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믿느냐" 돌발 질문에, 바이든·시진핑 대답은 달랐다
366일만에 마주 앉은 '글로벌 수퍼파워' 미국과 중국의 정상이 나란히 ‘상대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각자의 방식으로 미묘한 속내를 드러냈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회담 직후 시 주석을 재차 ‘독재자’로 칭했다.
상대를 믿느냐는 질문은 시 주석이 먼저 받았다.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샌머테이오 카운티에 위치한 파이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진행된 정상회담을 현장 취재하던 한 미국 기자는 시 주석의 공개 발언 직후 중국어로 “바이든 대통령을 신뢰하느냐”고 물었다.
회담장에서 나온 돌발 질문에 시 주석과 마주 앉아 있던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측 배석자들의 시선은 일제히 해당 기자 쪽으로 쏠렸다. 그러자 시 주석은 질문이 나온 쪽을 잠시 응시한 뒤 별도 답변 없이 옅은 미소만을 지어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 그는 4시간여 진행된 시 주석과의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옛말에 나오는 것처럼 (시 주석을)믿되 검증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입장”이라며 “미국과 중국의 경쟁을 합리적이고 관리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나의 책임”이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회견장을 빠져나가려다 “회담 이후로도 시 주석을 ‘독재자’로 칭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나오자 가던 길을 멈추고 “그는 독재자”라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그는 미국과는 완전히 다른 공산국가를 이끄는 남자”라며 “1980년대 이래로 독재자였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1980년대’는 1989년 6월 4일 중국 당국이 민주화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한 천안문(天安門ㆍ텐안먼) 사태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 천안문 사태는 중국 공산당이 자행한 인권탄압의 상징으로, 중국은 천안문 사태 자체를 비롯해 사건이 발생했던 ‘89년’, ‘6월 4일’ 등을 사실상 금기할 정도로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이러한 표현은 매우 잘못되고 무책임한 정치적 농간"이라며 "중국은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적하고 싶은 것은 항상 중·미 관계를 이간질하고 파괴하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을 독재자로 칭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6월 한 모금 행사에서 시 주석을 독재자로 불렀고, 당시 주미중국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진지한 조치를 즉각 취할 것을 촉구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 7월엔 중국 정부를 ‘악당’으로 칭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회견 도중 질의를 한 기자를 구별하지 못하거나, 시 주석과 관련한 정확한 연도를 언급하지 못하고 말을 흐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5일 발표된 뉴욕타임스의 여론조사에서 미국의 유권자 71%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대통령 업무를 수행하기에 나이가 너무 많다’고 답하는 등 80세인 바이든의 나이는 재선에 최대 걸림돌로 꼽힌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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