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난 사람]소설 ‘휴남동 서점’ 이후 다시 에세이…황보름 “평생 작가의 꿈 이루고파”

서믿음 2023. 11. 1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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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단순생활자' 출간
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이후 에세이 복귀
"전업 작가로서 아직 안정기 아냐"
"평생 쓰는 작가 꿈 희망"

황보름 작가는 약 7년을 직장인으로 살았다. 대기업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으로 일했다. 나름 안정적인 직업이었지만, 그 안에서 ‘만족감’을 찾을 수 없었다. 행복은 다른 곳에 있었다. 문장을 쌓아 올려 하나의 글을 완성하는 것에서 풍성한 의미를 발견했다. 머릿속을 문장으로 가득 채우고, 더 좋은 문장을 고민하며 보내는 시간 속에서 행복감을 느꼈다. 결국 퇴사를 감행했다. 이후 10여년을 전업 작가로, 에세이 집필에 몰두했으나 만족할 만한 성취로 돌아오지 않았다.

반응은 예상치 않게 소설에서 움텄다. 전업 작가로 보낸 30대의 삶에 마침표를 찍고 2021년1월1일 직장인으로 회귀했을 무렵, 소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마침표를 쉼표로 바꿔 문장을 다시 이어 붙였다. 아침 9시에 업무를 시작하는 대신,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펜을 들었고 그간의 상황과 심정을 에세이 ‘단순 생활자(열림원)’에 담았다. "작가가 되기는 비교적 쉬워도 작가로 남기는 매우 어렵다"는 말을 이해하게 됐다는 황보름 작가를 마주했다.

황보름 작가

-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대흥행을 기록했다.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난해 찾아주시는 독자가 많아 기차와 버스를 타고 많은 곳을 다녔다. 간혹 여행 갈 때를 제외하고, 좀처럼 멀리 움직일 일이 없던 제게 지역 도서관이나 동네 서점을 찾아 독자를 마주하는 일은 매번 큰일이었다. 잔뜩 긴장했다가 집에 돌아오면 매번 녹초가 됐다. 일정을 소화하며 글을 쓸 생각이었지만 에너지가 없어 지난해에는 생각만큼 글을 쓰지 못했다. 결국 이번 책을 쓰기 위해 일정을 잠시 비웠다가, 출판사에 원고를 넘기고 난 뒤부터 다시 열심히 독자를 만나고 있다.

-해외 독자 반응도 뜨겁다고 들었다.

▲어떻게 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아셨는지 해외 독자분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감상평을 전해준다. 짤막한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데, 신기하게도 한국 독자들과 비슷한 감상을 전해준다. 답변을 위해 번역기를 돌릴 때마다 영어 공부를 해야 하는데, 라고 생각하면서 지내고 있다.(웃음)

- 에세이스트로 출발해 소설가로 베스트셀러 작품을 거두고 난 뒤 낸 첫 에세이다.

▲이번 책을 쓰면서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말을 자주 들었다. 처음엔 잘 모르겠다고 답했는데, 이후에는 자꾸 자신에게 묻게 되더라. 부담스럽니? 어느 날에는 ‘아닌 것 같다’는 답이 나왔고, 어느 날에는 ‘그런 것 같다’, 또 어느 날에는 ‘한 글자도 못 쓸 만큼 그렇다!’는 대답이 나왔다. ‘어떤 글을 써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다가 결국 ‘내가 읽어서 좋은 글이면 된다’는 평소 생각으로 돌아왔다. 부담이 느껴질 때는 그렇게 저 자신을 독려했다. 출간한 지금은 제가 읽어서 좋은 글이 독자분들에게도 좋은 글이 되길 바라고 있다.

- 본래 에세이스트였다가 소설가로 글쓰기 영역을 확대했다. 에세이와 소설 중 개인적인 애정도에 차이가 없나.

▲에세이를 쓰면서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너무 힘들어서 외도 같은 느낌으로 소설을 썼다. 오랜 시간 에세이스트로 살다 보니 아무래도 에세이에 더 마음이 가는 게 맞다. 하지만 장르 구분 없이 애정도를 비교했을 때 둘 모두에 같은 크기의 애정을 주는 것도 맞다. 제 손끝에서 나온 문장들로 이야기가 됐다는 점에서 이제는 모두 소중하게 느껴진다.

- 전업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한 고군분투 과정이 있었다. 몇 번의 입사와 퇴사가 있었는데, 이제는 전업 작가에 안정적으로 안착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래도록 전업 작가로 살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 아직 안정적으로 안착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책에서 말했듯 작가가 쓴 글이 고봉밥이 되어 작가를 살찌우는 일은 그리 흔치 않다. 다만 앞으로 몇 년간은 글에 집중할 수 있어 다행이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 ‘몇 년’ 때문에 예전처럼 불안하지 않다. 이 ‘몇 년’이란 시간은 제게 엄청난 성취이자 기회다. 이후 일은 미래의 내가 감당하게 하고, 눈앞에 놓인 시간을 잘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 "글쓰기는 재능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 좋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루한 고행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중략) 고독을 끝까지 견뎌낼 것이냐"의 문제라고 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작가가 글쓰기엔 재능이 필요하다고 쓴 글을 읽으면 ‘정말 그럴지도 몰라’하고 생각하다가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어쩌면 하루키는 본인 같은 대작가를 염두에 두고 재능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하게 된다. 저는 재능보다도, 글 쓰는 게 좋아 계속 쓰다 보니 작가가 됐다. 비슷한 생각을 하는 작가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책을 내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천재적인 재능이 아니라 쓰지 못할 상황에서도 이를 악물고 써낸 시간들이었으니까.

- 이번 책을 내면서도 그런 시간을 통과했나.

▲역시 이를 악물어야 하는 상황들이 있었다. 마감일이 정해진 뒤 건강이 악화되는 바람에 한두 달은 정말 비련의 주인공 같은 몰골과 정신 상태로 글을 써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글을 썼나 싶은데, 한편으론 글을 써야 하기에 그 시간을 버텨내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 버텨낼 힘이 필요했을 텐데, 힘듦을 어떻게 해소했나? "단 한 시간이라도, 단 하루라도 가벼운 상태가 되는 것"을 "내가 찾은 휴식"이라 하기도 했다.

▲글을 쓰다가 힘이 들 때면 저를 압박하지 않는 방법으로 놓아둔다. 삼십 대 초중반 때는 어떻게든 자신을 몰아붙여 한 줄이라도 더 쓰게 했는데, 이젠 체력이 떨어져서 너무 쉽게 지치더라. 이번에는 쓰다 지치면 글에서 멀어지는 방법을 취했다. 청소를 하든, 산책을 하든. 때로는 그 일이 왜 유독 힘들게 느껴지는지 생각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어떨 때는 제가 저에게 자주 하는 ‘큰일이 아니야’라는 말을 소리 내 말하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렇게도 극복이 안 되는 힘듦은 그냥 견뎌낸다. 그러다 보면 언제나처럼 시간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덜 힘들어지더라.

- 대학 입학부터 퇴사까지 10년간 원치 않는 삶을 살았으니 이후 10년은 꿈을 찾는데 투자하기로 했고, 그 결과 현재 작가로 존재하고 있다. 본인의 꿈과 행복은 얼마큼 이뤄졌나.

▲10년 동안 이런저런 일을 해보다가 어떤 일이 좋아지면 그걸 평생 하려고 했다. 글쓰기도 그중 하나인데 쓰다 보니 너무 좋아졌고, 놀랍게도 작가가 됐다. 꿈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본다. 삶의 만족도 면에서 행복감을 느낀다. 앞으로도 계속, 평생 쓰는 작가의 꿈을 이루고 싶다.

- 꿈이 있지만 머뭇거리거나, 꿈을 못 찾아 방황하는 청년들이 찾아온다면 뭐라 말해주고 싶은가.

▲나는 꿈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야 하는 사람인지 자신을 잘 들여다보시길 바란다. 어떤 사람은 꿈과 관계 맺지 않고도 하루하루를 잘 살아갈 수 있는 반면, 어떤 사람은 꿈과 긴밀히 관계해야 잘 살아갈 수 있다. 후자라면 한 번 정도는 책임질 수 있는 선에서 꿈을 위한 시도를 해보길 권한다. 꿈을 못 찾은 분이라면. 한계를 두지 말고 경험을 차곡차곡 쌓길 바란다. 꿈은 어느 날 갑자기 영감처럼 찾아오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험하는 중에 뭔가를 잘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면 그때가 꿈을 찾는 순간일 수 있는 거니까.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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