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논란의 맘카페, 그 속엔 '둥글둥글'함이 있었다
편집자주 -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여성들이 육아, 생활, 교육, 지역 정보를 비롯해 자신의 다양한 감정과 경험을 나누는 맘카페는 어느 때부터인가 논쟁적인 공간이 되었다. 뉴스나 인터넷 어딘가에서는 맘카페의 ‘악행’이 퍼다 날라지며 많은 사람들에게 가차 없는 비난을 받고 있다. 갑질과 집단 이기주의, 교권 침해와 소아과 줄폐업, 선동과 가짜뉴스, 혐오가 판치는 온상, 이기적인 모성의 집합체… 현재 우리 사회에는 맘카페를 향한 부정 여론이 짙게 깔려 있다. 이 책은 그 배경을 분석한다. 5년 넘게 맘카페를 운영해온 저자는 맘카페의 특성과 작동 방식, 정치화와 상업화 논란을 다룬다. 아울러 여러 논란에도 엄마들이 맘카페에 깊이 빠져드는 이유와 점점 더 '고립된 성'처럼 변해가는 사회적 맥락을 짚어낸다. 내부에서 펼쳐진 수많은 사건사고 내용도 소개한다. 저자는 맘카페를 향한 무지와 몰이해에서 비롯된 증오와 낙인찍기를 우려하며 "맘카페라는 집단을 더욱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 인식과 성찰을 사람들과 나누고픈 바람"이라고 전한다.
그런데 뉴스에는 정말 1년에 어쩌다 한번 올라오는 이상한 이야기가, 그 글에서도 딱 제일 자극적인 한 문장 정도가 캡처되는 화면에 짠, 하고 등장한다. ‘갑질’, ‘마녀사냥’, ‘조리돌림’, ‘집단 이기주의’ 등등의 자극적인 말이 ‘맘카페’라는 단어와 맞물려 악마의 편집과 함께 등장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정치화’된 맘카페에 대해 순수하지 않다며 걱정도 하고, ‘장삿속’에 눈먼 맘카페라는 말도 나온다. 심지어는 본래의 육아 정보 공유라는 목적에 맞지 않게 표류하는 맘카페 자체를 ‘모든 악의 근원’이라며 폐쇄해야 한다고 국민 청원 신문고에 올라오는 글까지 언론에서는 친절하게 조명해 준다. - 「1부 1장 | 들어가며: 모든 비밀의 시작」 중에서
육아에서 실수는 용납되지 않고, 한없이 약한 아이를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가장 완벽한 방식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대부분은 자신의 육아에 대하여 누군가의 조언을 듣기보다는 스스로 알아보고 검증하며 판단하는 게 편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나 또한 육아로 곤란을 겪고 있을 때 엄마에게 전화해서 물어보기보다 맘카페에 의존했었던 것 같다. 적어도 거기엔 최신 정보에 가장 민감하고, 동시대 전문가들의 말을 귀담아들으려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으니. - 「1부 2장 | 내가 맘카페 중독자가 된 사연」 중에서
그래도 꾸준히 맘카페에 들른 이유는 직장 생활을 하는 내가 동네 이웃이나 엄마들과 따로 어울릴 시간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나마 맘카페라는 공간이 있었기에 나는 회사에서도 우리 동네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어젯밤 우리 아파트에 구급차가 왜 출동했는지 같은 일들 말이다. 그렇게 맘카페는 내가 사는 지역 공동체에 대한 작은 소속감을 충족시켜 주는 곳이었다. - 「1부 4장 | 길고도 험한 여정의 시작」 중에서
나는 여기서 맘카페라는 공간을 특징 짓는 가장 중요한 불문율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바로 ‘둥글둥글함’이다. 맘카페는 둥글둥글한 공간이어야 하기 때문에 회원들 스스로가 규정을 어기거나 불편한 상황을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규정을 어긴 회원에 대해 페널티를 곧바로 적용해 달라거나, 아니면 보기 불편한 내용이 있으니 규정을 새로 만들어 달라는 회원들의 요청이 많다. 이런 이용자들의 맘카페에 대한 소속감과 관심 덕분에 맘카페는 더욱 긍정적이고 건설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 「3부 2장 | 이 공간의 가장 중요한 불문율」 중에서
이러한 사실을 바꿔 생각하면 이렇다. 그 불편함의 토로에는 ‘나의 편이 되어줘’라는 지향적인 목적성이 스며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맘카페에서는 ‘공동의 정서’를 거스르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나의 불편함이 혹시나 내 잘못이나 이기심 때문은 아닌지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때문에 “저만 불편한가요?”로 시작되는, 혹은 그 비슷한 뉘앙스의 글을 올리는 동기는 기본적으로 맘카페 구성원들의 동조를 받고자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3부 3장 | ‘프로불편러’의 등장」 중에서
이렇게 집단적인 움직임에 동참하는 것은 개인의 사회적 자아를 실현하는 수단이 된다. 즉, 스스로를 미약한 존재라 여기는 개인의 자기 효능감을 고양한다. 나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뭉치는 모습을 보면 역시나 내 생각이 나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댓글과 ‘좋아요’ 숫자가 늘어나며 직관적인 수치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는 모습과 응집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실제로 보는 것은 적극적 행동의 충분한 유인이 될 수 있다. - 「4부 1장 | “뭉치면 힘이 된다”」 중에서
이러한 사실을 바꿔 생각하면 이렇다. 그 불편함의 토로에는 ‘나의 편이 되어줘’라는 지향적인 목적성이 스며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맘카페에서는 ‘공동의 정서’를 거스르지 말아야 하기 때문에 나의 불편함이 혹시나 내 잘못이나 이기심 때문은 아닌지 확인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때문에 “저만 불편한가요?”로 시작되는, 혹은 그 비슷한 뉘앙스의 글을 올리는 동기는 기본적으로 맘카페 구성원들의 동조를 받고자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3부 3장 | ‘프로불편러’의 등장」 중에서
엄마들은 다른 엄마들은 어떤 학원에 보내는지, 그 학원은 평이 좋은지, 나쁜지 알고 싶어 한다. 실제로 자녀 교육에 관심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는, ‘학군지’라고 불리는 지역의 일부 맘카페에서는 학원이나 교육기관 등 사교육 정보를 반드시 공유해야 등급을 올릴 수 있고 게시글(정보)을 열람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그런데 지역 맘카페에서의 순수한 의미를 지닌 사교육 정보 공유는 한계가 있다. 여기서 맘카페의 둥글둥글한 특성은 다시 한번 변곡점을 맞이한다. - 「3부 4장 | 둥글둥글한 욕망의 충돌: 사교육에 관하여」 중에서
이렇게 집단적인 움직임에 동참하는 것은 개인의 사회적 자아를 실현하는 수단이 된다. 즉, 스스로를 미약한 존재라 여기는 개인의 자기 효능감을 고양한다. 나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뭉치는 모습을 보면 역시나 내 생각이 나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댓글과 ‘좋아요’ 숫자가 늘어나며 직관적인 수치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는 모습과 응집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실제로 보는 것은 적극적 행동의 충분한 유인이 될 수 있다. - 「4부 1장 | “뭉치면 힘이 된다”」 중에서
맘카페라는 세계 | 정지섭 지음 | 사이드웨이 | 324쪽 | 1만8000원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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