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공매도’ 포퓰리즘 대결에 민생법안 ‘줄폐기’ 위기
[한국경제TV 서형교 기자]
<앵커>
고금리 속 고통받는 서민들과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민생법안들이 '무더기 폐기' 위기에 처했습니다.
21대 정기국회 종료를 앞두고 여야 모두 '공매도 금지'와 '은행 횡재세' 같은 '포퓰리즘'에만 메달리면서, 정작 꼭 필요한 민생법안들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습니다.
서형교 기자입니다.
<기자>
금융 관련 입법을 논의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가 오는 21일 열립니다.
정기국회가 다음달 9일 끝나고, 이후 총선 일정에 돌입하는 걸 감안하면 사실상 마지막 회의입니다.
법안소위는 국회 입법의 첫 관문, 이번 회의 때 통과하지 못한 법안들은 무더기로 폐기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우리 경제의 위기와 직결돼 있는 법안들이 소위 단계에 묶여 있다는 겁니다.
예컨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의 회생을 돕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 일명 워크아웃법은 지난달 일몰돼 효력을 상실한 상태입니다.
한계 기업의 줄도산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는 기촉법 재입법을 추진하고 있는데, 오늘 경제단체들도 “워크아웃은 꼭 필요한 제도”라며 “여야 모두 뜻을 모아달라”고 성명서를 냈습니다.
[추경호 /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지난 10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실효되어 실효성 있는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치고, 나아가 중소 협력 업체로 부실이 전이될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개인 차주의 연체율이 급등하는 가운데 채무자의 연체이자와 추심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련한 ‘채무자보호법’도 1년 가까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밖에 우리은행 직원의 700억원 횡령 같은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당국이 마련한 내부통제 제도 개선안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입법과제가 쌓여 있지만, 다음주 열릴 법안소위가 이른바 ‘포퓰리즘 정쟁’으로 끝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공매도와 횡재세 등 여야가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법안들을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야당 관계자 : (횡재세를) 당론으로 채택해서 이걸 민다고 하면 (법안소위에) 올릴 수도 있죠. 속도가 확 빨라질 수 있습니다.]
두 정책 모두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할 수 있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함에도, 설익은 대책을 졸속으로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포퓰리즘에 밀린 민생법안, 고금리 속 서민들과 기업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경제TV 서형교입니다.
서형교 기자 seogyo@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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