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신호 없었다"…'윤심' 들먹인 인요한 공개제동 나섰다

김다영, 김기정, 박태인 2023. 11. 1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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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4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실이 16일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전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 측에서)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소신껏 끝까지 해달라. 우리 당에 필요한 것을 거침없이 해달라’는 신호가 왔다”고 주장했었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실이 혁신위에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것은 없었다”며 “(혁신위는) 당에서 알아서 하시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실은 혁신위에 관여할 수도 없고 관여할 구조가 아니다”라며 “처음부터 중립이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인 위원장의 ‘신호’ 발언이 나온 뒤 여권은 진상 파악에 나섰다고 한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인 위원장) 두 분이 모르는 사이가 아니니 혁신위원장에 취임한 뒤 신고 차원에서 통화를 했다고 하더라”라면서도 “대통령께서 ‘소신껏 하라’는 메시지를 줬다는 발언은 과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당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흘 연속 혁신위를 정조준한 발언이었다. 김 대표는 ‘혁신위 조기 해체설’이 흘러나온 지난 14일 “일부 (혁신)위원의 급발진”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전날 “혁신위가 혼선을 일으키는 모습은 혁신위와 당을 위해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혁신위를 비판했었다. 그러면서 “총선은 단편 예술 작품이 아니라 종합 예술 작품”이라며 “당을 중심으로 지도부가 총선을 종합 예술 차원에서 잘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해 총선 관련 결정권은 혁신위가 아닌 지도부에 있다는 걸 강조하기도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오후엔 혁신위도 입장을 냈다. 대변인 격인 김경진 혁신위원은 입장문을 내고 김 대표의 지적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혁신위도, 당 지도부도 한마음으로 합심해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 뿐”이라고 밝혔다. 전날 오신환 혁신위원이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공개적으로 ‘조기 해체설’을 거론한 것과는 달리 한 발 물러난 태도였다. 인 위원장도 이날 대입 수학능력시험일이란 이유로 언론 인터뷰 등 공개 일정을 잡지 않았다.

지난 3일 혁신위가 거취 관련 권고를 한 뒤 대상자들이 무반응을 보이자 혁신위는 그동안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인 위원장은 지난 13일 “우유를 마실래 아니면 매를 좀 맞고 우유를 마실래”라며 ‘매를 들겠다’는 표현을 쓴 데 이어 지난 14일 “몇천 명을 버스로 동원한 사람도 있다”며 ‘윤핵관’ 중에서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전날 ‘신호’ 발언도 이런 압박 과정에서 나왔는데, 이 발언이 마치 친윤계를 향한 불출마 압박의 뒷배경에 윤 대통령이 있는 것 같은 모양새가 만들어지면서 ‘윤심(尹心)’ 논란으로 번졌다. 결과적으로 인 위원장의 ‘무리수’가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떠넘기는 역효과를 냈다는 지적이다.

당내에서도 “혁신위가 윤심을 끌어들이면서 모든 게 꼬여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도부 관계자는 “배후에 윤심이 있다면 그것 자체가 수직적 당정관계를 인정하는 것 아니냐”며 “혁신위도 결국 윤심을 따르는 수직적 관계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만들어 보려던 김 대표의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은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은 17일 오전 면담할 예정이다. 이번 면담은 김 대표가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고 한다. 지난달 23일 김 대표가 인 위원장을 임명하며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공언한 지 24일 만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격려와 화합의 자리로, 당 지도부와 혁신위가 갈등하는 모습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두 사람이 만나기로 한 것”이라며 “김 대표가 일부 혁신위 권고안을 전격 수용하고, 남은 기간 혁신위의 활동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당내에서는 지난 3일 혁신위가 2호 안건으로 의결한 ‘현역의원 평가 후 하위 20% 원천 컷오프’ 등의 안건이 수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앞으로 혁신위 활동이 어떻게 될 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공천관리위원회 조기 출범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지난 총선에서는 1월말 공관위가 출범했는데, 이를 한달 정도 앞당겨 다음달 말에 출범시키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공관위가 출범하면 사실상 혁신위의 역할은 사라지고 모든 주목은 공관위가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다영·김기정·박태인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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