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법리스크' 끝 보이나…이재용 최후진술에 쏠리는 눈
이재용 경영 활동 기로
3년 넘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발목을 잡아 온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재판이 오는 17일 마무리 수순을 밟는다. 사건이 워낙 방대하고 복잡한 만큼 아직 재판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지만, 유죄가 나올 경우 이 회장의 경영 활동에 또다시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이 회장의 최후진술에도 관심이 쏠린다. 2020년 12월 국정농단 재판 최후진술에서 눈물을 흘리며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뛰어넘음)를 다짐했던 이 회장이 이번에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박정제·지귀연·박정길 부장판사)는 오는 1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 14명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한다.
결심공판은 재판부가 죄의 유무를 판단하는 선고공판에 앞서 검찰 측이 처벌 수위를 재판부에 요청하고, 피고인 측 최후진술을 듣는 절차로 진행된다. 통상 결심 이후 1~2달 뒤에 판결 선고가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 판결이 내려질 수 있지만, 검찰 수사 기록만 19만쪽, 증거 목록만 책 네권에 이를 정도로 내용이 방대해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이 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 미래전략실 주도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계획적으로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회계 부정·부정거래를 저지른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검찰은 미래전략실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강화에 유리하도록 정보를 거짓 유포하거나 은폐하고, 국민연금 의결권을 확보하기 위해 불법 로비를 했다고 본다. 당시 이 회장은 제일모직의 지분을 23.2% 보유하고 있었지만, 삼성전자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물산의 지분이 없었다. 검찰은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삼성물산의 가치를 낮춰, 이 회장이 합병 과정에서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유리한 합병비율을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산을 4조원 이상 부풀리는 분식회계를 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 통상 상장사간 합병비율은 일정 기간 주가 평균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비율 산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주주들의 이익도 충분히 고려됐으며, 불법적인 주가 시세 조종이 없었고, 회계 논란 역시 대부분의 회계 전문가들은 회계 기준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도 합병 과정에 대한 대부분의 사항을 보고받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1심 결과가 과거 국정농단 사태를 포함해 6년 넘게 이어진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에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의 경영 활동 보폭이 법원 판결에 달려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현재 삼성은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로 주력인 반도체 사업에서만 올해 9월까지 12조7000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 중이다. 오는 연말부터 반도체 업황 개선이 예고돼 있지만, 글로벌 첨단기술 패권경쟁 등으로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룹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의 재건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책임 경영을 위해 삼성전자 등기이사 복귀 시점도 결정해야 한다.
무죄 판결을 받는다면 이 회장은 위와 같은 '뉴삼성'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되지만, 유죄가 인정된다면 다시 사법리스크에 묶여 경영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1심 선고 후 검찰 또는 이 회장 측의 항소로 2심 재판이 진행되고, 대법원 상고심까지 가게 되면 사법리스크는 더 길어질 전망이다.
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 등과의 손해배상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나온다. 회사의 합병 당시 삼성물산 지분 11.21%를 갖고 있던 국민연금은 삼성 때문에 큰 손실을 보았다는 입장이다. 김태현 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며 "판결이 나면 이재용 회장, 문형표 전 장관, 홍완선 전 본부장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회장의 최후진술이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앞서 국정농단 결심공판에서 이 회장은 4년간 국정농단 재판에 대한 소회와 함께 자신의 경영 철학과 포부들을 20여 년 전 삼성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의 일화들을 엮어 발언을 이어갔다. 부친 이건희 회장을 언급할 때마다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울먹이며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이번 최후진술에서 이 회장은 준법경영과 책임경영을 실천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 강화, 선임사외이사 제도 도입 등 그간 준법문화를 정착하기 위한 의지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년 만에 부회장 꼬리표를 떼고 회장직에 오른 만큼 그에 걸맞은 진솔한 심정 고백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 달에 150만원 줄게"…딸뻘 편의점 알바에 치근덕댄 중년남 - 아시아경제
- 버거킹이 광고했던 34일…와퍼는 실제 어떻게 변했나 - 아시아경제
- "돈 많아도 한남동 안살아"…연예인만 100명 산다는 김구라 신혼집 어디? - 아시아경제
- "일부러 저러는 건가"…짧은 치마 입고 택시 타더니 벌러덩 - 아시아경제
- 장난감 사진에 알몸 비쳐…최현욱, SNS 올렸다가 '화들짝' - 아시아경제
- "10년간 손 안 씻어", "세균 존재 안해"…美 국방 내정자 과거 발언 - 아시아경제
- "무료나눔 옷장 가져간다던 커플, 다 부수고 주차장에 버리고 가" - 아시아경제
- "핸들 작고 승차감 별로"…지드래곤 탄 트럭에 안정환 부인 솔직리뷰 - 아시아경제
- 진정시키려고 뺨을 때려?…8살 태권소녀 때린 아버지 '뭇매' - 아시아경제
- '초가공식품' 패푸·탄산음료…애한테 이만큼 위험하다니 - 아시아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