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APEC 경제외교 돌입…애플 팀 쿡 “부친이 한국전 참전용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에 방점을 찍으며 2박 4일간의 순방 일정에 돌입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를 접견했다. 윤 대통령이 쿡 CEO를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이 있는 한국 입장에서 애플은 ‘프레너미(frenemy, 친구를 뜻하는 friend와 적인 enemy의 합성어)’에 가깝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삼성과 애플은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은 삼성이 20%로 1위, 애플이 17%로 2위다. 동시에 200곳 이상의 한국 기업이 애플과 파트너십을 맺고 애플이 구매하는 각종 부품의 30%를 담당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비중이다.
이날 윤 대통령과 쿡 CEO가 만난 장면만 놓고 보면 ‘프렌드’에 한층 가까웠다. 윤 대통령이 “반갑다”고 인사하자 쿡 CEO는 “만나서 영광이다”며 윤 대통령의 손을 잡았다. 윤 대통령이 “저도 이렇게 만나게 돼 기쁘다. 한번 뵙고 싶었다”고 재차 환영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에 따르면 이어진 비공개 대화에서 두 사람은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애플은 우리 디지털 혁신 생태계 성장에 기여할 뿐 아니라, 세계 많은 미래 세대와 기업에 혁신의 영감을 주고 있다.”(윤 대통령)
“한국은 제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부친이 한국전 참전 용사로, 한국에 특별한 애정이 있다. 한국 정부의 도움이 없었다면 애플이 현재 위치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5년간 1000억 달러 이상의 거래를 성사시켰고, 향후에도 협력과 투자를 지속하겠다.” (쿡 CEO)
“부친께서 한국전에 참전해 헌신해준 데 대해 국민을 대표해 감사드린다.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지속 확대해달라. 정부도 적극 지원하겠다.”(윤 대통령)
쿡 CEO는 APEC 부대 행사로 각국 정상과 빅테크 기업 CEO들이 참석하는 ‘CEO 서밋’에는 불참했지만, 윤 대통령에게 별도로 요청해 접견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애플이 ‘자사 결제 시스템’(인앱결제)을 강제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공정위나 방통위의 제재 내용이 거론됐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CEO 서밋이 열리기 직전 미국 유수 기업의 최고경영진과 사전 환담했다. 특히, 실판 아민 GM 수석 부회장은 ”한국 정부의 과감한 규제 개혁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제도 개선으로 한국에서의 기업 활동에 자신감이 생긴다“며 “지난 30년간 파트너십에 이어 앞으로도 한국 생산을 계속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APEC 정상회의의 부대 행사로 각국 정상과 주요 기업 최고경영진 등 1200여 명이 참석한 CEO 서밋에서 윤 대통령은 ‘연결성’을 화두로 기조연설했다. ▲ 교역ㆍ투자ㆍ공급망 ▲ 디지털 ▲미래세대 등 3대 분야의 연결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무역체계가 흔들리는 최근 국제 정세 속에 “다자무역체제의 수호자로서 APEC의 역할과 위상은 계속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한 윤 대통령은 “조기 경보시스템 구축 등 과거 위기에서 축적한 경험을 공유하면서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APEC의 최우선 협력과제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재미 청년 과학기술인들도 따로 만났다. 윤 대통령은 시내 한 호텔에서 ‘글로벌 과학기술ㆍ디지털 협력 강화를 위한 재미 한인 미래세대와의 대화’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미래세대 연구자들이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혁신적인 연구에 실패 걱정 없이 도전할 수 있도록 R&D(연구개발) 정책을 바꿔나가는 중”이라며 “세계 최우수 연구자들과 글로벌 연구 협력 기회를 크게 확대하고, 해외 연구자가 대한민국 정부의 R&D에 참여할 수 없었던 제한도 없애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내에서 R&D 예산 삭감에 대한 논란이 큰 가운데, 청년 연구자들에 대한 지원 등 체질 개선의 큰 흐름 속에서 이를 이해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최상목 수석은 현지 브리핑에서 “국내 연구기관만 참여할 수 있던 정부 R&D에 해외 한인 연구자도 함께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해 한인 미래세대 연구자를 적극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권호 기자 kw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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