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장관은 왜 '채 상병 사건'에만 지휘·감독권을 행사했다고 주장할까

김도균 2023. 11. 16.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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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순직 사건, 국방부장관·해병대사령관이 결제했던 유일한 사례

[김도균 기자]

 지난 9월 6일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유독 단 한 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왜 '채 상병 순직 사건'에 대해서만 지휘·감독권을 행사했다고 주장하는 것일까?

개정 '군사법원법'이 시행된 지난 2022년 7월 1일 이후 현재까지 민간으로 이관된 군인 관련 범죄 1100여 건 가운데 국방장관의 결제가 있었던 유일한 사례가 해병대 고 채 상병 순직사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병대 사령관의 결제를 받은 사건 역시 채 상병 사건밖에 없었다. 군 수사기관이 민간경찰로 넘긴 다른 사건들 중 국방부 장관은커녕 해당 군을 지휘·감독하는 육·해·공군 참모총장 및 해병대 사령관의 결제를 받고 넘긴 사건은 채 상병 사건을 제외하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서울 은평구갑)의원이 국방부 및 각 군의 군사경찰, 군 검찰로부터 받은 답변을 통해 확인됐다. 박 의원실은 국방부 조사본부, 국방부 검찰단, 육군 검찰단, 육군본부 군사경찰단, 공군 검찰단, 공군 수사단, 해군 수사단, 해병대 수사단에 '3대 이관범죄' 결제와 관련한 자료를 요구했다.

"군사법원법 개정 이후 3대 이관범죄 각에 대해서 국방부 장관의 결제를 거쳐 민간수사기관으로 이관된 사건 내역"과 "군사법원법 개정 이후 3대 이관범죄 각에 대해서 각군 참모총장(해병대의 경우 해병대사령관) 결제를 거쳐 민간 수사기관으로 이관된 사건 내역 및 건수"를 밝히라는 내용이었다.

지난 13~14일 국방부 및 각 군의 군사경찰과 검찰단은 의원실에 답변 자료를 보내왔다. 육·해·공군 군사경찰과 검찰단은 "없음" 또는 "해당사항 없음"이라고 답변했지만, 해병대수사단은 "고 채 상병 사건을 제외하고 군사법원법 개정 이후 국방부장관 또는 해병대사령관의 결제를 거쳐 민간 수사기관으로 이관한 사건은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개정 군사법원법에 따라 민간경찰에 이첩한 사건 현황은 총 11건(성폭력범죄 9건,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 2건)이며, 이중 국방부장관에게 보고한 현황은 1건"이라고 답변했다. 조사본부는 또 "해병대 고 채 상병 사망사고 관련 국방부장관의 지시에 따라 해병대수사단 원안기록을 재검토하여 그 결과를 보고 후 민간경찰에 이송(피혐의자 및 관계자)하였다"고 설명했다.

해병대 수사단과 국방부 조사본부가 언급한 1건이 바로 채 상병 순직사건이다.

이종섭은 왜 채 상병 사건에 대해서만 재검토를 지시했나

2021년 고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사건 당시 군사경찰의 은폐·축소 논란이 문제가 된 이후 군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시행된 개정 군사법원법은 ▲군내 성범죄 ▲군인 사망사건 중 그 원인에 범죄 의심이 되는 경우 ▲입대 전 범죄 등의 수사와 재판은 군이 아닌 민간 사법기관에 넘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0월 16일 국회 법사위의 군사법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개정 군사법원법이 시행된 2022년 7월 1일 이후 올 6월 30일까지 지난 1년간 군인 관련 범죄 가운데 총 1140건이 민간으로 이관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민간 이관 범죄는 개정 군사법원법 시행 이후 꾸준히 증가해 월 평균 100여 건이 통보됐다.

이런 추세로 보면 지난 6월 이후 지금까지 민간으로 이관한 군 범죄 건수는 400여 건가량 더 늘어났을 것으로 보이지만, 민간으로 이관한 모든 범죄를 통틀어도 국방부장관과 해병대사령관의 결제를 받은 사례는 채 상병 사건이 유일하다.

국방부 장관과 육·해·공군 참모총장 및 해병대사령관이 다른 사건에 대해서는 재검토 지시는 고사하고 결제조차 한 적이 전혀 없다는 사실은 이들이 3대 이관범죄와 관련해 군사법경찰이 범죄 정황을 발견하는 등 상황을 인지하면 즉시 지체 없이 민간 수사기관에 이첩하도록 한 개정 군사법원법의 취지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또 이는 필연적으로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 왜 유독 채 상병 사건에 대해서만 재검토를 지시했는가 하는 질문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

이 전 장관은 지난 9월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개정된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장관도 지휘감독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률 위반'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이첩보류만 지시'? 국방부 주장과 배치되는 문자 

16일 언론에 공개된 국방부장관 군사보좌관과 해병대사령관 사이에 오고간 문자 메시지는 채 상병 순직사건 조사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이 전 장관의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물증이다.

<연합뉴스>와 <노컷뉴스>에 따르면, 지난 8월 1일 박진희 당시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현재 육군 소장)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에게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박 보좌관은 우즈베키스탄 출장 중이던 이종섭 장관을 수행하고 있었다.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책임 관련자는 징계 검토'라는 박 보좌관의 메시지는 '이첩보류만 지시했을 뿐'이라는 기존 국방부 주장과 배치된다.

또 박 보좌관은 같은 날 오후 3시 53분 김 사령관에게 "ㅈㄱ님께서는 수사라는 용어를 쓰지 말라고 하셨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ㅈㄱ'은 '장관'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 보좌관은 "수사권이 없기에 수사가 아닌 조사라고 하셨고, 조사본부 이첩은 하지 말라고 하셨다"면서 이 장관 지시를 전달했다.

박 보좌관은 이에 앞서 7월 30일 오후 5시 49분 김 사령관에게 "오늘 보고 드린 내용을 안보실에도 보고가 되어야 될 것 같다. 내일 아침에는 국방비서관에게는 인지가 되어야 될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은 채 상병 사건 조사결과를 이종섭 전 장관에게 보고했다. 바로 다음 날인 7월 31일 오전에는 대통령 수석보좌관 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때문에 박 보좌관의 메시지는 채 상병 사건에 대통령실(국가안보실)의 개입은 없었다는 설명과도 상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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