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진보정치인의 쓴소리 "이준석과 연대? 그건 '묻지마 연합'"

김보성 2023. 11. 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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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당 비상대책위 출범 당일 만난 김영진 정의당 부산시당 위원장

[김보성 kimbsv1@ohmynews.com]

 15일 오후 부산시 부산진구 양정동 당사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영진 정의당 부산시당 위원장.
ⓒ 김보성
 
"지난 1년간 재창당 과정은 실패했다고 본다. (중략) 현재의 정의당으론 안 된다. 더 진보적으로 가야 한다."

최근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이 거둔 득표율은 1.83%. 어느 때 보다 심각한 상황의 정의당을 놓고 부산에서 오랫동안 진보정치 활동을 해온 한 정치인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그는 지금 정의당 모습으론 더는 지지를 얻기 어렵다고 봤다.

이정미 당 대표 체제를 거쳐 정의당 사태 수습에 나선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국회에서 "정의당의 위기가 사실"이라며 이를 재확인했다. 김준우 위원장은 그러면서 "우리가 많이 잘못한 것 같다"라는 반성문까지 내놨다.

여의도와 멀리 떨어진 곳에선 이같은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정의당을 놓고 갑론을박이 뜨겁지만, 상대적으로 지역의 목소리를 듣기는 어렵다. 비대위원장의 기자회견이 진행된 같은 날 오후 <오마이뉴스>는 부산당사에서 김영진 정의당 부산시당 위원장을 만났다. 그리고 '김준우 비대위'에 대한 기대, 최근 당의 상황과 문제, 선거연합 등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날 그의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정체성', '안 된다'라는 말이었다. 어떤 경우에도 진보정당의 가치를 우선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년 총선 전략인 선거연합정당 추진 또한 이런 방향에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당내에서 나오는 제3지대 신당 주장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표시했다. 정의당이 가야 할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산지역본부장을 지낸 김영진 위원장은 연이어 당직선거에서 당선돼 부산 정의당을 이끌어 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는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혁신재창당과 관련해선 녹색당뿐만이 아닌 전체 진보정당과 선거연합을 강하게 주장한 전국위원회 위원 중 한 명이다. 그와 나눈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중심을 잃고 대안 정치 세력으로 신뢰받지 못했다"

- 정의당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난 5일 정의당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했다. 15일 김준우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 기자회견을 했는데, 지역 시당위원장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참석은 못 했지만, 조금까지도 기자회견문을 읽었다. 기자회견처럼 실천과 행동이 된다면, 정의당이 다시 일어설 기회가 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어떤 부분이 기억에 남나?

"특히 정의당의 위기 중 하나인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부분을 언급했다. 큰 의미가 있다. 의석을 가진 원내에 있는 진보정당임에도 그 역할이 매우 미흡했다. 왜 이렇게 지지율이 낮아졌겠나. 중심을 잃고 대안 정치 세력으로서 신뢰받지 못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본다. 그리고 양당정치의 프레임 고착화로 정의당의 설 자리가 더 없어졌다.

비대위원장의 기자회견은 정의당의 가치를 분명히 하겠다는 의미다. 앞으로 정의당이 어떤 정당인지 제대로 말해 나가야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정의당이 단순히 의석수를 늘리기 위해 보수정치인들과 함께 하거나, 그냥 개혁적인 정당만을 말해선 안 된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정재민 비대위 집행위원장(왼쪽)이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정의당 제공
 
- 위기, 그 위기라는 게 내부의 문제는 없나?

"진보정당은 시대에 앞서 필요한 정책을 계속 내어왔다. 비대위원장 기자회견에 언급된 '내일의 상식을 만들어온 역사를 만든 곳이 진보정당이었다'라는 건 그런 의미다. 그러나 정의당 4년 동안 당내로 보면 계속 소통이 문제가 제기됐다. 이런 여론을 무시하고, 늘 외연 확장만 이야기했다. 이 부분도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당 내외 위기를 극복하는 게 간단치 않은 것 같다. 그 방안 중 하나로 내년 총선에서 선거연합정당을 띄웠는데 유권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까? 비례위성정당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의당의 위기는 진보진영 전체의 위기이기도 하다. 공간이 줄어드는 데 단결하고 연합하지 않으면 정당 존립뿐만 아니라 결국은 진보가 사회에서 해야 할 몫까지 없어지는 거다. 이 문제에 대응하려면 정의당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힘을 모아야 한다.

OECD 국가들을 보면 진보정당의 숫자가 평균 8.8개에 달한다는 조사가 있다. 프랑스나 네덜란드 등은 선거 시기 연합 전술을 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이중 당적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어렵다. 지난 총선에서 나왔던 위성정당과는 다르다. 우리는 하나의 비례대표와 하나의 지역구 후보를 내겠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지역구, 비례가 다 같이 나가는 거지."

-참여 대상이 어딘가?

"노동계와 녹색당, 진보당, 노동당 등을 다 포함한다. 그리고 진보정당의 가치와 함께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세력이면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을까. 일부에선 직접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풀뿌리 정당을 고민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들도 모두 범주에 포함된다."

-추진 과정이 어떻게 되나?

"전국위원회에서 방향을 결정했고, 비대위원장이 새롭게 선출됐기 때문에 앞으로 각 정당에 제안을 보낼 거다. 서로 협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면 논의하면 된다. 정의당을 플랫폼으로 내세운 건 현재 상황상 가장 나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냥 연합정당을 만들면 다 탈당해서 다시 1천 명이 넘는 5개 시도당 이상을 구성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 그게 아니라 정의당이라는 곳을 플랫폼으로 해서 모이면 문제가 없다. 그래서 정의당은 당명도 고집하지 않을 것이고, 유연하게 가야 한다."

-결과적으론 각 진보정당의 수용 여부가 관건으로 보인다.

"다양한 의견이 있을 거다. 결국 정의당 비대위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면 되지 않을까? 선거연합정당의 제안이 받아들여진다면 당내 소통 과정을 밟을 것이다. 선거 이후를 내다보는 측면도 있다. 진보정당의 사정은 서로 다르지만,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도 함께 가야 한다.

앞으로 원내에서 정치적으로 공동대응 하는 등 이러한 협의 구조가 지속되는 거다. 지금도 사안에 따라 진보 4당이 연대하고 있지 않나. 유권자들은 왜 진보정당이 갈라져 있느냐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면 도로 민주노동당으로 가자는 의미인가?

"도로 민주노동당이면 다행이다. 지금 진보정당은 도로 민주노동당을 말할 정도의 상황이 아니다. 상당히 지지율이 떨어져 있고, 과거와 같지 않다. 차라리 민주노동당은 어느 정도의 신뢰도가 있었다. 원외 정당일 때도 10%의 지지율을 보였는데, 지금은 모든 진보정당을 합해도 그렇게 안 된다. 이런 비판을 걱정할 처지가 아니다."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가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함께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자신의 사퇴 의사와 함께 이정미 대표 등 현 지도부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등에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류호정 의원실 제공
 
- 장혜영, 류호정 등 당내 국회의원들이 이준석 신당, 금태섭이나 양향자 신당 등과 어떤 식으로든 연대할 수 있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이른바 제3지대에 대해 어떤 의견인가?

"오늘 김준우 비대위원장이 강조한 부분을 중요하게 봐야 한다. 이런 식의 연대는 묻지마 연합이다. 정의당 내에서도 호응이 크지 않다. 그런데도 자기의 정치 진로만 보고 이기적으로 행동해선 안 된다. 정의당은 진보정당이다. 그러기 위해 모였고, 진보정당 속에서 국회의원이 되지 않았나.

진보정당의 정체성에 동의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준석 등과 함께할 수 있다고? 아니면 누구와 같이하겠단 건가? 여러 질문이 나왔지만, 제대로 된 대답을 듣지 못했다. 이건 그냥 개개별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논쟁만 일으키고 설득력이 없다."

- 정의당이 말하는 그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거라는 말로 들린다.

"자신의 정치적 진로 때문이라면 그렇다. 일부는 정의당이 끝났다,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건 정의당이 잘못됐다는 건데, 왜 그런 건지 분석이 나와야 한다. 그러면 그동안 과정에서 문제가 있고 책임질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나. 이런 지적을 하는 이들의 일부는 그동안 중앙당 요직에서 중요 자리에 있던 분들이다. 자신들이 뭘 못했다는 건 말하지 않고 정의당 자체만 문제 삼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

- 선거제도 상황도 정의당에 유리하지 않다. 병립형 회귀 전망도 나오는데.

"결국 현재 의석에선 더불어민주당이 키를 쥐고 있다. 민주당이 단일한 안을 갖고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제1당으로 해야 할 역할이 있지 않나. 180석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건가. 지금처럼 두 당만 공고히 하게 되면 그 프레임이 갇혀서 아무것도 못 한다는 게 확인되지 않았나. 조정 역할을 할 정당은 어디에 있나. 정의당도 그렇게 못했다. 연동형 비례제를 통해 다양한 세력이 정치에 들어가서 이 프레임을 깨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민생을 책임지는 국회로 돌아갈 수 있다.

국민들이 민주당에 다수 의석을 준 것에는 정치 개혁의 요구가 담겼다. 극단적 구도를 깨지 못하면 우리 미래도 암울하다. 공공성 강화가 필요한데 정치는 제 역할을 못 한다. 다시 말하지만, 다양성이 필요하다. 정의당 의원들도 여기에 대해 지금 더욱더 목소리를 더 내야 한다."

- 정의당 처지에선 내년 부산 총선 전망이 밝지 않다.

"대체로 영남권은 21대 구도와 비슷하게 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 평가가 이래도 지금 상황으론 국민의힘이 압도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여기에 반드시 파열음을 내야 한다. 진보정당이 힘을 합쳐서 그 역할을 하려 한다."

- 일각에선 윤석열 정부에 맞서 1대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반윤석열 전선에는 동의하지만 소위 야권단일화는 민주당이 기득권을 내려놔야 가능하다. 선거연합정당에서 정의당이 기득권을 내려놔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당위성만으로 할 수는 없다. 민주당이 중앙당 방침과 다르게 이런 구도를 만들 지역정치를 하겠다는 생각이 있을까? 그리고 지난 야권연대 할 때와 지금은 환경이 다르다. 어쨌든 이 부분이 가능하게 하려면 관건은 민주당이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느냐다."

- 마지막으로 정의당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나?

"지난 1년간 재창당 과정은 실패했다고 본다. 내부 혁신부터 안 됐다. 과거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위해선 과감한 변화, 반성이 있어야 한다.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도 명확히 나와야 한다. 그 부분이 없이 간다면 이 어려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정의당은 바뀌어야 한다. 현재의 정의당으론 안 된다. 더 진보적으로 가야 한다."

보수 양당이 말하지 않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이 무엇일까? 바로 공공성 강화다. 공공성 강화 측면에서 대안 제시하고 설득력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불·기·차라고 하는데 불평등, 기후위기, 차별없는 세상 등에서 제대로 된 정책을 제시하는 게 진보정당의 역할이다.

국민의힘은 그게 없고 민주당은 그걸 만들어가질 못하고 있다. 지난 무상의료, 무상급식은 대단히 급진적이었지만 지금은 당연한 게 됐다. 속을 다질 때다. 작은 의석이라도 이런 정책을 국민에게 제시할 때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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