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표 청년예산 날아간다…野, 이번엔 2382억 전액 삭감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진행 중인 국회 곳곳에서 168석 거대 야당이 단독 의결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적어도 예산만큼은 일방통행하면 안된다”며 반발했다.
16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박정 민주당 의원) 전체회의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이 2215억원 삭감 의결됐다. 오전 열린 예산소위에서부터 여야가 이른바 ‘윤석열표’ 예산인 청년취업진로 및 일 경험 지원 예산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한 결과였다. 민주당은 “청년 일 경험 사업은 단기간 기업 탐방으로, 일자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인데 최근 수십 배씩 예산이 올랐다”(진성준 환노위 예산소위원장)며 칼을 들이댔다. 결국 이날 소위에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해당 예산을 전액(2382억1300만원) 삭감하자, 국민의힘은 반발하며 퇴장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환노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최근 청년이 가장 원하고 기업이 원하는 청년 일 경험과 ‘니트(NEET)’ 청년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사업이 전액 삭감된 부분은 심히 우려가 크다”고 말했으나, 거야(巨野)의 완력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민주당이 “정치편향 인사”라고 비판해 온 김문수 위원장이 이끄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운영 예산도 2억3900만원 삭감됐다. 다만 민주당이 요구했던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과 사회적기업 지원 예산 증액은 정부 측 반대로 불발됐다.
앞서 민주당은 자신들이 위원장이나 예산소위원장을 맡은 다른 상임위에서도 독주를 이어갔다. 9일 행정안전위원회(위원장 김교흥) 전체회의에선 국민의힘이 퇴장한 가운데 정부안에서 빠진 지역화폐 예산이 야당 주도로 7000여억원 증액 의결됐다. 14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위원회(위원장 정필모)에서도 민주당은 R&D 예산을 대폭 늘려 총 8000억원 가량 순증한 예산안을 단독 의결했다. 민주당 과방위 예산소위 위원들은 직후 기자회견에서 “윤석열표 R&D 삭감을 되돌렸다”고 주장했다.
정부안에서 전년 대비 대폭 삭감된 새만금 관련 예산도 민주당 주도로 크게 늘었다. 13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소병훈) 전체회의에선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 새만금 관련 예산이 총 2902억원(새만금지구 개발사업 관련 1663억원, 새만금신항 개항 공사비 1239억원) 증액 의결됐다. 15일 국토교통위원회 예산소위(소위원장 김두관)에서도 민주당은 새만금 관련 예산을 1400여억원 복원시켜 단독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거대야당의 폭주”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여야 간 제대로 된 협의도 없이 의석수를 무기 삼은 폭주가 예산국회에서도 어김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경제와 국민을 살리는 ‘미래 생활 예산’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선심성 퍼주기’,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예산안 심사만큼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여야가 지혜를 모아 민생회복, 약자보호, 미래준비 예산이 되도록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다만 해당 예산안이 최종 확정될지는 미지수다. 상임위를 통과한 예산안은 국회 예산결산특위 심사를 거쳐 최종 확정되는데, 이 과정에서 금액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야당에선 “배수진을 치고 예산 협상에 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핵심관계자는 “우린 총예산 증액 없이는 (합의) 안 된다는 기조가 확고하다. 특히 R&D나 지역화폐 등 예산이 반영이 되지 않으면 이번에는 절대로 해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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