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북클럽 3기] 백 년 넘은 중학교에 나타난 '종이학 귀신'
책을 통해 책 너머의 세상을 봅니다. 서평 쓰는 사람들의 모임,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북클럽' 3기입니다. <편집자말>
[김지은 기자]
"청소년 아이가 쉽게 읽기 좋은 책 뭐 없을까?"
나의 질문에 지인이 이 책을 추천해 주었다. 읽어보니 다양한 과자가 한 상자에 가득 담긴 종합선물세트 같다. 시간 여행, 귀신, 주인공의 신비한 능력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흥미로운 요소로 가득하다. 아이들이 끝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도록 다양한 요소가 힘을 합쳐 이야기에 몰입하게 한다.
▲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앞표지 |
ⓒ 창비출판사 |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의 구성원은 단 세 명의 여중생이 전부다. 소라, 모모, 세연. 각자의 캐릭터가 확실하다. 소라는 종이접기를 잘하고 준비성도 있고 끈기 있게 일을 마무리한다. 모모는 호기심이 많다. 세연은 평범해 보이지만, 다른 사람이 거짓말을 하면 그것을 알아차리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
비가 많이 오는 깜깜한 오후, 이 세 명의 여중생이 도서관에 있을 때, 사건이 일어난다. 이날 세연은 종이학 귀신을 만난다. 귀신인 줄도 모르고 귀신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알고보니 종이학 접기 귀신은 백 년도 넘은 학교에서 유명한 귀신이었다. 그 귀신의 정체를 알기 위해 세 명의 친구들은 귀신을 알고 있는 사람, 귀신을 봤던 다른 사람을 찾아다닌다. 으스스한 정체불명의 사건이 친구들을 더 꽁꽁 하나로 묶는다.
'귀신'하니, 홍콩 할매 귀신이 생각났다. 내가 국민학교 5학년 때. 그날도 비가 오는 어두컴컴한 날이었다. 책에서처럼 교실에 스산한 기운이 돌았다. 갑자기 교실 밖에서 웅성이는 소리가 들렸고 누군가가 "여자 화장실에 홍콩 할매 귀신이 나타났어!" 하고 소리를 질렀다.
교실에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복도로 몰려나갔다. 누가 봤다고는 하는데 그 누구가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내 친구 누구, 옆 반의 누구, 모두 건너 건너서 아는 누구였다. 아이들은 다 서로의 손을 잡고 화장실 앞 복도에 서 있었다. 수업 종이 쳤지만 아무도 교실로 들어가지 않았다. 선생님이 오셨고 무슨 일이냐고 물으셨다.
"홍콩 할매 귀신이 나타났대요! 여자 화장실에서요!"
"어제 자정 뉴스에 홍콩 할매 귀신이 우리나라에 나타났다는 뉴스가 나왔대요!"
지금 생각하면 터무니없는 얘기지만 그때는 서로 "정말?", "어머!" 하며 무서워했다. 선생님은 화장실 안에 들어가지 못하는 우리를 모두 이끌고 그 층의 여자 화장실을 다 도셨다. 귀신은 없었다.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선생님은 우리를 그대로 이끌고 교실로 들어왔다.
"사실 선생님도 어제 홍콩 할매 뉴스가 나타났다는 자정 뉴스를 봤다. 그런데 여기는 나타나지 않은 것 같다."
선생님은 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이제 와 생각하면 황당하기도 재밌기도 하다. 어릴 적 많은 일들을 잊었지만 그날의 으스스함과 친구들끼리 서로 팔짱을 끼고 우르르 몰려가며 '어떡해'라고 말했던 긴장감과 약간의 흥분은 기억난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있어서 웃을 수 있는 에피소드로 남았다.
이 세 명의 친구도 서로 돕고 의지하며 으스스한 종이학 귀신의 비밀을 푼다. 인터넷에서 관련된 정보를 찾고 그 정보를 올린 사람도 만나고 관련된 선배와 선생님도 찾아간다. 그렇게 하나씩 진실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드디어 그 진실과 맞닿게 된다.
친구를 위하는 마음에 대해, 그러니까 '함께'에 대해 그리고 끝까지 뭔가를 지속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우리 집에 있는 열세 살 딸에게도 재미있으니 한 번 읽어보라 권했다.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면 이번 주 용돈을 살짝 올려주겠다 말하니 바로 책을 든다. 한 시간이 조금 넘자 다 읽었다며 책을 탁 덮었다.
"재밌는데! 과거로 가는 장소 설정도, 과거로 가는 이유도 인상 깊어. 마지막 작가의 말까지 읽으니 더 이해가 잘 된다."
아이의 반응이 좋은 것 같아 종합선물세트 같은 흥미 요소 중 가장 좋은 요소는 무엇인지 물었다. 의외로 아이는 여러 흥미 요소가 들어가 좋았지만, 어떤 요소는 없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으니 이 책이 더 종합선물세트처럼 느껴졌다. 그렇지 않은가, 종합선물세트는 나만을 위한 선물세트가 아니기에 내 구미에 딱 맞는 과자만 들어 있지는 않아 누군가와 과자를 바꿔야 했다. 아이와 함께 읽고 서로 좋았던 부분, 아쉬웠던 부분을 이야기해보면 좋을 책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대화체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읽다 보면 여학생들의 수다 안에 쏙 들어와 있는 것 같다. 어떤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이 수다쟁이들' 하는 생각이 들어 씩 웃었다. 학창시절 친구들과의 수다가 그립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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