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펫푸드' 사료, 체계적 기준 필요할 때
국내 펫푸드 사료 산업 근본적 변화 절실
사람은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을 먹는다. 주식뿐 아니라 취향에 따라 간식, 음료 등도 섭취한다. 허기진 배를 채운다는 단순한 이유뿐 아니라, 먹는 행위는 사람에게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반려견은 오로지, 사료에 의존한다. 반려견 세계에도 간식이 있긴 하지만 사람의 그것과 의미가 다르다. 사료의 중요성은 설파하지 않아도 보호자라면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성분만 부족하더라도, 반려견의 건강과 직결되는 게 바로 사료니 말이다. 하지만 국내 사료 시장은 어떠한가.
미국, 유럽에서는 반려동물의 사료를 다루는 영양학이 수의사인 전문의 분과에 속한다. 체계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전문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반려동물 영양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사료 산업 시장도 지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국내 사료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사료관리법에 따라 원재료 등을 명시하게 돼 있다. 문제는 축산동물과 반려동물 사료가 같은 사료 관리법 기준 아래에서 관리되고 있다는 거다. 때문에 반려견은 필수로 섭취해야 하는 세부 영양조차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사료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사료만으로 영양성분을 섭취해야 하는 반려견이 보호자의 잘못된 사료 선택으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되는 것처럼 불행한 일이 또 있을까. 사랑하는 반려견을 위해 보호자들은 사료의 성분 및 영양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벨에 표기된 7가지뿐 아니라 미국사료협회(AAFCO)나 유럽반려동물산업연합(FEDIAF)에서 제시하는 40여 가지 세부 기준을 충족했는지, 반려견이 닭고기, 연어 등 사료 성분 중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또 알레르기는 있는지 등 관심을 기울여 사료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하지만 보호자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내 사료 시장의 소비자 교육 및 정보 자료는 턱없이 부족하다. 보호자가 관심을 기울여도 한계에 부딪히는 이유다. 사료를 고를 때 판가름 나는 영양소와 성분 등에 대해 보호자들이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거기에 사료 브랜드의 투명한 정보 제공 또한 부족한 상태이기에 보호자들은 궁금증은 높고 관심은 많지만, 결국 마케팅이나 광고에 의존해 사료를 택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가 요구될까. 국내 사료 산업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사료 브랜드는 연구와 개발에 더 많은 투자를 해 과학적으로 균형 잡힌 사료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보호자들에게 사료의 성분과 영양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올바른 사료 선택을 위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해외에서 대두되고 있는 그레인프리(Grain Free·곡물이 들어있지 않은 사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2017년부터 그레인프리 사료와 확장성 심근병증(Dilated Cardiomyopathy, 이하 DCM)과의 연관은 이슈가 됐다. 2018년 미 식품의약청(FDA)은 그레인프리 사료와 DCM 발병에 관계가 있다고 발표했고, 미국, 영국 등의 사료 업계는 판도가 뒤집혔다. 그레인프리가 주를 이루던 시장이, 그레인을 넣은 사료로 말이다. 하지만 국내는 아직도 그레인프리 사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 식품의약청뿐 아니라, 전문의들이 발표한 논문이 30개가 넘지만, 국내는 그레인프리 사료에 관한 문제조차 거론되지 않고 있다. 사료 시장의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았다. 사료 레시피 수정이나 개선 등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레인프리 사료의 위험성에 대응해 재빠르게 다양한 프리미엄 사료가 등장하는 해외 시장과 상반되는 모습이다.
반려견 시장이 확대되고, 다양화, 전문화되고 있다. 펫 푸드 시장의 규제와 표준 설정 등의 근본적인 문제조차도 해결되지 않은 실정에, 맛있는 간식, 즐거운 산책 등에 투자하는 것이 의미 있을까. 국내외 최신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보다 엄격한 사료 표준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는 것이 중요한 때다. 실우치구가 되지 않게 말이다.
김희수 림피드 대표이사 겸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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