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아닌데 '변별력 킬러' 됐다…오묘했던 수능 수학 22번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은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출제 기조를 유지하면서 최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이나 불필요한 개념으로 실수를 유발하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은 출제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교사들 “최상위권 변별력 높아졌다”
EBS현장교사단은 16일 수능 2교시 수학 영역 직후 열린 출제 경향 브리핑에서 “올해 9월 모의평가 출제 기조를 따르면서도 응시 집단의 특성을 고려해 적절한 난이도의 문항들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9월 모의평가와 구성면에서 매우 흡사하다. 지나친 계산을 요구하거나 불필요한 개념으로 실수를 유발하는 문항 등 소위 킬러문항은 배제됐고, 최상위권 학생들부터 중하위권 학생들까지 충분히 변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난이도의 문항이 골고루 출제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최상위권엔 작년 수능과 9월 모의평가 사이(난이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지난해 수능 수학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45점으로 ‘불수학’으로 불렸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통상 시험이 어려워 전체 평균 점수가 내려갈수록 높아진다. 통상 표준점수 최고점이 145점 이상이면 어려운 수능, 135점 이하면 쉬운 수능으로 평가한다.
올해 9월 모의평가도 표준점수 최고점이 144점으로 지난해 수능과 비슷해 전반적으로 쉬운 시험은 아니었다. 하지만 만점자(표준점수 최고점) 수가 지난해 수능은 934명이었지만 9월 모의평가에서 2520명으로 대폭 늘어나 최상위권 변별력이 낮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대해 심 교사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단답형 문제 정답률을 9월 모의평가보다 조금 더 강화해 최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단답형인 22번, 30번을 9월 모의평가와 비교해 더 까다롭게 출제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단답형 풀이 과정에서도 교육과정에 위배되거나 사교육 스킬을 요구하는 수준까지 이르지는 않았다는 것이 심 교사의 평이다. 심 교사는 “예를 들면 (킬러문항이 출제되던) 예전에는 (문제를 풀기 위한) 가, 나, 다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많이 줬지만, 이번에는 조건이 딱 한 가지”라며 “기존에 킬러문항은 풀이 과정이 상당히 길지만, 이번에는 계산량이 상당히 줄어 있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변별력이 높았던 문항으로는 수학Ⅰ 15번, 수학Ⅱ 22번, 확률과통계 30번, 미적분 30분, 기하 30번 문항이 꼽혔다. 교사단은 “관련 정의와 개념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바탕으로 주어진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문제로, 상위권 학생들을 변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 교사는 “22번 문제는 풀이과정이 상당히 길었던 작년 수능 킬러문항과 달리 그래프까지 접근하면 계산량이 상당히 줄어드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누구나 삼차함수 그래프 개형을 그릴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수능은 사교육 스킬로는 접근하지 못할 것이란 강력한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평가했다.
9월 모의평가보다 까다로워…“변별력 확보”
입시업체에서도 비슷한 분석을 내놨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작년 수능보다 쉽고 9월 모평보다는 까다롭게 출제됐다”며 “22번이 상위권 등급 가르는 문항”이라고 분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9월 모의평가 수학 만점자가 2520명 발생한 만큼 수능에선 최상위권 변별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선택과목별 난이도 차이가 있어 유불리가 갈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임 대표는 “미적분과 기하는 9월 모의평가 대비 비슷하거나 어려웠지만 확률과통계는 9월보다 쉬웠다”고 말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도 “확률과통계는 작년 수능보다 쉽고 9월 모평과는 비슷하게 출제됐다”고 했다. 이어 “미적분은 작년 수능보다 쉽고 9월 모평보다는 비슷하거나 약간 어렵게, 기하 과목은 작년 수능과 비슷하고 9월 모평보다는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고 덧붙였다.
최민지·장윤서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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