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부른 생태 불균형…최재천 “팬데믹 반복될 것”

임지혜 2023. 11. 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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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보호가 생태 백신입니다. 화학 백신보다 에코(eco·생태) 백신이 중요합니다. 생태 백신을 만들면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상황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2020년부터 3년여간 전 세계 약 700만명의 사망자를 낸 코로나19. 생태학자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는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 생태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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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창간 19주년 및 쿠키건강TV 개국 15주년 기념
‘생태적 전환-기후와 생물다양성 위기’ 특별 강연서 경고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열린 쿠키뉴스 창간 19주년 및 쿠키건강TV 개국15주년 기념행사에서 ‘생태적 전환-기후와 생물다양성 위기’을 주제로 특별강연하고 있다. 사긴=곽경근 대기자

“자연 보호가 생태 백신입니다. 화학 백신보다 에코(eco·생태) 백신이 중요합니다. 생태 백신을 만들면 코로나19 팬데믹 같은 상황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2020년부터 3년여간 전 세계 약 700만명의 사망자를 낸 코로나19. 생태학자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는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를 예방하기 위해 생태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기후 위기가 부른 생태 불균형이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16일 서울 여의도동 국민일보 컨벤션홀에서 쿠키뉴스 창간 19주년 및 쿠키건강TV 개국 15주년 기념행사에서 ‘생태적 전환-기후와 생물다양성 위기’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열었다.

이날 최 교수는 “재앙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며 “‘자연보호’란 생태 백신이 없으면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이 다시 반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전 세계 인구의 70~80%가 자연보호에 동참하는 것이 생태 백신으로 집단 면역을 이루는 것”이라며 “인간의 팔이 아닌 자연에 백신을 맞추면(자연보호),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최 교수는 2021년 5월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을 인용해 “기후 변화로 열대지방에 있던 박쥐 분포가 온대지방으로 넓혀졌다”며 “특히 지난 100년간 열대 박쥐 40여종이 중국 남부지역에 이주해 정착했다”고 설명했다. 박쥐는 평균 2.67개 바이러스 종류를 갖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지난 100년간 중국 남부지역에 100종류가 넘는 새로운 바이러스가 왔다는 의미다. 그는 “기후 변화가 멈추지 않는 한 이런 일은 점점 자주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열린 쿠키뉴스 창간 19주년 및 쿠키건강TV 개국15주년 기념행사에서 생태 전환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긴=곽경근 대기자

‘생태 다양성’을 잊은 인류에겐 미래가 없다는 우려도 크다. 최 교수는 “인류는 다양성을 혐오하는 것 같다”며 “효율 생산성 극대화를 추구하기 위해 (농업, 축산업 등에서) 다양성을 말살해 왔다”고 지적했다.

인간이 원하는 형질을 가진 동물을 만들어 농장에서 기르기 위해 인위적으로 동물들을 교배해 왔다. 복제동물 수준으로 유전자 다양성을 잃은 가축들은 한 마리만 질병에 걸려도 금세 모두 전염됐다. 사회적 거리 없이 다닥다닥 붙어 지내는 가축 한 마리가 병에 걸리면, 옆에 있던 가축에게 옮긴다. 인간은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동물을 살처분한다. 본래 다양성을 지닌 자연이 인위적인 방식으로 파괴된 결과, 동물은 무참히 살처분됐고 인류는 질병을 얻었다.

최 교수는 지난 2002년 세계 생태학대회에 연설자로 나선 소설 ‘토지’ 박경리 소설가의 발언을 인용해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원금(자연)은 건드리지 말고, 이자(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쓸 수 있는 것)만 가지고 살아야 한다”며 “이렇게 된다면 미래세대는 적어도 현재의 우리만큼은 자연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지방 쿠키뉴스 대표는 기후변화로 사과 농가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사과도 기후변화 때문에 안간힘을 다해 살아가는데, 인간도 환경을 지키고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라면서 “쿠키뉴스·쿠키건강TV도 생태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사고를 전환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입법&국정감사 우수 국회의원 시상식도 열렸다.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활약한 30명의 국회의원과 입법 우수 의원 8명을 선정해 상을 수여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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