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프로당구 선수야”…1538일 만의 우승, 감격의 눈물 흘린 최원준

김명석 2023. 11. 1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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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이 1538일 만에 프로당구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프로당구협회 제공
최원준이 1538일 만에 프로당구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직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프로당구협회 제공
최원준이 1538일 만에 프로당구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프로당구협회 제공

“반짝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최원준(45)이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4년 전 첫 우승 이후 오랫동안 겪었던 설움을 마침내 털어냈기 때문이다. 무려 1538일 만의 우승으로 그동안 자신을 따라다녔던 반짝이라는 오명, 팀리그 방출 등의 아픔 등을 모두 씻었다. 두 딸에게 ‘프로당구 선수’로서 자랑스러운 아빠가 됐다는 점에서 그에겐 더욱 값진 우승이 됐다.

최원준은 지난 15일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PBA 6차 투어 NH농협카드 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비롤 위마즈(튀르키예)를 4-2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19년 8월 30일 이후 4년 2개월 만에 통산 두 번째 우승. 1억원의 상금과 함께 사상 처음으로 팀리그 소속이 아닌 선수의 우승이라는 새 역사까지 썼다.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최원준은 두 팔을 번쩍 들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더니 이내 눈물을 쏟았다. 이후 시상식에서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첫 우승을 한 뒤 양지에서 음지로 내려가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반짝이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며 거듭 눈물을 훔쳤다.

최원준은 PBA 출범시즌인 지난 2019~20시즌 3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웰뱅 챔피언십 우승을 끝으로 우승과 인연이 닿지 않았다. 2020~21시즌 출범한 팀리그에선 블루원엔젤스에 입단했지만, 불과 한 시즌 만에 방출당했다. 최원준의 첫 우승도 점점 의미가 퇴색됐다. 첫 시즌 반짝 우승 이후 ‘잊힌 챔피언’에 머물렀다. 스스로 “정말 긴 슬럼프를 겪었다”고 돌아봤다.

1538일 만에 프로당구 통산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최원준. 프로당구협회 제공

오랜 시간 절치부심했다. 블루원엔젤스 시절 팀 리더였던 엄상필의 조언을 바탕으로 부단한 노력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번 대회를 통해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그는 128강부터 32강까지 모두 3-0 완승을 거뒀다. 직전 투어 챔피언인 최성원과의 준결승에서도 풀세트 접전 끝에 4-3으로 승리하고 결승 무대에 올랐다.

위마즈와의 결승에서도 기세를 이어갔다. 첫 세트 4이닝부터 5-4-6점 장타를 앞세워 6이닝 만에 15-5로 승리, 기선을 제압했다. 2, 3세트를 내준 뒤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4세트에서도 첫 공격을 뱅크샷을 포함해 하이런 8점으로 채우는 등 15-3으로 잡아냈다. 4세트와 6세트에서도 한번 분위기를 탈 때마다 다득점에 성공했다. 11-2로 크게 앞서던 6세트 4이닝에선 남은 4점을 한 번에 채우고 정상에 우뚝 섰다.

최원준은 “첫 우승 때는 PBA가 정말 쉬운 줄 알았다. 그 이후에 내리막길을 걸었고, 사람들의 시선이나 평가들이 너무 힘들었다. 이 날이 다시 올지 몰랐다. 우승해서 너무 기쁘다”며 “10살인 큰 딸이 학교에 가서 자랑스럽게 ‘우리 아빠가 우승했다, 우리 아빠 프로당구 선수야’라고 한다고 했다”며 그제야 웃어 보였다. 1538일 만의 우승만큼이나 값진 건 더욱 자랑스러운 아빠가 됐다는 점이었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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