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칼럼]로펌을 퇴사할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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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나는 다니고 있던 로펌에서의 퇴사를 결심했다.
나 또한 고민이 안 되는 건 아니었고, 딱히 성공할 대단한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길이 내 일의, 내 삶의 의미를 더 잘 알아가게 되는 길일 거라는 데 대한 자신은 있다.
나는 원래 성공에 대한 과대망상적인 확신이 아니라, 그런 내 삶을 향해간다는 자신으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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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나는 다니고 있던 로펌에서의 퇴사를 결심했다. 주변에서는 걱정 어린 시선도 있었고, 성공할 자신이 있냐고 묻는 경우도 있었다. 나 또한 고민이 안 되는 건 아니었고, 딱히 성공할 대단한 자신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살아오면서 중대한 선택을 할 때, 그다지 고민 없는 확신으로만 가득했던 때는 없었다.
여러 권의 책을 출간했지만, 책을 낼 때마다 성공할 거라는 확신으로 가득 찰 때는 없다. 결혼하거나 아이가 태어났을 때도 내가 완벽한 결혼생활을 해낼 거라거나, 아이를 너무도 잘 키울 자신 같은 건 딱히 없었다. 뒤늦은 나이에 로스쿨에 갔을 때도, 전교 1등을 할 거라든지, 변호사 시험에 무조건 합격할 거라는 확신도 역시 없었다.
그러나 그런 매번의 선택 때마다, 내게는 다른 종류의 확신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내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으로 인해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할 거라는 확신이었다. 삶에서의 선택은 언제나 내가 보다 더 진실한 나의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런 바람으로 일단 선택하고 나면, 이제 그 삶에 온 마음을 다하여 충실하면 되는 것이었다.
퇴사를 결심하고 가장 먼저 한 것은 국선변호인에 신청하는 일이었다. "지옥에 가지 않을 변호사는 국선변호인뿐"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의 진의를 알고 싶었다. 일반 사선 사건도 같이 할 테지만 국선변호인의 일이 어떻기에 변호사들 사이에서 그런 말까지 있는지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할 자신은 없다. 그러나 내가 태어나서 한 번뿐인 삶에서 나의 일과 직업을 선택하는 것인데, 그 일의 의미만큼은 더 잘 알고 싶다는 마음은 있다. 그래서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길이 내 일의, 내 삶의 의미를 더 잘 알아가게 되는 길일 거라는 데 대한 자신은 있다. 나는 원래 성공에 대한 과대망상적인 확신이 아니라, 그런 내 삶을 향해간다는 자신으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나는 나름의 여정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사실 회사에 다니는 동안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제안과 만남도 많았다. 강연이나 기고만 해도 절반쯤은 거절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손들을 다시 잡아 나가볼 생각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부지런히 세상을 거닐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나의 역할을 찾고, 삶의 의미를 얻는 연습을 이어 나가볼까 한다. 내가 찾는 건 '업계 탑'이 되는 성공 같은 게 아니라, 나의 방식으로 세상을 거닐고 삶을 사랑하는 일이다.
나아가 나는 아이의 마지막 유년기라 할 수 있는 해를 조금은 더 시간 여유를 갖고 함께 보낼 수 있어 다행일 거라 생각한다. 지난겨울에는, 늘 회사를 마치고 오면 어두워서 아이랑 눈사람 한 번 만들기 어려웠다. 주말에는 눈이 이미 녹았거나 더러워진 뒤였다. 회사를 마치고 오면 늘 늦은 저녁이었기에, 요리 한 번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 나는 시간을 다스리는 입장에서, 조금 더 가족에게 시간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 또한 내가 더 나의 삶을 살아가는 한 방식이 될 것이다.
삶은 늘 연습이고 실험이다. 내게는 퇴사 또한 내 삶을 더 잘살아 보고 싶은 한 번의 연습이자 실험이다. 그 시도의 성패가 어떠하든, 나는 또 내게 주어진 시절에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마찬가지로 저마다의 선택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응원하고 싶다.
정지우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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