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막히는 망 대신 세척 쉬운 착즙기 개발…누적 매출 1200억
“소비자 설문조사를 했는데 착즙기를 사용할 때 착즙망 사이에 남아 있는 찌꺼기를 제거하는 게 가장 불편하다고 하더군요. 이런 피드백이 아니었다면 전통적인 거름망 구성에서 벗어난 신제품 출시가 불가능했을 겁니다.”
이차우 휴롬 상무는 16일 특허청·중앙일보 공동 주최로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 사옥에서 열린 ‘2023 특허기술상 시상식’에서 세종대왕상을 받은 뒤 이렇게 말했다. 이 상무는 ‘분리 스크류 및 분리 스크류를 사용한 착즙기’를 발명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상 격인 세종대왕상을 받았다.
스크류는 회전하면서 압력을 가해주는 착즙기의 핵심 부품이다. 기존 착즙기는 촘촘한 구멍이 있는 스테인리스망과 스크류가 직접 작용하는 형태로, 사용 중 구멍이 쉽게 막히고 세척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 회사는 스크류를 탈착 가능한 두 개의 모듈로 구성해 망 대신 필터 구조를 개발했다. 두 모듈의 조립을 해체하면 쉽게 찌꺼기를 세척할 수 있다. 조립이 간단하고 착즙 시 가해지는 강한 압력에 견딜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이 기술을 적용한 착즙기는 해외 29개국에 수출하며 누적 매출 1234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이 상무는 “소비자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2~3년간 연구했다. 선행 모델이 없어 기술 개발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천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상품화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2등에 해당하는 충무공상은 리튬 2차전지에 적용되는 실리콘 복합체 구조를 발명한 문종석 삼성SDI 연구원 등 7명(삼성SDI·삼성전자 공동 출원)이 받았다. 실리콘은 2차전지 용량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소재임에도 상용화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으나, 이 기술은 나노화한 실리콘에 이중층의 탄소재를 접목함으로써 전지를 고용량화하고 수명을 늘렸다. 또 안정성까지 확보해 향후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 기술로 평가받는다. 문종석 연구원은 “충전할 때 팽창하는 실리콘의 문제를 해소해 전기차의 주행거리 등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지석영상(3등)은 동진쎄미켐·SK하이닉스와 CJ제일제당이 수상했다. 임영배 동진쎄미켐 연구원 등 12명은 반도체 미세패턴 형성 시 낮은 공정 효율성과 제품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고탄소·고밀도 구조의 ‘스핀코팅형 카본 하드마스크 화합물’을 개발했다. 이병국 CJ제일제당 연구원 등 3명은 소비자가 직관적으로 쉽게 뜯어 분리배출 할 수 있는 캡(마개) 구조를 개발해 재활용률을 높이고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게 했다.
홍대용상(4등)은 ▶비트센싱의 ‘레이더 장치’ ▶에이투젠의 ‘대사성 질환 개선 효능을 갖는 균주’ ▶에어레인의 ‘기체 분리용 중공사막’ ▶동화일렉트로라이트의 ‘2차전지 전해액용 화합물 관련 발명’이 수상했다.
1992년 제정된 특허기술상은 발명자의 사기를 진작하고 발명 분위기를 확산하기 위해 우수 기술을 발굴·선정하는 상으로, 특허심사관이 선정 과정에 직접 참여한다. 그동안 총 390여 건의 발명을 선정했다. 수상자에게는 최대 1500만원의 상금과 특허청 발명장려사업 지원, 사업화 및 마케팅을 위한 특허기술상 수상마크가 제공된다.
이인실 특허청장은 “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도약할 수 있는 강력한 성장 역량을 올해 특허기술상의 혁신적인 발명들로부터 엿볼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가 기술 강국으로 향하는 밑거름인, 발명인들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지식재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보호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hoi.sun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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