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런트의 과감한 결단, 꽉 막힌 LG '우승' 가도 뚫었다

배중현 2023. 11. 1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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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명석(가운데) LG 트윈스 단장이 지난 13일 한국시리즈(KS) 우승을 차지한 뒤 허구연(왼쪽) KBO 총재, 김인석 LG 스포츠 대표이사와 함께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차명석 단장은 지난 1년 과감한 결단과 전폭적인 지원으로 우승에 힘을 보탰다. 김민규 기자


지난 7월 29일이었다.

수일째 전력 보강을 고심하던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은 트레이드 버튼을 눌렀다. 트레이드 마감일을 불과 이틀 남겨둔 시점이었다. 당시 LG는 2위 SSG 랜더스에 2.5경기 앞선 1위였지만 '위기의 바람'이 불었다. 사흘 전 시즌 최다 5연패에 빠지는 등 부침이 심했다. 차 단장은 전력 보강 보강과 분위기 쇄신 방법으로 트레이드를 선택, 키움 히어로즈 토종 에이스 최원태(26)를 영입했다.

작지 않은 출혈을 감수해야 했다. 애지중지 키운 군필 내야 유망주 이주형(22), 202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7순위로 지명한 투수 김동규(19), 2024년 신인 1라운드 전체 8순위 지명권을 넘겼다. 첫 논의는 불발이었다. '즉시 전력감'을 원한 키움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끈질기게 협상 테이블을 유지한 차명석 단장은 키움의 입장 선회를 끌어냈고 결국 '유망주 패키지'를 꾸렸다. 차 단장은 "이주형은 정말 아까운 선수다. 이주형을 주지 않으면 (트레이드가) 성사가 되지 않았다"라며 "멀리 보는 것도 생각하지만 기회가 왔으면 현실에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yonhap photo-3430="">LG 트윈스로 트레이드된 투수 최원태가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LG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오전 키움 히어로즈는 최원태를 LG로 보내고, 야수 이주형과 투수 김동규, 2024년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을 받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연합뉴스]</yonhap>


현장에서 깜짝 놀란 트레이드였다. 대부분의 트레이드는 물밑에서 논의만 하다 불발된다. 실패에 대한 부담 때문에 어느 단장도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LG는 달랐다. 염경엽 LG 감독도 "전적으로 프런트가 움직인 트레이드"라며 "(최원태를 영입하면서) 막힌 혈이 뚫렸다"며 반겼다. 최원태는 LG 이적 후 부진했다. KS에서도 활약이 미미했다. 하지만 선수단 분위기를 쇄신한 동력으로 작용했다. 젊은 투수들을 향해 "구단이 마냥 기다려 주는 게 아니란 걸 선수들에게 우회적으로 표시하고 싶었다"며 "(부진하면) 언제든지 칼을 뺄 수 있다는 걸 알고 정신 차렸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말한 차명석 단장의 메시지는 선수들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LG는 지난 시즌 뒤 고민이 많았다. 2023시즌부터 샐러리캡(총액 114억 2638만원)이 적용돼 선수단 재정비가 필요했다. KBO리그 샐러리캡은 절대로 넘으면 안 되는 하드캡이 아닌 상한선 초과 시 제재를 받는 소프트캡. 초과 횟수에 따라 제재금이나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하락 징계가 내려진다. 차명석 단장으로선 몸집이 커진 선수단 규모를 줄일 필요가 있었다.

지난 오프시즌 FA 계약 후 손을 맞잡은 차명석 LG 단장과 박동원. LG 제공


이 과정에서 포수 유강남(현 롯데 자이언츠)이 자유계약선수(FA)로 이적했다. FA 외야수 채은성(현 한화 이글스)도 팀을 떠날 가능성이 컸다. 염경엽 감독 체제로 새 출발 하는 구단 상황을 고려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 결과 KIA 타이거즈에서 FA로 풀린 포수 박동원을 영입했다. 당시 차명석 단장은 "유강남이 안 된다고 하면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거 아니냐"며 "FA에 트레이드까지 다 알아봤다"고 고심의 흔적을 내비쳤다. 영입 효과는 만점이었다. 정규시즌 홈런 20개를 때려낸 박동원은 KS 2차전에선 시리즈 향방을 좌우한 역전 결승 투런 홈런까지 책임졌다.

LG 프런트를 이끄는 차명석 단장은 '소통왕'이다. 정기적으로 구단 온라인 방송으로 팬들과 대화하고 현장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인다. 29년 만에 LG를 KS 우승으로 이끈 염경엽 감독은 "프런트는 믿음을 줬다. 현장에 신뢰를 보내줘서 지금의 좋은 성과를 만들었다"며 공을 돌렸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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