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부터 애니메이션까지 아우른 대종상, 빈자리는 숙제
[성하훈 기자]
▲ 59회 대종상영화제가 15일 저녁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 개최됐다. |
ⓒ 대종상영화제 제공 |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59회 대종상영화제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미술상, 시각효과상, 음향효과상 등 6관왕을 차지했다. <올빼미>는 신인감독상과 각본상, 편집상 등 3관왕이 됐고, <밀수>는 감독상과 촬영상을 수상했다.
15일 저녁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 배우 차인표와 장도연의 사회로 개최된 59회 대종상영화제는 특별하게 편중된 수상 없이 15개 작품이 골고루 상을 나눠 갖는 결과로 마무리됐다. 지난 2017년을 기점으로 심사에 대한 잡음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근래 들어 상업영화의 잔치에 불과한 성격에서 차츰 폭을 넓히는 중이다. 올해는 수상작의 범위가 저예산 영화와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으로 늘어났다.
"1만 관객 영화 소개할 수 있어 영광"
대표적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김서형 배우는 독립영화 <비닐하우스>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영화를 관람한 관객이 1만 명을 넘기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빼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수상 소감도 특별했다. 감사 인사 후 영화에 대한 긴 설명이 이어졌다. "'비닐하우스'가 어색하실 수도 있어서 소개해드리고 싶다"며 운을 뗀 그는 "청소년 범죄, 그리고 자해를 하는 결핍있는 질환자, 성폭력 등 사회 문제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핵가족화에서 핵개인화가 된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고령화 사회가 되고 가족 문제, 여러 문제가 발생하면서 돌봄이라는 키워드가 있다"라며 "그런 한 여자의 삶이다. 위태한 경계 안에서 자신을 챙겨야 하는 영화였다"라고 덧붙였다.
▲ 59회 대종상 여우조연상 수상자 <비닐하우스> 김서형 |
ⓒ 대종상영화제 제공 |
김서형 배우는 "얼마 전에도 파리나 독일에서 한국독립영화제가 성황리에 끝났다. 난 배우로서 독립영화와 한해를 함께 보냈지만, 발자취를 남겨주고 계신 모든 관계자들 덕으로 이 자리에 있는 거 같다. 새로운 기회를 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신인여우상은 역시 저예산 독립영화로 제작된 <다음 소희> 김시은 배우가 수상했다.
"대종상, 다큐멘터리 관심 감사"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양영희 감독의 <수프와 이데올로기>도 주목받았다. 조총련의 거물급 인사였던 아버지와 제주 4.3 항쟁의 혼란 속 고향을 등진 어머니를 그려낸 <수프와 이데올로기>는 2021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제경쟁 대상을 수상했을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는데, 대종상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북에 있는 오빠 가족들을 촬영한 영화로 <디어 평양>(2006), <굿바이 평양>(2011) 등을 연출하기도 했다.
▲ 59회 대종상영화제 다큐멘터리상 수상자인 <수프와 이데올로기> 양영희 감독과 남편 |
ⓒ 성하훈 |
특히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콘크리트 유토피아> 제작사 클라이맥스 스튜디오 변승민 대표가 수상 소감에서 양영희 감독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오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수프와 이데올로기> 양영희 감독님의 첫 작품을 20년 전 아트시네마에서 봤었다. 그 작품을 보고 영화를 만들 때 카메라 뒤에 있는 사람에 대한 태도가 어때야 했는지를 배웠다"라며 "이분이 만드셨던 작품을 보고 저는 지금까지 영화를 했고,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고 인사했다.
저예산 영화 <드림 팰리스>는 대종이 주목한 시선상(작품)을 수상했다. 가성문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드림팰리스>는 대중에게 큰 관심을 받기에는 작은 규모라 이런 상을 받아 더 가치가 뜻깊다"라며 "제작사인 인디스토리가 최근 25주년을 맞았다. 곽용수 대표, 김화범 이사님 덕분에 큰 상을 수상하게 됐다"라며 영광을 돌렸다.
또한,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후보로 올라있던 김선영 배우를 향해 "김선영 배우님, 저는 사석에서 김선영 배우와 이야기하다 보면 '혜정'이라는 인물이 떠올라 궁상 맞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라며 "완벽한 연기로 혜정이라는 인물을 완성해주셔서 감사하다. 선배님과 치열한 작품을 만들고 완성한 기억이 제게는 너무 큰 배움이었다"고 인사했고, 이를 듣고 있던 김선영 배우는 눈시울을 붉혔다. 김선영 배우는 이어진 시상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 59회 대종상영화제 대종이 주목한 시선상(배우)을 수상한 <영웅> 정성화 배우 |
ⓒ 대종상영화제 제공 |
대종이 주목한 시선상(배우)을 수상한 <영웅> 정성화 배우는 "뮤지컬 '영웅'이 영화화됐다는 소식에 굉장히 기뻤다. 그 영화의 주인공이 됐다는 소식에 영광스러움을 금치 못했다"라며 "거기에 더해 300만이 넘는 여러분에게 이 영화를 보여드렸다는 것 자체로 뛸 듯이 기뻤다. 이 시선에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그는 이어 "뮤지컬 영화는 우리나라에서 불모지나 마찬가지였다"라며 "촬영 내내 어려움이 있었지만 노래를 잘 부르면 감정이 무너지고, 반대도 겪고 하니까 지치고 힘들기도 했지만 이게 경험이 되고 노하우가 돼서 다음 뮤지컬 영화는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덧붙였다.
대종상은 지난해부터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부문도 시상하고 있는데 올해는 이를 확대해 수상 범위를 작품과 감독, 남녀배우상으로 늘렸다. 시리즈 작품상은 <무빙>이, 시리즈 여우상은 <무빙> 한효주 배우에게 돌아갔다. 시리즈 감독상은 <카지노> 강윤성 감독에게, 시리즈 남우상에는 <카지노> 최민석 배우에게 각각 수여됐다.
공로상은 장미희 배우에게 수여됐고, 편집상은 김선민 감독에게 수여됐다. 김 감독은 지난해 <범죄도시2>에 이어 올해는 <올빼미>로 2년 연속 수상자가 됐다.
올해 본심 심사위원은 원동연(위원장. 제작자), 박종원(감독. 한예종 교수), 정성일(감독. 평론가), 조혜정(교수. 전 영화평론가협회장), 김선아(교수. 여성영화인모임 대표), 김도영(감독. <82년생 김지영>), 김홍신(소설가), 성준현(연극인), 강경호(경기대 교수) 등 9인이었다.
▲ 15일 저녁 수원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 59회 대종상영화제에 참석한 영화인들 |
ⓒ 대종상영화제 제공 |
한편 올해 대종상영화제는 빈자리가 많았다. 수상자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은 여전한 과제로 남게 됐다. 대리수상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미리 영상을 준비한 불참 수상자 외에는 별도 상패 증정없이 호명으로 끝난 경우도 많았다.
대종상은 국내에서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고 있으나 2000년대 이후 충무로 원로들의 이권 사업으로 변질되면서 비전문가들이 행사 실무를 맡았고, 이 과정에서 심사와 행사 운영과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각고의 노력을 통해 조금씩 변화하고 있으나 권위를 회복하고 완전한 신뢰를 얻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59회 대종상영화제 수상자(작) 명단은 다음과 같다.
▲최우수작품상 / <콘크리트 유토피아>
▲감독상 / 류승완 <밀수>
▲남우주연상 / 이병헌 <콘크리트 유토피아>
▲여우주연상 / 김서형<비닐하우스>
▲남우조연상 / 오정세 <거미집>
▲여우조연상 / 김선영 <콘크리트 유토피아>
▲신인남우상 / 김선호 <귀공자>
▲신인여우상 / 김시은 <다음 소희>
▲신인감독상 / 안태진 <올빼미>
▲각본상 / 현규리, 안태진<올빼미>
▲촬영상 / 최영환<밀수>
▲편집상 / 김선민<올빼미>
▲음악상 / 달파란<유령>
▲미술상 / 조화성<콘크리트 유토피아>
▲시각효과상 / 은재현<콘크리트 유토피아>
▲음향효과상 / 김석원<콘크리트 유토피아>
▲의상상 / 윤정희<킬링 로맨스>
▲다큐멘터리상 / 양영희 <수프와 이데올로기>
▲공로상=장미희
▲대종이 주목한 시선상(작품) / <드림팰리스>
▲대종이 주목한 시선상(감독) / 박재범 감독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
▲대종이 주목한 시선상(배우) / 정성화 <영웅>
▲시리즈 작품상 / <무빙>
▲시리즈 감독상/ /강윤성 <카지노>
▲시리즈 남우상 / 최민식 <카지노>
▲시리즈 여우상 / 한효주 <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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