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상속분쟁 2차 변론서 녹취록 공개…세 모녀 측 "선대회장 유지 상관없이 합의 리셋해야"
LG가(家) 세 모녀가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분쟁 소송의 두 번째 변론기일에서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구 선대회장의 유지와 상관없이 분할 합의는 리셋해야 한다"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세 모녀 측은 지금까지 유언장이 존재하는 것으로 속았다고 주장했지만 오히려 상속 합의를 번복한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서울서부지법 제11민사부(부장판사 박태일)는 이날 오후 구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씨와 구 회장의 여동생 구연경 대표, 구연수씨 등이 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 2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1차 변론기일에 이어 이번에도 하범종 LG 사장이 원고 측 증인으로 출석했다. 하 사장은 2013년 주식회사 LG 재무관리팀장을 역임하는 등 LG 오너 일가와 구 선대회장의 재산을 관리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세 모녀가 지난해 상속 분할에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의 가족 간 대화가 녹음된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에 따르면 구연경 대표는 구 회장에게 "유지와 상관없이 분할 합의는 리셋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씨는 "내가 주식을 확실히 준다고 했다"며 "구연경 대표가 (경영을) 잘 할 수 있다. 경영권 참여를 위해 지분을 다시 받고 싶다"고 했다. 앞서 세 모녀 측은 소송을 제기하면서 구 선대회장의 유언장이 있는 것으로 속아 상속 내용에 동의했으며 경영권 분쟁을 위한 게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구 회장 측이 "구연경 대표가 '(구 선대회장의) 유지와 상관없이 분할 합의는 리셋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게 맞느냐"고 묻자 하 사장은 대화가 있었다고 답했다. 가족 간 대화에는 구연경 대표의 남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도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모녀 측은 구 회장이 상속받은 LG CNS 지분 1.12%가 개인재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세 모녀 측은 "(증인이) LG CNS 주식이 경영재산에 포함되는지 물으니 답변을 회피한다"며 "LG CNS는 상장이 안 됐고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없는데 (경영재산으로) 보유할 근거가 있나"고 말했다. 이에 하 사장은 "(구 회장이 상속받은 LG CNS 주식은) 경영재산이다. 답변 회피한 적 없다"며 "과거부터 경영재산으로 분리돼 관리됐다"고 말했다. 구 회장 측이 "LG 재산은 모두 경영재산으로 봐야 하나"고 묻자 하 사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세 모녀 측은 구 선대회장의 유지가 담긴 문서 폐기에 대해서도 다시 문제 삼았다. 구 회장 측은 구 선대회장이 구 회장에게 경영재산을 승계한다는 취지의 유지가 담긴 메모를 남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메모는 현재 폐기됐다. 세 모녀 측은 "가장 중요한 문서를 폐기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 회장 측이 "이 사건 메모만 유달리 폐기된 게 아니라 모든 망인 명의의 문서가 폐기되는가"고 묻자 하 사장은 "그렇다"고 말했다.
증인신문을 마친 재판장은 양측에 조정을 제안했다. 세 모녀 측 대리인은 "원고들을 설득해보겠다"고 답했다. 구 회장 측 대리인은 "이미 1년 넘게 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세 모녀 측이 일방적으로 소를 제기했다"며 "구 회장에게 의사는 물어보겠지만 모든 증거를 확인하고 증인신문까지 치른 재판부에서 사건이 종결돼야 내용이 보다 진실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강유식 전 LG경영개발원 부회장 증인신문에 앞서 다음 달 19일 변론준비기일을 갖기로 했다.
앞서 김씨와 두 딸은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해야 한다며 지난 2월28일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구 회장은 2018년 5월 별세한 구 선대회장의 LG 지분 11.28% 가운데 8.76%를 상속받았다.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씨는 각각 LG 지분 2.01%, 0.51%와 함께 구 전 회장의 개인재산을 받았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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