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북송 문제 부각한 北인권결의안 채택…北 "날조 문서"

박현주 2023. 11. 16. 16:1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인권 실상을 규탄하는 북한인권결의안이 19년 연속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채택됐다. 이번 결의안은 한국을 비롯한 62개국이 공동 제안했고, 탈북민 강제 북송과 관련된 문안이 지난해보다 구체화됐다.
유엔 총회 제3위원회가 15일(현지시간) 19년 연속 컨센서스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사진은 회의장 모습. 유엔 웹티비 캡처.


19년 연속 컨센서스 채택


15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산하에서 인권 문제를 담당하는 제3위원회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북한인권결의안을 컨센서스(표결 없는 전원 합의)로 채택했다. 북한인권결의안은 제3위원회에서 올해까지 19년 연속 채택됐으며, 2016년부터는 8년 연속 컨센서스로 채택되고 있다.

올해 결의안에는 “모든 회원국이 강제 송환 금지(non-refoulement) 원칙을 지킬 것을 강하게 촉구한다”며 “(북한과의) 국경 간 이동이 재개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특히 그렇다”는 문구가 담겼다. "국경 간 이동"은 지난해 결의안에 없던 표현이다. 북한이 코로나19로 폐쇄했던 국경을 개방한 직후인 지난달 9일 중국이 탈북민 수백명을 북한에 송환한 사건을 우회적으로 겨냥하는 목적이다. 다만 결의안은 강제 북송의 주체인 중국을 거명하지는 않았다.

최근 유엔 총회 3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북한인권결의안. ″(북한과의) 국경 재개방″ 언급이 처음으로 담겼다. 결의안 캡처.


결의안은 강제북송 문제와 관련해 기존에 언급했던 '유엔 난민에 관한 지위 협약'와 '난민 의정서' 이외에 '고문방지협약'을 추가로 명시했다. 유엔 고문방지협약 제3조는 “어떤 당사국도 고문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다른 나라로 개인을 추방·송환·인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강제송환된 탈북민들이 수감, 고문 등 가혹한 처우를 당하고 목숨을 잃기도 하는 점을 염두에 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올해 결의안에는 북한 당국의 정보 통제와 관련해 "절대적 독점"(absolute monopoly)이라는 표현을 새로 추가했고 2020년 12월 제정된 북한의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재검토하라”는 권고도 담겼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과 탈북민 강제북송 비상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가족의 사진을 들고 탈북민 강제북송 중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스1.


외교부 "컨센서스 환영"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이 컨센서스로 채택된 것을 환영한다"며 "정부는 문안 협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올해 결의안에 강제북송 관련 문안이 보강된 점과 관련, 임 대변인은 "정부는 탈북민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결의안에 중국이 명시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임 대변인은 "결의안에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강제 북송 금지 원칙을 준수하길 촉구한다'고 적시돼 있다"며 "'모든 유엔 회원국'이라는 단어에 주목해달라"고 설명했다. 중국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결의안이 강제북송을 하지 말라고 촉구한 대상에 유엔 회원국인 중국이 포함됐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강조한 셈이다.

올해 결의안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유럽 연합(EU)이 문안 작성을 주도했으며, 한ㆍ미ㆍ일 등 62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 뉴스1.


北 "거짓, 날조, 음모"


북한은 올해 인권결의안에 대해서도 "날조된 문건"이라고 반발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인권 지적이 나올 때면 늘 "탈북민의 거짓 증언에 기반해 미국과 서방이 정치 공세를 가한다"는 식의 반론을 펼친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상정되자 "미국이 추동해서 EU가 매년 회람하는 반(反) 북한 결의안은 거짓, 날조, 음모가 담긴 사기 문서"라며 "고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가족을 버리고 탈출한 '인간쓰레기'의 진술로 채워졌다"고 주장했다. 북한 정권은 탈북민을 '인간쓰레기'로 매도해왔다.

15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컨센서스로 채택된 가운데 김성 주유엔북한대사가 발언하는 모습. 유엔 웹티비 캡처.


김 대사는 또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방어 논리로 활용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미국의 묵인 아래 팔레스타인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상당수의 죄 없는 민간인을 학살했다"며 "이스라엘에 한 마디도 하지 않으면서 북한 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건 전형적인 위선이자 이중 잣대"라고 주장했다.

북한 인권 문제가 부각될 때마다 서방의 인종 차별 등 논점과 벗어난 사안을 끌어오는 것 또한 전형적인 북한식 자기 합리화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ㆍ러 등 북한 두둔


중국, 러시아, 시리아, 베네수엘라 등 북한의 우방국도 결의안이 채택되자 "동참하지는 않는다"며 북한을 두둔했다. 그러면서도 반대 의사를 강하게 표시하거나 컨센서스 자체를 막지는 않았다. 컨센서스가 이뤄지지 않으면 결의안을 표결에 부치게 되는데, 이럴 경우 진영 대결까지 이어지며 북한 인권 문제가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조차도 컨센서스를 묵인하는 이유다.
15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컨센서스로 채택된 가운데 황준국 주유엔한국대사가 발언하는 모습. 유엔 웹티비 캡처.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결의안 채택 후 "한국 정부는 수백명의 탈북민이 강제 북송됐다는 보도에 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모든 회원국이 강제북송 금지 원칙을 지켜야 하며, 북한은 민생을 외면하고 핵·미사일 개발에 집착할 게 아니라 인권 상황 개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채택된 결의안은 다음 달 유엔 총회 본회의에 상정돼 역시 컨센서스 방식으로 채택될 전망이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