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차가 멋지다” 칭찬에, 시진핑 “국산이다” 자랑
“이 청년 누구? 하나도 안 변했다”
회담 끝나자마자 “독재자”…中 “정치적 농간” 반발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정상회담 이후 1년 만에 재회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회담 사이 소소한 이야기와 농담을 주고받으며 친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중국 관영 CCTV는 15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의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열린 정상회담이 끝나고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을 배웅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시 주석은 회담장 앞으로 나온 바이든 대통령에게 “나는 우리의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의 의전차량을 가리키며 “차가 멋지다”고 하자 시 주석은 “내 훙치(紅旗) 차다. 국산이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차량 내부를 잠시 들여다본 뒤 감탄하며 “저기 있는 내 캐딜락과 비슷하다. 내 차 이름이 뭔지 아느냐. 야수(Beast)라고 불린다”고도 했다.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한 의전차량은 ‘대륙의 롤스로이스’라고 불리는 훙치의 최고급 모델 N701이다. 훙치는 중국 국영 제일자동차그룹(이치자동차)이 1958년 마오쩌둥의 지시로 출시한 중국 최초의 최고급 승용차 브랜드다. ‘붉은 깃발’이란 뜻의 브랜드 로고도 마오쩌둥이 직접 썼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시 주석이 타는 N701 모델은 5억7000만 위안(1018억원)을 들여 개발한 방탄, 방포 차량으로 1년에 5대만 생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확대회담 후 업무오찬 장소로 이동하면서도 특유의 농담을 건넸다. 그는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보여주며 “이 젊은이를 아느냐”고 물었다. 시 주석이 85년 허베이성 정딩현 당서기 시절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금문교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었다. 시 주석은 반가운 얼굴로 “안다, 38년 전의 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신은 변한 게 하나도 없다”고 하자 현장에서 웃음이 터졌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시 주석에게 “부인(펑리위안 여사)의 생일을 축하드린다”고 인사를 건넸는데 시 주석은 “열심히 일하느라 다음 주 생일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상기시켜줘서 고맙다”고 말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공교롭게도 바이든 대통령과 펑리위안 여사의 생일은 11월 20일로 같다.
확대회담에는 양 정상의 핵심 참모들이 총출동했다. 바이든 대통령 양옆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시 주석 양옆에는 차이치 중국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와 왕이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배석했다. 당 중앙의 정치 이론과 정책을 담당하는 장진취안 중앙정책연구실 주임도 배석했다. CNN은 ‘바이든과 시진핑의 만남을 위한 놀랍도록 복잡한 계획의 내막’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중국 측이 시 주석이 앉을 자리와 보이는 풍경 등 고도의 민감함을 보이며 의전에 매달렸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리들은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최대한의 예우를 받았다는 이미지를 중국 국민들에게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시 주석은 이날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미국 기업인들과의 만찬에서 “중국은 미국의 동반자이자 친구가 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동시에 “상대를 경쟁 상대나 지정학적 도전으로 간주하면 잘못된 정책을 낳기 마련”이라며 미 정부를 겨냥한 쓴소리도 덧붙였다.
시 주석과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 등이 앉은 주빈 테이블에는 팀 쿡 애플 CEO와 미국 자산시장을 주무르는 큰 손들이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만찬 자리에 거물급 CEO와 임원들이 참석해 시 주석에게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전했다.
두 정상간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바이든 대통령의 ‘독재자’ 발언으로 다시 얼어붙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을 여전히 독재자로 보느냐’는 질문에 “알다시피 그는 그렇다. 그는 80년대 이래로 독재자였다”고 말했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외교부는 16일 정례브리핑에서 “매우 잘못되고 무책임한 정치적 농간”이라며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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