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 달려가 첫사랑에 흠뻑 다시 취하고 싶은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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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푸른 삼천포 노산공원 앞바다처럼 나이 지긋하게 들었을 즈음, 열일곱에 동백꽃으로 다가왔던 첫사랑을 술기운 속에 떠올려 보고, 낯설어 보일 것 같지만, 내년에도 다시 생각해 보고 싶은 모양이다.
김경 시인은 새 시집 <거짓말> (천년의시작 간)에서 동백꽃 같은 붉디붉은 사랑을 노래했다.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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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효 기자]
▲ 노산공원에 활짝 핀 동백꽃. |
ⓒ 김숙귀 |
깊고 푸른 삼천포 노산공원 앞바다처럼 나이 지긋하게 들었을 즈음, 열일곱에 동백꽃으로 다가왔던 첫사랑을 술기운 속에 떠올려 보고, 낯설어 보일 것 같지만, 내년에도 다시 생각해 보고 싶은 모양이다.
김경 시인은 새 시집 <거짓말>(천년의시작 간)에서 동백꽃 같은 붉디붉은 사랑을 노래했다. 시를 쓴 사람이든 읽는 사람이든 이 시집을 들고 삼천포 곳곳에 숨어 있을 '사랑'을 확인해 보기 위해 달려가고 싶을 정도다.
시집은 4부에 걸쳐 60여편이 실려 있다. 이 시집의 압권은 "신수도"에 있다고 할 정도로 자꾸만 떠올리게 한다. 단 두 줄로 된 시이지만, 단촐하면서도 많은 감정이 몰려온다.
신수도
첫사랑을 버린 곳
순결을 두고 온 가을이었다
시 "남일대 코끼리 바위"에서 시인은 "... 이 바다는 / 참나리 만발하는 해안길을 따라 / 손가락을 걸었던 연인들의 풋연애가 / 군데군데 아직 남아 있고 // 한꺼번에 여러 채의 파도를 / 장작더미처럼 백사장에 부려 놓고 / 바다가 우는 날도 있다 ..."라고 했다.
시에 쓰인 소재들이 '오래된 것'들이지만 시 속에서는 '새 것'처럼 빳빳하게 살아 있다. 시인의 상상력에다 고뇌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삼천포 앞 섬들처럼 줄지어 있다.
시인은 "사천왕사 가는 길가 / 착한 중학생 머스마들 같은 청동기시대가 / 착한 중학생 머스마들만 한 / 푸른 돌정이들이 // 근심 많은 얼굴로 / 시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 "(시 "고인돌 대화" 일부)라고 했다.
"...
땅에 묻히기 전에는 모든 죽음도 아직 이름인
그의 이름에서 푸른 싹이 올라 왔다
어쩌란 말인가
이승과 저승 간의 꽃 피는 것이어서 먼 곳이어도
서로를 껴안아 주고 싶었던 거지
꽃 피고 싶었던 거지"
시인은 죽은 초등학교 동창의 빈소를 다녀오며 그에게 바치듯 "그의 이름에서"라는 제목으로 시를 섰다. 그러면서 "누구나 멈춰야 할 시간이 있어 죽음은 저렇게 명료하여 어둠이 되는 것일까 한 걸음 뗄 때마다 죽음과 가까워지는 일일까"라고 했다.
차성환 시인은 해설에서 "김경의 시에는 바닷가에 흐드러지게 핀 애기동백과 턱밑까지 밀려드는 수국, 바람이 일 때마다 출렁이는 이팝나무의 흰 물결이 펼쳐진다"라며 "한동안 그의 시가 일러준 꽃과 바다를 잊을 수 없겠다"라고 했다.
이어 "그것이 사랑의 화음이라는 것을, 열렬한 사랑의 증거라는 것을, 우리는 망연히 바다를 바라보면서 다시, 꽃이 돌아오기를 기다릴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 김경 시인 시집 <거짓말>. |
ⓒ 천년의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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