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공멸’ 대신 ‘순차 공생’ 택했다…연말 한국 기대작들, 개봉 전략 수정 [D:영화 뷰]

류지윤 2023. 11. 1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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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추석 극장가서 처참한 성적→공생으로

올해 연말 성수기를 조준하는 한국 기대작들이 '맞불'보다는 '순차' 개봉으로 전략을 바꿨다. 국내 대형 배급사들이 지난 여름 성수기와 추석, 영화계 대목 시즌에 유리한 개봉일을 두고 양보 없는 정면 대결에 텐트폴 영화들이 무너진 경험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높아진 관객들의 잣대와 높아진 티켓값은 재미가 보장되지 않은 영화들에게 베풀 여유가 없다.

가장 먼저 관객들을 만나는 기대작은 김성수 감독의 '서울의 봄'이다. 배급사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올빼미'가 비수기 11월에 개봉해 손익분기점을 넘긴 사례를 표본 삼았다.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영화로 김성수 감독의 신작이다.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을 비롯해 주, 조연, 단역까지 연기력으로 구멍 없는 라인업과 국내 최초 군사 반란을 다룬 촘촘한 연출이 강점이다. 제작비 230억 원이 투입돼 460만 명이라는 높은 손익분기점을 넘어야 하지만 언론배급시사회 후 쏟아진 호평에 흥행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완성도와 상업적인 면모를 모두 충족시켜 줄 만한 한국 영화라는 평가다.

12월 6일에는 신민아, 김해숙 주연의 '3일의 휴가'가 개봉한다. 지난 여름 '비공식작전'이 '더 문'과 같은 날 개봉하면서 제로섬 게임 당사자 중 하나인 쇼박스 배급작이다. '3일의 휴가'는 세상을 떠난 엄마 박복자(김해숙)와 그가 남긴 요리법을 이용해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의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 드라마 영화로, 힐링과 감동 코드가 주무기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가 있는 가장 큰 대목은 김한민 감독의 '노량: 죽음의 바다'가 12월 20일에 개봉을 확정하며 관객을 책임진다. 2014년 1761만 명을 동원해 역대 한국 영화 최다 관객 수를 기록한 '명량'과 2022년 726만 관객이 관람한 '한산: 용의 출현'에 이은'이순신 3부작' 마지막 작품이다. 올해 '한산: 용의 출현', '콘크리트 유토피아', '잠'으로 올해 흥행 타율이 높았던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다.

이 영화는 임진왜란 발발 7년 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섬멸하기 위해 나선 이순신 장군 최후의 전투가 담겼다. 배우 김윤석이 이순신 장군을 연기했고, 백윤식·정재영·허준호 등이 출연했다.특히 임진왜란 7년의 종전을 알리며 조선의 운명을 바꾼 노량해전 전투신이 '김한민 표 해상전투신'이 극장 체험을 중요시하는 관객들을 정조준한다. 3부작 중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전언이다.

'한산: 용의 출현'과 비슷한 수준의 약 300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가 6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관람해야 한다. 얼어붙은 극장가 분위기를 고려하면 높은 제작비지만 '명량'과 '한산: 용의 출현'이 흥행에 성공해 '노량: 죽음의 바다'도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CJ엔터테인먼트는 '외계+인' 2부를 올해를 넘기고 2024년 1월에 선보인다. 지난해 여름 성수기 극장가 텐트폴이었던 ‘외계+인’ 1부의 속편이다. 153만 관객에 그쳐 쓰라린 상처를 입었으나, 2부에는 간 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과 1391년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며 볼거리도 더 다채롭다는 전언이다. '외계+인' 2부 역시 1부와 비슷한 700만 명 이상을 넘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최근 쇼박스도 내년 1월 '시민덕희'를 개봉 시키기로 확정했다.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에게 사기 친 조직원 재민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통쾌한 추적극이다. 라미란, 공명, 염혜란, 박병은, 장윤주, 이무생, 안은진 등이 출연했다. 팬데믹 이후 OTT 관람 소비가 대세가 되고, 티켓값이 상승하면서 극장가에 관객이 줄어들자, 개봉 일정을 꽤 오래 고민한 작품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극장가 성수기와 비성수기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성수기보다 중요한 건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를 내놓는 유인책이다. 무엇보다 올해 양보 없는 치열한 경쟁은 공멸이라는 걸 확인했다. 작품에 대한 자신감도 중요하지만 최소한의 출혈을 고민해야 할 때다. 한국 영화를 향한 신뢰도와 관객 수가 회복되기 전까지 공생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연말 대형 배급사들의 이 같은 전략이 효과를 본다면 한동안 유효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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