장 인기 있는 입장권은 시 주석과의 만찬"이라며 "(기업) 임원들이 좌석을 확보하거나 대기자 명단에 오르려고 안간힘을 썼다"고 귀띔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중관계전국위원회와 미중기업협의회(USCBC) 주최로 열린 이 행사의 입장료는 1인당 2000달러(약 260만원)이다.

특히 주빈 테이블에 앉길 원하는 기업인은 4만 달러를 내면 주빈 테이블 한 자리와 함께 회사 관계자들을 위한 8석짜리 테이블을 따로 배정받을 수 있었다고 NYT는 전했다.

미 재계 거물들이 시 주석과의 대화에 대거 몰려든 것은 미·중관계 경색에 따른 관세 및 수출입 규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던 중국 사업이 시 주석의 방미를 통해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기대감 떄문이다.

댄 프루드옴므 플로리다인터내셔널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재계 인사들은 시 주석으로부터 미·중관계 해빙의 신호를 찾으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APEC 회의에 참석하는 기업 중 상당수는 군사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며 “이들 기업은 정치적 긴장의 표적이 돼선 안 되는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을 설득하려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