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 기자가 만난 사람] ‘행복 바이러스’함정우 “모두 아내와 딸 덕분”
동료 겸 호랑이 코치 아내 내조 덕
해외에 진출해 팬들 성원 보답할 터
예부터 마누라 자랑, 자식 자랑은 팔불출이라고 했다. 그런데 팔불출도 이런 팔불출이 없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 그게 흠이 아니라지만 아내와 딸 이야기만 나오면 연신 싱글벙글이다.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데뷔 6년만에 생애 처음으로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로 확정된 함정우(29·하나금융그룹) 얘기다.
함정우는 지난 12일 막을 내린 시즌 최종전 LG시그니처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공동 4위에 입상했다. 그는 제네시스 포인트 랭킹 1위를 지켜 시즌 최고 활약을 펼친 최우수선수(MVP)로 결정됐다.
함정우는 모든 공을 아내와 딸에게 돌렸다. 그는 “커리어 하이를 찍은 올 시즌 성적은 전적으로 아내와 딸 덕”이라고 강조했다. 2018년 신인왕 출신인 함정우는 7년 열애 끝에 국가대표 동료이자 KLPGA투어 회원인 강예린(29)과 작년 3월에 결혼했다. 그리고 올 초에 딸 소율을 선물처럼 얻었다.
함정우는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았다.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는 “결혼하고 딸을 갖게 된 후에 성적이 좋지 않아 아내가 정말 많이 힘들어 했다”며 말끝을 흐렸다.
함정우는 “제네시스 대상 수상으로 아내가 짊어졌던 짐을 다소나마 덜어준 것 같아 다행”이라며 “지난 1년간 고생 많이 한 아내와 부모님께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실제로 함정우는 상반기에 성적이 나지 않으면서 아내와 함께 여러 시도를 했다. 그 중 하나가 아내의 권유로 시작한 달리기였다. 말이 달리기지 아내의 특훈이었던 셈이다.
그는 “7~8월 휴식기 때 아내와 함께 달리기를 했다. 평소에 지구력이 약했는데 아내가 하반기 시작을 앞두고 권유했다. 새벽 5시 정도에 일어나 5㎞ 정도 뛰었다”고 했다.
부부가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두 주인공 포레스트와 제인이 되어 뛰고 또 뛰었다. 효과는 제네시스 대상으로 나타났다. 생애 첫 대상 수상의 원동력은 달리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함정우는 “지금 생각해보면 신의 한수였다. 아내가 ‘뛰어야 우승한다’고 독려했다. 그 때는 반신반의했는데 이렇게 제네시스 대상을 받게 됐다. 그리고 지구력도 좋아졌다. 아내 말 듣기 잘했고 정말 고맙다”라고 모든 공을 아내에게로 돌렸다.
함정우의 꿈은 해외 진출, 그 중에서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10년 가량 활동하는 것이다. 일단 그 기회는 잡았다. 제네시스 대상 수상 보너스로 PGA투어 큐스쿨 최종전 직행 티켓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해외투어를 경험해 보고 싶다. PGA투어 큐스쿨 최종전 응시 외에도 DP월드투어도 출전할 계획”이라며 “특히 PGA투어 진출은 골프를 처음 시작했을 때 부터 가졌던 꿈이다. 잘 해서 온가족이 미국에 정착하는 것이 목표다”고 했다.
그는 또 “아시안투어와 리브골프 프로모션 대회도 출전할 계획이다.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 보겠다”고 활짝 웃어 보였다.
해외 진출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것이 있다. 체력적인 부문과 드라이버 비거리, 그리고 아이언 정확도다. 한 마디로 부족한 점이 많다는 얘기다.
함정우에게는 소박한 꿈이 하나 있다. 아들이 태어나면 골프 선수로 키워 아들과 같은 조에서 은퇴 경기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딸 소율이가 골프를 한다면 기꺼이 시킬 생각이지만 프로가 되더라도 같은 투어에서 함께하지 못한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함정우는 투어에서 가장 유쾌한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래서 언제나 웃는 얼굴이다. 그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점차 그렇게 바뀌게 됐다”면서 “설령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도 화를 내는 대신 웃었더니 성적도 좋아졌다. 어떤 투어에서 활동하든 라운드는 더 즐겁게 할 것이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에게는 영원한 멘토가 있다. 우정힐스CC 이정윤 대표다. 이 대표는 함정우를 주니어시절부터 발탁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함정우는 “이 대표님의 배려로 대회가 없는 날에는 마치 직장 나가듯 우정힐스CC로 가서 하루 종일 연습을 한다”라며 “대표님은 골프 뿐만 아니라 인생의 대선배로서 수시로 지도편달을 해주신다. 평생 잊을 수 없는 분이다”라고 했다.
그의 롤 모델은 전에는 쇼트 게임을 잘하는 필 미켈슨(미국), 지금은 성실함의 대명사인 최경주(53·SK텔레콤)다. 특히 미국 진출을 꿈꾸는 함정우에게 있어 최경주는 닮고 싶은 표본이다.
그렇다면 그는 어떤 선수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을까. 함정우는 “지금처럼 늘 유쾌하게 플레이 할 것”이라며 “‘골프도 잘치면서 항상 즐거움을 주는 선수였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참 행복할 것 같다”는 바람을 밝혔다.
함정우는 다음 달 27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개최되는 2023 KPGA 제네시스 대상 시상식에서 제네시스 대상을 수상한다. 그가 그 자리에서 어떤 소감으로 팬들을 또 즐겁게 해주게 될 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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