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보다 개인이 더 유리하게"…공매도 조건 통일한다
정부와 여당이 외국인·기관투자자의 공매도 상환 기간과 담보 비율을 개인 투자자와 동일하게 맞추는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놨다. 공매도가 여전히 개인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일부 투자자 비판을 수용한 결과다.
“기관보다 개인이 더 유리하게”
그간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이 빌린 주식의 상환 기간과 담보 비율 규제에서 개인보다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당정도 이번 대책에서 해당 두 가지의 조건을 동일하게 맞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상환 기간 90일로 제한
우선 상환 기간은 개인과 마찬가지로 외국인·기관에도 90일(연장 가능)을 적용한다. 그간 외국인·기관의 상환 기간 제한은 없었다. 이 때문에 주가가 내려가 이득을 볼 때까지 사실상 무제한 공매도를 할 수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기존에도 개인과 달리 외국인·기관은 주식을 빌려준 쪽에서 요구하면 언제든 주식을 갚아야 하는 중도 상환 제도가 있었다. 개인도 90일 상환 제한이 있지만 연장할 수 있는 구조다. 금융당국은 이에 더해 개인과 똑같이 90일(연장 가능) 상환 기간도 함께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위반하면 과태료 1억원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담보 비율 개인도 기관 수준으로 낮춰
담보를 현금으로 하면 최소 105% 비율을 적용하지만, 주식으로 하면 기존 120%(코스피200 주식 기준) 비율을 유지한다. 주식은 가격 변동성이 있어 일정 금액을 할인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외국인·기관은 주식이 담보면 대략 135% 비율을 유지하기 때문에 120%는 오히려 더 유리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전산 시스템 의무화, 불법 공매도 조사 강화
일부 개인 투자자가 요구한 외부 실시간 전산 시스템 구축도 재검토 한다. 2020년에도 관련 논의가 있었지만 어렵다고 결론이 났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거래소와 금감원 등이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의견을 들을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이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론이 많다. 기관별로 주문 방식과 시스템이 달라 통일한 시스템 구축이 힘들어서다.
공매도 공시도 내년 상반기부터는 ‘0.01% 또는 10억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예외거래 표시도 기존 ‘기관’에서 ▶일반 ▶시장조성자 ▶유동성공급자 등으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조사도 계속한다. 불법 공매도 거래자에 대한 최장 10년의 주식 거래 제한, 임원 선임 제한 등 제재 수단을 다양화하고 처벌 수준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불법 공매도는 내부적으로 3~4개사 이상을 구체적으로 사건화해 조사 중”이라고 했다.
“충분하지 않으면 공매도 금지 연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공매도 한시적 금지가 내년 6월 말까지라고 했지만, 그때 가서 충분하지 않다면 (공매도 금지를) 연장할 수 있다”고 했다.
개인 투자자 요구가 대폭 수용된 이번 개선안에 대해 금융권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용도가 다른 개인과 기관의 담보 비율을 동일하게 하라는 것은 은행에 모든 대출자의 금리를 똑같게 적용하라는 말과 같다”라며 “또 기관에 대한 중도 상환 제도가 있는데 굳이 또 상환 기한을 90일로 맞추는 것도 무슨 효과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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