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X맨이 청년을 착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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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공공기관에는 한 직원이 있다.
조직에서 X맨은 대개 40~50대에 승진을 포기하고 가능한 한 적게 일을 하며 정년을 채우려는 이들이다.
몇 년 전 만난 국내 저명한 경제학자는 이들 X맨의 행태에 대해 "젊은 세대를 착취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이 일자리를 얻으려면 좋은 자리를 차지하면서 놀고 있는 기성세대, 이른바 X맨부터 퇴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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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공공기관에는 한 직원이 있다. 50대인 이 직원은 출근하면 인터넷 서핑으로 시간을 보낸다. 주변 동료는 "온종일 인터넷만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팀장의 업무 지시가 떨어지면 "알겠습니다"는 말만 할 뿐 실제로는 업무를 하지 않는다. 한나절이면 끝낼 업무를 일주일을 끈다. 이 직원이 어느 날 갑자기 휴가를 떠났다. "내일부터 며칠간 휴가를 가겠다"는 말만 한 뒤 다음 날 출근을 하지 않았다. 하던 일을 내팽개치고 휴가를 가버렸으니 자연히 업무 펑크가 났다. 동료들이 부랴부랴 대신 업무를 하느라 식은땀을 흘렸다.
이 직원을 동료들이 좋아할 리 만무하다. 동료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인사철이면 이 직원을 다른 부서로 발령내는 일이 반복된다. 이렇게 2년 단위로 이 부서 저 부서를 다니며 ‘월급 루팡(월급 도둑)’으로 산다. 승진할 생각은 아예 없고, 정년까지는 어떻게든 버틸 태세다. 인사부서에서는 그를 징계할 방법이 없다. 노동조합에서도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그를 방치한다. 동료들은 그를 ‘X맨’이라고 부른다.
조직에서 X맨은 대개 40~50대에 승진을 포기하고 가능한 한 적게 일을 하며 정년을 채우려는 이들이다. X맨은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공공기관 어디서든 존재한다. 민간기업에서는 이런 X맨이 더이상 버티기 힘들어지고 있다. 직급에 따라 월급을 주는 연공서열이 파괴되고 직무성과급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만난 국내 저명한 경제학자는 이들 X맨의 행태에 대해 "젊은 세대를 착취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연공서열의 꿀을 빨면서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으니,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15일 내놓은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15~64세 고용률은 69.7%에 이른다. 1989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실업률은 2.1%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15~29세 고용률은 46.4%에 그친다. 지난 2월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자리 미스매칭(수급 불균형)이 그 이유로 지목된다. 지난 1월 통계청 조사에서 쉬고 있는 청년 3명 중 1명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를 이유로 꼽았다.
역대 정부가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여러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매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인구가 줄어드는 와중에 청년들이 일자리조차 얻지 못하면 한국경제의 미래는 그야말로 암울해진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절벽, 이로 인한 잠재성장률 저하는 한국경제에 가장 큰 위협이다.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얻어야 결혼과 출산을 결심할 수 있다. 이들이 일자리를 얻으려면 좋은 자리를 차지하면서 놀고 있는 기성세대, 이른바 X맨부터 퇴출해야 한다. 그 첫 번째 단추가 연공서열 파괴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부문에 직무성과급제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이미 피력했다. 올해 안에 가시적인 성과물도 내놓아야 한다. 공공기관들이 정부의 압박에 떠밀려 ‘직무성과급제 도입’이라는 면피성 발표를 할 것이란 예상은 기우일까. 이 발표가 시늉에 그친다면 공공개혁, 노동개혁은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세종=조영주 세종중부취재본부장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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