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실형' 박병곤 판사 SNS 정치적 글 게시에 '엄중 주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이례적으로 무거운 실형을 선고해 논란을 빚었던 박병곤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자신의 SNS에 올린 정치적인 글로 '엄중 주의' 처분을 받았다.
16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해당 법관의 임용 후 SNS 이용과 관련해 법관징계법, 법관윤리강령,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의견 등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했고, 독립된 감사기구로서 대다수가 외부위원으로 구성된 법원 감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법관 임용 후 SNS에 게시된 일부 글 중 정치적 견해로 인식될 수 있는 글을 올린 부분에 관해 소속 법원장을 통해 엄중한 주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재판장인 박 판사는 지난 8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정 의원은 2017년 9월 자신의 SNS에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씨와 아들이 박연차씨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적어 유족들로부터 사자명예훼손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당했다.
애초 검찰은 2021년 9월 정 의원을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은 사건을 정식 심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지난해 11월 사건을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지난 6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정 의원에게 약식기소 때와 동일한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는데, 박 판사가 정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이례적으로 중형을 선고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판사가 과거 판결한 총 35건의 명예훼손 사건 중 33건이 벌금 혹은 무죄, 다른 1건은 집행유예였고 유일하게 실형을 선고한 것이 정 의원 사건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정 의원은 "다분히 감정이 섞인 판단이라고밖에 이해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그런데 판결이 선고된 이후 박 판사의 학창 시절 활동과 SNS 게시글 등을 통해 그의 정치 편향성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박 판사가 고3 때인 지난 2003년 10월 작성한 글에는 "만일 그들(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고 싶으면 불법 자금으로 국회의원을 해 처먹은 대다수의 의원들이 먼저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다"는 내용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판사가 대학생 때로 추정되는 시기 블로그에 "고등학교에 입학해 지역 좌경화를 선동", "법조계의 적화를 꾀하라는 지하당의 명령을 받아 법과대학에 침투" 등의 글도 올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 판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방송인 주진우씨 등 주로 야권 인사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follow)해왔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박 판사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하고 있었다. 박 판사의 과거 글 중엔 "민주노동당에서는 나를 '(수원) 영통지역 최연소 당원'이라 부른다"는 내용도 있었다.
지난해 3월 9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선에서 패배한 뒤에는 "이틀 정도 소주 한잔 하고, 울분을 터뜨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는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박 판사가 이번 판결 선고를 앞두고 논란이 될 것을 미리 예상해 법조인대관에서 자신의 정보를 삭제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 법률신문이 운영하고 있는 한국법조인대관에서는 박 판사의 정보가 검색되지 않고 있다.
한 보수성향 인터넷 매체는 박 판사가 과거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바탕으로 "국가보안법 등 관련 법률 위반 혐의가 있는지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진정서를 냈지만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정지은)는 "구체적인 혐의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라며 지난달 공람종결 처분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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