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이식받은 아킬레스건, 반쪽짜리일수도…피해자 6500명

이서현 2023. 11. 1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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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지 않은 '반쪽 아킬레스건'을 수입해 병원에 납품하고 요양급여 100억원을 챙긴 이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수입·납품 업체들은 2012년 3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은 온전한 아킬레스건을 수입한 것처럼 속여 반쪽 아킬레스건 6770개를 수입해 병원 400여곳에 납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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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아킬레스건’ 납품하고 100억 챙겨
경찰, 수입·납품 업체 등 85명 송치
영업사원이 수술실서 아킬레스건 다듬기도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2계장 박명운 경정이 아킬레스건 모형을 들고 미승인 인체조직(반쪽 아킬레스건) 수입·유통업자를 검거한 것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지 않은 ‘반쪽 아킬레스건’을 수입해 병원에 납품하고 요양급여 100억원을 챙긴 이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찰이 파악한 피해 환자는 6500여명에 달한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국제범죄수사계는 미승인 아킬레스건 수입·납품 업체 일당 32명 및 의사 30명, 간호사 22명, 의료기관 종사자 1명 등 총 85명을 입건해 불구속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들은 인체조직법 위반(4명), 사기(17명), 개인정보보호법 위반(27명), 의료법·의료기기법 위반(37명) 혐의로 지난 6월과 지난달 모두 3차례에 걸쳐 검찰에 넘겨졌다.

아킬레스건은 무릎 십자인대 재건 수술 등에 사용된다. 그러나 국내 수요에 비해 기증자가 적어 외국에서 수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에 따르면 수입·납품 업체들은 2012년 3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식약처로부터 승인받은 온전한 아킬레스건을 수입한 것처럼 속여 반쪽 아킬레스건 6770개를 수입해 병원 400여곳에 납품했다. 대상 병원은 전국에 분포해 있으며 대형·중형병원들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냉동된 아킬레스건.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은 지금까지 환자 6500여명의 수술에 반쪽 아킬레스건이 사용된 것으로 파악했다.

납품업체가 유통한 반쪽 아킬레스건은 온전한 아킬레스건을 반으로 자른 제품이었다. 정상 제품의 수입가는 82만원인 반면 반쪽짜리는 52만원 수준이다.

납품 업체는 이런 수법으로 요양급여 100억원 상당을 편취했다. 온전한 제품을 납품할 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148만원이 나오는데, 훨씬 더 저렴한 미승인 아킬레스건을 사용하고도 제값의 요양급여를 받아낸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뢰로 지난해 2월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수입업체 2곳을 압수수색해 조직이식 결과기록서 등 반쪽 아킬레스건이 사용된 정황을 확보했다.

영업사원에게 아킬레스건을 다듬어달라고 요구하는 병원 관계자의 문자. 서울경찰청 제공


의료기관은 납품업체로부터 현금 등 리베이트를 제공받는 조건으로 환자의 의료정보 등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술 과정에서 의료법을 위반한 사실도 적발됐다. 영업사원이 직접 수술실에 들어가 아킬레스건을 환자 신체에 맞게 다듬거나 응급구조사가 간호사 대신 수술을 보조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찰은 다만 의사들이 의도적으로 반쪽 아킬레스건을 사용했는지 여부에 대해선 명확히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의사들도 미승인 제품인 것을 알고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의사들에 대해선 리베이트와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 방조, 환자 개인정보 제공 등 증거가 명확한 혐의만 적용해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반쪽 아킬레스건을 이식받은 환자 명단을 전달해 추후 조치가 이뤄지도록 했다.

또 반쪽 아킬레스건 수입·납품 업체와 연관된 의사 등을 추가로 확인해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서현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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