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김건희 특검' 승부수…'거부권 딜레마' 빠진 與
尹, 김건희특검 거부권 행사 부담 커
더불어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검사 탄핵소추안에 이어 김건희 여사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법을 비롯한 '쌍특검법'의 강행 처리를 예고하는 등 대여 공세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죄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안에 이어 김건희 특검법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내년 총선을 목전의 둔 여권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놓고 첨예한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민주당이 내년 예산안을 볼모로 특검카드를 밀어부칠 가능성도 있어 연말 '예산 정국'도 차갑게 얼어붙을 공산이 크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르면 이달 말 '쌍특검법'을 처리할 예정이다. 쌍특검법은 '50억 클럽'이라고 불리는 대장동 개발사업 불법 로비 의혹과 김건희 여사의 연루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이 수사 대상이다.
'김건희 특검법' 이르면 이달말 강행처리
두 특검법은 올해 4월 야당이 공조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으며, 민주당은 숙려기간을 거쳐 지난 달 24일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르면 오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쌍특검법이 처리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다음 본회의는 30일이다.
두 특검법은 국회법상 본회의에 부의된 날로부터 60일째인 12월22일 전에 상정돼야 한다. 이 때 상정이 불발되면 이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그러나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YTN 라디오에서 "(12월22일) 그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며 "정기 국회 내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총선을 5개월 남겨두고 특겁법 처리 '데드라인'을 앞당기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본회의 상정권을 가진 김진표 국회의장을 향한 압박 신호라는 해석도 나온다.
두 특검법 가운데 여야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김건희 특검'이다. 당초 김 여사가 2009~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은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 수사에서 혐의점을 찾지 못하고 종결된 바 있다. '친문 검사'로 꼽히는 이정수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를 지휘했는데, 이는 특검을 해도 수사 결과에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다만 올해 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관련자가 이 사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점은 변수다.
여당은 고심이 깊은 모습이다. 특검을 수용하면 대통령실은 '헌정사상 초유의 영부인 수사'라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일방적인 국정운영'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 데다, "수사에 성역이 없다"는 윤 대통령의 소신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쉽게 꺼낼 수 없는 카드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예산까지 '목줄' 잡힌 與…"총선 앞두고 대형폭탄"
쌍특검법으로 예산 정국까지 뒤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여야 합의'를 본회의 소집 조건으로 내걸고 있어, 여당에서 계속 거부하면서 쌍특검법을 지연시킬 순 있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한 법정 시한은 불과 보름 뒤인 다음달 2일로, 지난해처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제때 처리하지 못할 경우 내년도 나라살림 집행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본회의 소집을 거부하면 예산안 처리 지연에 대한 부담이 여당으로 옮겨 갈 공산이 크다.
민주당 관계자는 "본회의 표결 요건도 갖춘 만큼 처리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총선에서 여당 지지율을 포기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지난 11일 KBS 정관용의 시사본부에서 "윤 대통령이 김 여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스타 검사'의 가장 큰 자산인 공정과 상식이 위험해질 수 있다"며 "총선을 앞두고 대형폭탄이라 본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안팎에서 '특검 수용으로 정면돌파를 선택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당내 일각에서 '차라리 특검을 받아들여 깨끗이 결론 내면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할 반전 카드로 쓸 수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있긴 했다"면서도 "특검 기간을 어떻게 정할지도 변수인 데다, 만에 하나라도 총선 직전 잘못된 (유죄) 결론이 나오면 돌이킬 수 없는 만큼 실현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이대로 가면 민주당의 총선용 공작에 말려드는 것"이라고 전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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