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이 사과한 '오세훈 생태탕' 보도 살펴봤더니
[박성우 기자]
▲ KBS 박민 사장이 14일 오전 여의도 KBS아트홀에서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 권우성 |
지난 14일 박민 KBS 사장은 "KBS 뉴스는 지난 몇 년간 불공정 편파 보도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며 대국민 사과했다. 박 사장은 불공정 편파 보도로 <뉴스타파> 김만배 인터뷰 보도,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생태탕' 보도, 검언유착 오보, 윤지오씨 인터뷰 등 네 가지를 꼽았다.
이중 박 사장은 오세훈 시장 '생태탕' 보도에 대해 "2021년 4월 재보궐 지방선거 직전 이른바 오세훈 시장 생태탕 의혹을 집중적으로 보도해 단시간에 진실 규명이 어려운 내용을 선거 직전에 집중 보도함으로써 선거판에 영향을 끼쳤다는 비판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세훈 시장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늦었지만 이제라도 잘못을 바로잡는 목소리가 공영방송에서 나왔다는 점은 참으로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앞으로도 상당수 국민들은 '오세훈은 내곡동 땅을 방문해 생태탕을 먹었다'고 믿을 것이다. 거짓말은 쉽지만 해명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KBS 보도는 정말 불공정 편파보도였을까
그런데 박 사장이 사과하고 오 시장이 "거짓말"이라고 얘기한 KBS의 해당 보도는 정말로 불공정 편파보도였을까.
지난 2021년 3월 26일, KBS는 2005년 내곡동 토지 측량 현장에서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를 목격했다는 경작인 두 명의 증언을 보도했다. 이 중 한 명이 측량이 끝나고 오 후보와 함께 인근 식당에서 생태탕을 먹었다고 말했으나, 당시 오 후보는 아예 측량 사실조차 몰랐다고 부인했다.
이틀 뒤인 28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선대위는 해당 보도를 한 KBS와 취재진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후보자 비방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선대위는 "보도 후 확인한 결과 당시 측량을 의뢰하고 입회했던 자는 내곡동 토지 소유자인 오 후보의 처가 식구들"이라며 KBS가 측량 입회인 자료도 제시하지 않은 채 단정적으로 악의적 오보를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같은 날 오후 KBS는 당시 내곡동 토지 측량을 실시한 국토정보공사 측량팀장의 증언을 보도했다. 해당 직원은 측량 당시 자신이 오세훈 후보를 알아보고 인사했으며 도면을 놓고 결과를 설명했다고 말했다.
또한 오 후보는 KBS 고발장에서 당시 측량에 입회하고 서명을 한 사람은 오 후보의 큰 처남이라고 주장했지만 29일 KBS 취재 결과 측량 결과도에 입회 서명한 사람은 오 후보의 장인으로 나타났다. 당시에는 측량 입회인 중 한 명의 서명만 받도록 했기에 왜 내곡동 토지의 소유자인 큰 처남이 아닌 장인이 서명을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게다가 내곡동 토지 측량 당시 측량에 입회했다는 큰 처남이 측량 당일 재직하는 대학원 행사에 참석한 사실이 드러나자 오 후보 측은 오전에 측량을 입회하고 저녁 감사패 수여식만 참석했다고 반박했지만 KBS는 당시 행사 사진 수십 장을 분석한 결과 오 후보의 큰 처남이 행사가 시작된 오후 1시 30분부터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오 후보 측은 별다른 반박을 내놓지 않았다.
"측량현장에 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계속되는 관련 보도에 오 후보는 "측량 현장에 제가 있었다 없었다가 중요한 게 아닌데 민주당에서 자꾸 프레임을 그쪽으로 옮겨간다"면서 "이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오 후보 스스로가 일전에 "당시에 저는 내곡동에, 일산 땅에 처갓집 땅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의식하지 못했다"고 한 만큼 법적 문제는 없어도 거짓 발언은 문제가 있지 않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오 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이후 <한겨레>가 입수해 보도한 검찰의 불기소처분 결정서에 따르면, 검찰은 "경작인·측량팀장·생태탕식당 모자 등은 세부적인 사항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지만, 피의자(오 시장)가 측량현장에 있었다고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며 오세훈 시장이 "측량현장에 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기술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처럼 KBS 보도와 그에 대한 대응을 정리하면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 후보가 2005년 내곡동 토지 측량 현장에 있었다'는 보도에 대해 오 후보 측은 "측량 입회인은 오 후보의 장인과 큰 처남이었다", "측량 입회인 서명은 큰 처남이 했다"라고 반박했으나 이후 KBS는 추가 보도를 통해 재반박했다.
그러자 오 후보 측은 "측량 현장에 있고 없고는 중요치 않다"고 입장을 선회했고 이후 검찰 역시 오 후보가 내곡동 토지 측량 현장에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당시 KBS가 내놓은 관련 보도와 오세훈 시장의 반박을 시간 순서에 따라 확인하다보니, '이것이 과연 언론사 사장이 나서서 사과까지 할 사안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공인에 대한 검증 보도는 언론의 숙명이기도 한데, 새로 부임한 지 며칠 되지도 않은 공영방송 사장이 2년 전 보도에 대해 대국민 사과까지 하고 나선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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