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주겠다며 17억 편취…유명 건설사 전직 대표 구속

유명 건설사의 전직 대표가 아파트 건설 사업에 투자하면 분양권을 주겠다며 보증금을 받고 이를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15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시행사 대표 박모씨를 구속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5월 박씨를 사기 혐의로 입건했고, 법원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지난 9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어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추가 수사를 마치는 대로 피의자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2018년부터 경기 화성의 한 부지에 170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다며 투자자들에게 보증금 17억원을 끌어모은 뒤 이를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박씨는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겪어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급등한 건축비·토목비 등이 낮아질 때까지 조금만 시간을 달라"며 투자자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5년간 투자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박씨는 2000년대 초 (주)영남건설과 (주)코보스톤건설의 전직 대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남건설은 2003년 건설교통부 시공 능력 평가에서 전국 93위, 대구 3위에 올랐던 종합건설사로, 2004년 말 기준 2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코보스톤건설의 대표였던 박씨가 사업 확장을 위해 2006년 영남건설을 인수해 대표가 됐다. 하지만 인수 과정에서 금융권에 돌아온 18억원의 어음을 회수하지 못했고, 2007년 7월 부도처리 됐다.

그는 같은 해 12월 코보스톤건설을 폐업한 후 이듬해 10월 영남건설 대표직도 내려놨다. 이후 15년여만에 건설업으로 재기를 해보려다 또다시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